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2인자에게 묻다..."델에게 솔루션이란?"

프라빈 아스타나 델 부사장

일반입력 :2011/12/19 15:55    수정: 2011/12/21 10:52

솔루션은 혁신적이되 실용적이어야 한다. 델은 지켜야 할 과거가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

델의 2인자 프라빈 아스타나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전략 담당 총괄 부사장은 지난 16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자사의 솔루션 사업 경쟁력을 이같이 요약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기업시장 공략에 나서며 엔터프라이즈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 중인 델의 의욕을 엿보인 대목이다.

마이클 델 회장은 공공연히 델은 이제 컨슈머 업체가 아니다라며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전문기업으로서 위상 재정립을 밝혀왔다. 2010년 델은 3년 내 데이터센터와 테크놀로지 서비스 사업 규모를 현재의 2배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올해 10억달러 투자계획도 데이터센터에 집중됐다.

혁신적이면서 실용적이란, 상충되는 어휘들이다. 혁신적이란 기존 것을 모두 버린다는 것이고, 실용적이란 기존 것과 새 것을 적절히 사용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아스타나 부사장은 솔루션이란 단어의 정의부터 언급했다.

솔루션이란 고객의 핵심적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을 뜻한다. 델은 오랜 시간 직접 영업을 해오면서, 고객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IT관리자도 인프라 대신 기업 비즈니스의 성공을 고민하게 됐다. IT의 역할 자체가 변화하는 시점에서 솔루션이 필요한 것이다.

결국 아무리 혁신적인 최첨단 기술을 갖고 있어도, 고객 입장이 아닌 것은 별 소용이 없다는 의미다. 혁신과 실용에 대한 그의 설명은 이어진다.

혁신은 최신 기술을 다 사용해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델은 클라우드, 빅데이터, 중복제거, 하둡 등을 다 사용한다. 동시에 고객은 기존 투자를 다 버리지 않길 원한다. 새로운 IT환경을 운영하기 위해 고도의 전문 기술자를 채용하거나, 직원을 재교육해야 한다면 최신 기술은 소용없는 물건이다. 따라서, 사용하기 쉽고, 개방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되, 고객이 하고자 하는 업무가 잘 처리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

그는 클라우드 혹은 컨버지드인프라를 예로 들었다.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를 모두 통합해 제공하는 컨버지드 인프라를 IT업체들은 클라우드의 유일한 대안처럼 말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컨버지드 인프라를 보자. 아무리 컨버지드 인프라가 프라이빗 클라우드 기반이라 해도 기존 조직을 변경하고. 기존 인프라를 다 바꿔야 한다면 고객은 이를 채택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점이 프라이빗 클라우드 구현 프로젝트의 성공이 드문 이유다. 클라우드가 기존 인프라와 잘 양립하지 못하기 때문에, 새로운 프로세스와 툴을 요구받고, 직원의 저항이 나오는 것이다.

■백지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 설 수 있다

그렇다면 델은 왜 혁신과 실용이 가능하다는 것인가. 델 역시 컨버지드 인프라의 일환으로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를 통합 솔루션으로 제공하고 있다. 차이점은 명확했다. 델이 후발주자란 점이었다. IBM, HP처럼 데이터센터 전체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세간의 인식을 깨는 발언이다.

“IBM이나 HP에 비해 경험이 적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유리한 점이다. 이유는 델은 방어하고 보호해야 할 레거시, 과거가 없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은 유닉스, 메인프레임 등 여러 종류로 하드웨어 플랫폼이 나뉘고, 그에 따른 툴비즈니스가 많다. 그들은 이런 사업부분을 모두 방어해야 하는 입장이다. 반면, 델은 백지에서 새로운 솔루션을 그릴 수 있다.”

지킬 게 없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 더 다가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예시가 이어진다.

“소프트웨어 툴에서 큰 비즈니스를 보자. 경쟁사 중 한 곳이 처음 컨버지드 인프라란 것을 만들었을 때 그들의 고객은 그 인프라 관리 위해 제공하는 툴을 23개나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델은 4개의 툴이면 끝이다. 키우거나 보호할 툴 비즈니스가 없기 때문에 컨버지드 인프라를 디자인할 때 그렇게 많은 툴이 필요한가 라고 오히려 고객에게 말했다.”

그의 설명은 델은 고객이 원하는 솔루션이 있으면, 무엇이든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걸로 요약가능하다. 오픈소스인 리눅스를 레드햇, 우분투 등 다양하게 지원하고, 하둡, 오픈스택 등을 활발히 자사 솔루션에 투입한 것을 떠올리면 된다.

■레거시 환경과 클라우드 통합, 차이점은?

“일부 경쟁사는 퍼블릭 클라우드를 기업의 기존 IT환경과 전혀 다른 존재로 접근한다. 그런 접근법은 효과적이지 못하다. 기존 환경과 클라우드 환경이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델은 클라우드가 고객의 기존 인프라와 잘 통합되는 것을 우선한다. 최근까지 인수한 업체들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다.”

델은 지난해 서버 가상화 관리SW업체 스케일런트,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 통합 플랫폼 업체 부미(Boomi), 스토리지업체 컴펠런트 등을 인수하며 데이터센터 인프라 솔루션 확보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올해는 시스템 관리 얼라이언스 공급업체 케이스(Kace), 네트워크 스위치업체 포스10, 보안 모니터링업체 시큐어웍스 등을 인수했다.

스케일런트 SW는 네트워크에 변화를 가하지 않고 물리적, 가상화 환경을 모두 관리할 수 있다. VM웨어, MS 하이퍼V 등과 호환된다. 부미는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통합해 웹 기반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애플리케이션 통합 플랫폼을 제공한다. 케이스는 시스템을 통합 관리하며, 시큐어웍스는 데이터센터 보안을 관리한다.

이들은 모두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으며, 관리하기 쉽다는 특징을 갖는다. 델의 서버, 스토리지가 아닌 어떤 회사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이용해도 통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미 인수를 통해 우리가 획득한 능력이란 설치형 애플리케이션과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의 통합이다. 대부분의 고객은 혼합된 환경을 갖게 될 것이다. 물리적. 가상화, 프라이빗-퍼블릭 클라우드 등이 다 혼재된 환경이다. 믹스드(Mixed) 데이터센터다. 델은 컨설팅을 통해 고객이 클라우드를 잘 이해하도록 하고, 프라이빗과 퍼블릭 클라우드가 잘 연결되도록 지원한다.”

얼핏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전략으로 들린다. HP, IBM, 오라클 등 경쟁사 모두가 한결같이 외치는 하이브리드다. 무엇이 다를까? 고객의 성향에 맞춰 실용주의로 접근한다는 게 아스타나 부회장의 설명이었다. 기존 프로세스를 다 바꾸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라고 강요하지 않는다는 말이 이어졌다. 그는 “스페인어로 쓰여진 매뉴얼을 한국인 고객에게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비유했다.

“델은 기존 관리프레임워크와 통합되도록 했다. 예를 들어 델의 프라이빗 클라우드 솔루션으로 가상통합시스템9VIS)이 있다. 델이 제공하는 퍼블릭이나 아마존 등에 링크되며, 관리는 플러그인을 제공해 VM웨어 V센터, MS 시스템센터 등을 그대로 쓰게 한다. 별도 툴을 개발해 제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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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근 화두로 떠오른 빅데이터도 언급했다. 그는 “빅데이터는 인기있는 유행어지, 중요한 것은 빅인사이트다”라고 강조했다.

“델은 빅데이터가 중요한 게 아니라 빅 인사이트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많은 이들이 솔루션이 아니라 문제쪽에 초점을 두고 혼돈하고 있다. 빅데이터는 문제이며, 솔루션은 빅인사이트다. 빅인사이트는 작은 데이터에서도 나오는 것인데, 델은 데이터분석에 접근할 때 데이터 크기는 얘기하지 않는다. 크기에 상관없이 어떻게 하면 최대한의 통찰력을 얻어낼까 얘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