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이 '오픈API 매시업캠프'를 주제로 연 개발자 대회, 열두번째 '디브데이(DevDay)'의 막이 올랐다. 참가자들은 팀을 이뤄 이틀간 즉석으로 서비스 기획, 설계, 구현, 결과 발표를 진행하며 개발 아이디어 공유와 코딩 실력을 겨루게 된다. 회사가 매시업 대회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굵직한 '복불복' 요소를 적용해 눈길을 끌었다.
매시업은 웹상의 정보나 서비스를 융합해 새로운 소프트웨어(SW)를 만드는 활동이나 그 결과물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인터넷업체들의 인프라, 데이터베이스(DB)나 기술을 외부에서 끌어다 쓸 수 있는 오픈API를 활용한다. 디브데이 역시 다음을 비롯해 구글, 네이버 등 인터넷업체들이 제공하는 오픈API를 써서 매시업을 만드는 경쟁을 펼치는 내용이다.
다음은 행사를 위해 29일 강원도 홍천 대명비발디파크에 행사장을 마련하고 점심식사를 마친 뒤 개회를 선언했다. 다음측이 오픈API 서비스와 지원현황을, 대회를 후원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측이 개발중인 매시업 저작도구 코드명 '앱드론(AppDrone)'을 소개했다.
이후 일정은 참가자들이 팀원과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실제 개발과 결과를 도출하는 프로젝트 진행 과정으로 요약된다. 중간 저녁식사와 간식 순서를 제외하면 이튿날 오전 프로젝트 결과발표와 시상 전까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각팀을 지원하기위해 다음개발자네트워크(DNA)랩과 검색, 쇼핑, 지도 등 주요 서비스 API를 만든 사업팀 소속 엔지니어들이 함께했다.
■참가자에 날벼락, 팀 해체-아이디어도 제한…왜?
사실 프로젝트 진행에 앞서 참석한 개발자들에게 2가지 날벼락이 떨어졌다. 다음측에서 참가자들이 이룬 팀을 깨고 전혀 다른 구성으로 출전팀을 만들어줬고 각 팀에 특정분야 API를 반드시 써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덕분에 익숙한 동료들의 도움과 관심분야의 아이디어를 살리기 어렵게 됐다.
당초 참가자들은 3명씩 모인 13개 팀으로 대회에 접수했다. 다른 행사와 마찬가지로 마음이 맞고 역할을 분담할 수 있을만한 동아리 지인, 학교 선후배, 회사동료끼리 모인 경우가 많았다. 이전 대회를 보면 팀차원에서 프로젝트 아이디어나 완성단계의 구현체를 가져온 경우도 있었지만 이제 소용 없는 상황이다. 새 동료들과 새 주제를 접근해야 하는 만큼 새로 투입된 초보 개발자처럼 모든 참가자들이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회를 진행하는 회사 입장에서 이를 일부러 차단한 배경에 의문이 들 수 있다. 사실 준비된 프로젝트를 들고와 참가하도록 놔두면 그만큼 결과물 수준이 높아져 홍보에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 DNA랩의 윤석찬 팀장은 일부러 준비된 팀구성과 아이디어를 배제시킨 이유는 참가자들에게 밖에서 전혀 다른 사람들과 만나 신선한 아이디어를 교환하며 일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며 물론 결과물 품질이나 수준이 그만큼 떨어질 순 있겠지만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참가자-멘토들은 어디서 왔나
다음의 복불복 구성으로 '헤쳐모여' 하기 전 참가한 팀들은 공군전산소에서 일한 인연으로 모인 팀, 유명 개발자커뮤니티 회원들, 서울대, 숭실대, 세종대, 연세대, 한성대 등에서 연구소 선후배관계나 프로그래밍 동아리에서 모인 팀 등 다양한 배경을 보였다.
윤 팀장은 참가자 40% 정도는 현업 개발 경험이 있는 직장인들이고 나머지 60%는 학교에 다니거나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재구성된 13개 팀들은 각자 개발할 서비스에 다음 지도, 쇼핑, 검색, 블로그, 티스토리 API를 쓰거나 구글, 네이버, 트위터 API가운데 원하는 것을 골라 쓰도록 제한을 받았다. 이 역시 '복불복' 차원에서 제비뽑기로 결정됐는데, 운 좋은 팀들은 의무 사용할 API를 적용받지 않고 자유롭게 기획할 수 있었다.
다음측이 선발한 엔지니어, 이른바 '다음 오픈API 멘토'들이 각자 분야별로 서비스의 오픈API를 반드시 써야 하는 팀들을 돕기 위해 현장에 자리했다. 커뮤니티개발2팀의 블로그API 개발 담당자 김종민, 같은팀의 티스토리API 개발 담당자 천정환, 쇼핑개발팀 쇼핑서비스 API 개발 담당자 정진일, FT개발5팀 지도API 개발 담당자 안건, DNA랩 실버라이트 및 닷넷 담당 팀원 이정주, DNA랩에서 오픈API 전반을 담당하는 이승철, UX 및 프론트엔드개발 컨설팅 담당 조훈, 7명이다.
■여기까지 와서 밤새지 말자
해커톤이나 핵데이같은 라이브코딩 행사는 흔히 이튿날까지 이어진다. 디브데이 프로젝트 수행 시간도 자정을 넘기도록 예정돼 있다. 점심식사 직후 제1 프로젝트 수행 3시간, 저녁식사 이후 제2 수행 3시간, 중간휴식 이후 제3 수행 3시간으로 30일 오전 2시 마무리한다는 일정이다.
윤 팀장은 해외 기업들은 외부 개발자들과 소통하고 서비스개발 참여를 활성화시키는차원에서 이런 오픈API 매시업 개발 행사를 꾸준히 열고 있다며 구글이나 야후 등에서 운영하는 대회들도 밤샘이 기본이지만 우리나라 실정엔 잘 안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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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현업에 이미 야근이 잦기 때문에 개발자 행사까지 와서 밤샘 코딩을 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게 그의 농담섞인 지적이다. 해외는 기본적인 신체조건상의 차이도 있겠지만 개발자들도 일반 회사원들처럼 주5일 근무에 평일 업무시간을 넘기지 않고 평소 정상출퇴근을 하면서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대회 참가를 위해 하룻밤쯤 샐 수 있다는 게 아닐까.
다만 이곳에선 다른 이유로 프로젝트 정시 마감이 어려워 보인다. 한 멘토는 오전 2시에 참가자들이 프로젝트를 마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친분이 없는 사람들끼리 모인 만큼 마감 시점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멘토 역시 제때 잠들 사람이 얼마나 있을 것인지 모르지만 대체로 비관적이라고 거들었다. 어쨌든 야근이 일상화된 국내 현업 풍토를 배려한 일정은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