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주무부처로서 입지를 분명히 했다. 타부처와 중복 규제에 문화부의 모호한 역할론 논란이 계속되자 “진흥과 규제는 일원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문화부는 1일 문화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건강한 게임문화확산을 위한 게임과몰입 예방 및 해소 대책’을 발표했다. 최근까지 산발적으로 발표돼 온 게임과몰입 대책을 종합적으로 알리고자 마련한 자리다.
이를 두고 게임업계는 여성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가 잇따라 게임 관련 규제책을 내놓자 문화부가 주도권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절치부심 반격의 태세를 갖춘 것이라 보고 있다.
이날 문화부가 발표한 대책안에는 ▲게임 이용시간 제한 ▲게임과몰입 실태조사를 통한 진단-사후 관리 통합 지원 ▲건전 게임문화 교육 및 캠페인 확대 ▲e스포츠대회를 통한 청소년의 사회성 함양 ▲게임업계 자율적 노력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우선 지난달 22일부터 실시된 ‘선택적 셧다운제’는 게임시스템 개편 등을 위해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뒀으나 업계와 협조해 일부 사업자에 대해서는 제도 이행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이를 통해 청소년 게임 회원 가입시 부모 동의를 받고 부모에게 청소년 게임 이용 내역을 고지하는 등 보호자 참여에 따른 원천적 과몰입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청소년·성인층의 게임 이용 실태와 개별 게임에 대한 과몰입 가능성 등에 대한 이용자 인식 조사도 연차적, 주기적으로 실시한다. 발달 주기와 연령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청소년 과몰입을 진단하고 학교 교육현장과 연계한 현장 지도 또한 확대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문화부는 청소년 개인에 대한 맞춤형 선제적 대책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교과부 학교안전통합시스템과 연계, ‘(게임 과몰입) 위기 학생 지원시스템’도 구축키로 했다. 이는 ▲과몰입 예방 교육 프로그램 개발 ▲교육청 학생생활지원센터에 전문 상담인력 배치 ▲한국게임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지역 거점별 게임중독 전문 치료센터와 핫라인 연결의 단계적 추진을 골자로 한다.
이날 곽영진 문화부 1차관은 게임의 산업적·문화적 가치를 조명하지 않고 과몰입 현상만을 부정적으로 비추고 있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곽 차관은 “차사고가 난다고 차량통행을 금지하지는 않는다”며 “교통사고에 안전교육과 사후처리가 중요하듯이 게임과몰입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선 예방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부는 현재까지 수립한 게임과몰입 예방 종합 대책 외에도 체계적인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가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과부, 여가부와 규제 중복 지적에 대해선 “하나의 현안을 두고 관련 부처가 여럿이 될 수는 있지만 규제와 진흥을 함께 고민하면서 게임 역기능과 순기능을 균형있게 보는 것이 문화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브리핑에 함께 자리한 최관호 한국게임산업협회장도 게임업계의 사회적 책임을 확산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최 협회장은 “게임문화재단 및 게임산업협회의 개별 회원사 등 전체 공익 재단 자산규모를 매년 100억원 이상으로 유지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공헌활동을 펼쳐 나가겠다”며 “이와 더불어 문화부의 과몰입 예방조치를 내용으로 하는 개정 게임법을 성실히 준수하고 자율규제 활동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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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대한 심층적이고 과학적인 연구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최 협회장은 “게임과 폭력성 혹은 게임과 뇌기능 장애 등에 관해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사실과 단편적인 연구 결과가 공공연히 논의되고 있다”며 “상반기 중 ‘게임행동뇌연구포럼(가칭)’을 발족시키고 학문적 기반자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해 “업계 입맛에 맞는 결과를 얻겠다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게임문화가 우리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도이자 업계의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최 협회장은 최근 찬반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는 게임심의 민간이양건에 대해서도 “업계 종사자가 다수 참여할 수 없도록 제도적 근거가 마련됐을 뿐 아니라 협회와는 별도로 독립적인 제3의 자율심의기구를 운영할 것”이라면서 외부의 우려를 불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