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안철수, 안철수로 돌아오나?

일반입력 :2012/01/21 19:47    수정: 2012/01/22 11:51

김효정 기자

안철수 안철수연구소이사회 의장이 정치인이 아닌 대한민국 정보기술(IT)인으로 온전히 돌아올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의사 출신으로 바이러스 퇴치 프로그램을 개발해 한국을 대표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키워낸 그가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21일 미국에서 빌 게이츠를 비롯해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등 IT업계 유력인사와 면담을 하고 귀국한 안 의장은 (기존 정치인들이) 맡은 바 소임을 다하면 나 같은 사람까지 정치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한국으로 출국 직전에 스스로 정치인이 아니라고 언급을 했지만, 아직 그의 진로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다. 그가 향후 정치인이 될 것인지, 아니면 IT업계의 원로로 남아 재단 활동에 집중해 나갈 것인지는 '세월이 흐르면' 알게 될 것이다.

안 의장의 미국 방문은 공식적으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요원 채용, 대학간 협력, 그리고 재단 설립에 대해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의 면담을 위해서였다. 이후 짧은 휴가를 즐기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컴퓨터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컴퓨터 의사'로 변신했던 그다. 이 시점에서 또 한번 변신(정치인)하는 것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아 보인다.

지난 1995년 백신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한 이후, 정직한 기업운영과 백신 프로그램 무료 배포 등 혼자만의 이익을 포기했던 이미지가 젊은 층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안 의장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및 양보) 이후 그에게 집중되고 있는 관심은 어쩌면 당연하다.

10여년 전, IMF 이후 안철수연구소 역시 위기상황을 맞이했었다. 당시 한 외국기업이 안철수연구소 인수를 제안한 적이 있었다. 안 의장은 회사를 팔면 개인적으로 부자가 되겠지만 국민들은 백신 프로그램을 사기 위해 외국회사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며 거부했었다.

존경 받는 CEO로 지내오던 그가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하는 의견도 나왔고, 정치를 모르는 그가 대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그가 무엇을 하던 안철수답게 할 것이라는 믿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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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의장 역시 21일 귀국 직후 내가 맡은 일이 학교, 회사, 새로 출범하는 재단인데 그 정도면 충분히 (사회에)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 역할에 집중해서 빨리 잘하는 게 주어진 일로, 그 이상의 고민은 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 의장이 현재 주어진 그의 역할에 충실하며 IT산업의 원로로 남아 있어도, 또 '정치인 안철수'로 변신해도 안철수는 안철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