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400원’
올 한 해 유선업계 2위인 SK브로드밴드의 성적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지표 중 하나가 주식가치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5천410원으로 출발한 SK브로드밴드의 1주당 주식가격은 27일 현재(종가기준) 3천400원이다. 때문에 같은 기간 SK브로드밴드의 시가총액은 1조6천11억원에서 1조62억원으로 급감했다. 1년 새 6천억원이 증발한 것이다.
SK텔레콤이 2007년 12월 1주당 1만1천900원에 인수했을 때보다 4배, SK텔레콤에 완전 편입된 2008년 3월 1만400원에서도 3배 가까이 기업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반면, 4G LTE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LG유플러스의 주가는 지난해 7천170원에서 소폭 상승해 27일 현재 7천450원을 기록 중이다.
■시가총액, 1년 새 6천억원 ‘증발’
올 11월말 기준 SK브로드밴드의 시내전화 가입자는 246만9천857명으로 LG유플러스의 45만3천390명보다 약 200만명 많다. 하지만 집전화 시장이 PSTN에서 인터넷전화로 급속도로 옮겨가는 추세여서 이를 반영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11월말 현재 인터넷전화 가입자는 LG유플러스가 318만으로 320만의 KT와 근소한 차로 시장 1·2위를 다투고 있다. 반면,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전화 가입자는 170만명으로 크게 뒤져 있다.
특히 올 하반기 들어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전화 가입자는 167만에서 170만으로 3만이 늘어난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20만, 18만 가입자가 늘어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전화, LG유플러스와 2배 격차
SK브로드밴드는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도 LG유플러스에 바짝 추격당하고 있다.
올 1월 359만9천169명(20.9%)으로 시작한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 가입자는 9월말 현재 336만2천203명(18.9%)으로 약 23만명이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LG유플러스의 가입자는 277만3천468명(16.1%)에서 283만2천992명(16.0%)으로 약 6만명이 늘었다.
이 같은 결과는 이동전화 대리점에서 초고속인터넷 재판매를 시작한 SK텔레콤의 사업 전략 때문이다. 지난해 총 40만2천738명(2.3%)이었던 SK텔레콤의 인터넷 가입자는 9월 현재 78만9천214명(4.4%)으로 약 2배가 늘어났다.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 가입자는 SK텔레콤의 재판매 가입자까지 더해 지난해 400만1천907명에서 415만1천417명으로 늘어났지만, 모회사인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의 가입자를 잠식해가는 식이어서 업계 순위가 뒤바뀔 운명에 처한 것이다.
지난해 4월 초고속인터넷 재판매에 나선 SK텔레콤은 약 1년 반 만에 78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으며,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내년 상반기 내에 100만 가입자 돌파가 예상된다. 반대로, 내년 SK브로드밴드는 LG유플러스에 초고속인터넷 2위 자리를 내줘야 할 가능성이 높다.
■초고속인터넷 2위 자리도 내줄 판
이는 유무선 통신사업을 총괄하는 SK텔레콤 차원에서는 효율적 영업방식일 수 있지만, 별도법인인 SK브로드밴드에게는 결코 유리한 일이 아니다.
SK브로드밴드가 영업비용에서는 일부 보전의 효과가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SK텔레콤이 가입자 매출을 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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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SK텔레콤의 재판매 가입자 대부분이 할인율이 높은 결합상품 가입자여서 이들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SK브로드밴드의 수익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SK텔레콤이 재판매를 시작한 것이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가 유무선 법인을 합병한 것에 대응해 효율적인 가입자 방어에 나서려는 이유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입자가 SK텔레콤으로 이동해 갈수록 SK브로드밴드의 입지는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다.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옛 하나로텔레콤)를 인수한 이후 끊임없이 흡수합병설이 제기됐던 근본적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