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86서버, 델 '뜨고' IBM '진다'

일반입력 :2011/12/13 08:20    수정: 2011/12/15 10:04

델이 3분기 국내 x86서버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IBM과 벌였던 2위 싸움에서 격차를 대폭 벌리면서, 고요했던 국내 x86서버 시장에 파동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최근 한국IDC가 발표한 2011년 3분기 서비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델코리아는 x86서버 시장 점유율 24.1%를 기록하며 14.4%를 기록한 한국IBM을 9.3% 차로 따돌렸다.

델코리아가 전년동기보다 30.8%, 전분기보다 11% 성장한 반면, 한국IBM은 전년동기대비 7.7% 성장하는데 그쳤고, 전분기보다 20.3% 하락했다. 두 회사는 지난 수년동안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지난 2분기의 경우 델코리아는 21.2%의 점유율로 17.7%를 차지한 한국IBM을 3.5% 앞섰다. 그런데 3분기에 이르러 델코리아와 한국IBM의 격차는 10%대로 벌어졌다. 3분기부터 기업시장 사업을 재정비한 델코리아의 변화 이후 나타난 결과다.

델코리아는 하반기 한국IBM 출신의 김성준 전무를 영입하면서, 서버사업을 솔루션 사업부 소속으로 재편했다. 이밖에 김동욱 이사, 권일선 이사를 비롯한 경쟁사 인력을 영입하며 조직을 키웠다. 이와 함께 혼란스러웠던 총판 및 채널 영업체계를 직판체제로 일원화하면서 집중력을 높였다.

델코리아의 약진과 달리 한국IBM의 x86사업은 험로를 걷는 모습. 델코리아의 영업 강화의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최근 델코리아는 한국IBM과 고객 쟁탈전에서 승리하는 모습을 여러차례 연출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x86서버시장에서 단일 고객으로 최대인 NHN은 최근 구매계약에서 한국IBM 대신 델코리아를 선택하기도 했다.

델코리아가 영업력을 강화하면서 x86서버 판도에 미칠 영향은 예견된 것이다. 다만, 초점이 시장 1위 한국HP를 얼마나 위협할 것인가 여부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HP는 1위를 유지했다. 전분기보다 4% 떨어졌지만 46.1% 점유율로 확실한 선두의 면모를 과시했다. 남은 절반을 놓고 다른 업체들이 다툼을 벌이는 형국은 여전한 것이다.

한국HP의 강점은 광범위한 채널 네트워크다. 한국HP는 전국에 걸쳐 구축된 채널네트워크를 활용해 x86서버 시장을 두 영역으로 나눈다. 대형 프로젝트를 한국HP가 직접 맡고, 그외 시장을 총판과 채널이 담당하는 형태다.

한국HP는 두 영역 간 마진율 조정으로 가격을 조절할 실탄을 얻는다. 이런 고객 상황에 맞는 유연한 유통전략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같은 영업 체계를 큰 변화없이 수년째 유지한데다, 한국HP의 통제력 자체도 안정적으로 제모습을 유지한 것이 x86서버 독주의 힘이다. 물론, 제품 자체에 대한 고객만족도 높으며, 최근엔 블레이드 서버매출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HP에 비견할 경쟁자가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는 로엔드 서버의 강자였던 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오라클에 인수된 후 나타난 현상이다.

한국HP와 맞승부를 펼칠 만 했던 델코리아는 지사장의 잦은 변동과 관리조직의 혼동 속에서 조직력을 갖지 못했었다. 한국IBM은 성능 면에서 타사와 대동소이하지만 비싸다는 인식으로 힘겨운 전투를 벌였다. 오라클은 유닉스, x86서버의 단일 제품 판매보다 엑사데이터 같은 통합 시스템 판매에 집중하면서, 시장조사업체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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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HP, 델코리아, 한국IBM으로 이뤄진 1강 2중의 체제는 일단 델코리아의 약진으로 흔들릴 조짐을 보인다. 기타 업체들도 조금씩 꿈틀댄다. 오라클과 달리 x86서버 단일제품 공략에 집중한 한국후지쯔가 5%대 점유율로 올라섰다. 시스코코리아도 조금씩 명함을 내밀며 성장하고 있다.

김용현 한국IDC 선임연구원은 “업체명을 거론할 수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세계적인 추세처럼 국내도 x86서버의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