[게임 바로보기②] 게임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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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반까지 학교 가서 4시쯤 끝나요. 6시에 또 학원 가야하는데 저녁도 먹어야 하니까 간신히 시간 내서 1시간 정도 게임하는 거예요.”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PC방. 총 80여대의 컴퓨터 중 절반이 넘는 50여대가 교복 입은 중·고등학생들 차지였다. 이날 만난 김모⑮군은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시간마저 아깝다는 듯 모니터에서 얼굴을 떼지 않은 채 이 같이 말했다.
유일한 취미이자 휴식이 그에겐 게임인 셈이었다. 이를 즐기는데 주어진 시간은 겨우 1시간. 하루 종일 공부에 치이는 것을 생각하면 턱없이 적은 시간이다. 게임하기 바쁜데 난데없이 말을 거는 낯선 어른이 반가울리 없다.
김군이 몰두하고 있었던 게임은 유명 1인칭슈팅(FPS) 장르. 빠듯한 시간 ‘한판’으로도 쾌감을 최고조로 느끼는데 제격인 게임이다.
그렇다면 김군은 왜 게임을 하는 걸까. 게임의 의미를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간단했다. “뭐...글쎄요. 별 의미 없는데요. 그냥 이게 유일하게 노는 거예요.” 이내 귀찮은듯 다른 아이에게 가보라며 고갯짓으로 옆에 앉은 친구 송모⑮군을 가리켰다. 그러면서 “쟤는 PC방서 거의 사는 애예요”라고 귀띔했다.
송군의 부모는 모두 맞벌이를 하고 있었다. 엄마는 어린 송군을 맡길데가 없어 PC방을 자주 ‘탁아소’ 삼았다고 했다. 그렇게 어려서부터 들락거린 PC방이 집보다 익숙해졌다. 어차피 집에 가도 혼자다. 곧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형도 밤늦게까지 학원에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게임은 유일한 친구였다. 송군은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간혹 게임을 즐긴다고 말했다. “엄마 아빠가 늦게 들어와서 게임은 눈치안보고 할 수 있어요. 아이디요? 형이 줬어요. 형이 저보다 전에 시작해서 레벨도 높고 캐릭터도 더 잘 꾸며놨거든요. 그래서 게임하기 훨씬 편하고 좋아요.”
이 같이 김군과 송군에게 유일한 휴식이자 친구인 게임이 최근 학교폭력의 주범으로 내몰리고 있다. 아이들의 인성을 파괴하고 두뇌마저 감퇴시키는 것으로 묘사된다. 문제가 생기면 무작정 모든게 게임 탓이라고 하는 이들이 늘었다. 그러나 아이들을 게임으로 내몬 것은 중독성있게 설계된 게임 콘텐츠에 있기 전에 강도높은 학업 스트레스, 부모와 사회의 무관심이었다.
학계의 한 인사는 “게임 과몰입 자체보다 놀이의 부재가 더 병리적인 현상으로 보인다”며 “그나마 아이들이 쉽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에 소비하는 시간마저 강제로 제한하니 아이들이 제대로 ‘노는 방법’을 잊고 때로 지나치게 몰두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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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J중학교에 근무 중인 한 교사는 “학교들도 외고 합격자나 특기생 배출 등 실적 경쟁에 치열하다 보니 점심시간 후 휴식시간마저 줄이고 있다”며 “아이들이 뛰어놀 시간은 커녕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이나 만화를 끌어들여 교육방법으로 역이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을 텐데 교사들도 마찬가지로 실적을 내기 바쁘다 보니 나서는 이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