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가 유닉스와 x86서버를 단일 플랫폼으로 담겠다고 선언했다. IBM은 메인프레임에 담았고, HP는 유닉스에 담는다. 부진을 겪는 유닉스 사업에 새 숨을 불어넣으려는 HP의 야심찬 시도다.
HP는 22일(현지시간) 인텔 아이태니엄 프로세서를 탑재한 유닉스 서버 제품 슈퍼돔2와 인테그리티와 인텔 제온 프로세서를 탑재한 x86서버를 통합하는 내용의 '프로젝트 오딧세이'를 발표했다.
오딧세이 프로젝트는 HP의 블레이드 시스템 아키텍처를 활용해 x86서버를 슈퍼돔2 인클로저에 장착하고, HP-UX(유닉스)와 MS윈도·리눅스(x86) 등의 운영체제(OS)를 통합 운영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 프로젝트는 HP 인테그리티, 논스톱 시스템 등의 하드웨어와 HP-UX, 오픈VMS 등의 OS를 x86 시스템과 통합운영하는 것을 포함한다.
■유닉스와 x86을 단일 플랫폼으로
제온과 슈퍼돔2를 합친 통합 솔루션은 코드명 드래곤호크(DragonHawk)로 불리며, x86 블레이드서버 인클로저인 C시리즈에 아이태니엄 유닉스 블레이드를 장착하는 솔루션은 '히드라링스(HydraLynx)'로 명명됐다.
드래곤호크 사용자는 미션 크리티컬한 워크로드와 일반 워크로드를 유닉스 서버와 x86서버로 나눠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리눅스나 윈도 서버도 유닉스에서 제공하는 페일오버 자동화, N파티셔닝(nPars), QPI 등의 기능을 이용하게 된다.
마틴 핑크 HP 비즈니스 크리티컬 시스템 사업부(BCS) 총괄 수석부사장은 “HP-UX 기반의 유닉스와 x86 인프라를 함께 사용하게 해달라는 고객의 요청이 많았다”라며 “오딧세이를 통해 개방되고 통합된 싱글 플랫폼을 운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HP 블레이드시스템의 유연성과 HP-UX부터 x86에코시스템까지 기술혁신을 통해 미션크리티컬 컴퓨팅 서버의 모습을 변화시킬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드래곤호크는 32소켓 블레이드로 제온 기반 x86시스템을 수백개의 코어까지 확장할 수 있다. 히드라링스는 2, 4, 8소켓 서버로 신뢰성과 유연성을 증가시켜, 가상화와 미션크리티컬 업무용으로 활용된다.
HP는 오딧세이 프로젝트를 2년내 상용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IBM따라하기? 오라클 때문?
유닉스와 x86을 통합하려는 HP의 시도는 IBM의 z엔터프라이즈 전략과 유사하다. 다른 점은 IBM이 메인프레임에 모든 것을 담으려고 한다는 점이다.
IBM은 메인프레임에 유닉스와 x86서버 블레이드를 모두 장착해 통합 운영하는 것으로, 운영 부담을 줄이고, 관리와 비용 효율성을 달성하라고 주장한다. HP 역시 유닉스와 x86을 통합 운영하는 것으로 유사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다르다. HP가 유닉스 서버 대신 x86서버에 힘을 더 싣는 것이란 해석이다. 전체 그림은 유닉스에 x86을 부수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x86이 유닉스 시스템의 안정성과 가용성을 확보하게 된다는 점 때문이다.
이같은 해석의 또다른 근거는 오라클이다. 오라클은 올해 4월 아이태니엄 프로세서에 대한 소프트웨어 개발중단을 선언했다. 오라클DB를 HP 유닉스 서버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조치였다. HP는 이후 강력히 반발하면서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당시 오라클은 인텔의 아이태니엄 프로세서가 생명력을 잃었고, 인텔조차 x86 제온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엔 HP가 단종된 아이태니엄을 인텔과 비밀거래로 유지해왔다는 주장도 내놨다.
■BCS사업 위기, x86 품기로 돌파구…한국은?
HP의 지난 4분기 실적보고서는 이 회사의 유닉스 서버 사업에 드리운 암운을 보여줬다. 해당 기간 HP의 유닉스 매출은 5억3천500만달러로, 전년동기보다 23%나 감소했다.
실적 발표 직후 멕 휘트먼 HP CEO는 프로젝트 오딧세이에 대한 힌트를 슬쩍 흘렸다.
멕 휘트먼 HP CEO는 컨퍼런스콜에서 “HP BCS사업은 줄어드는 사업이고 천천히 줄어들고 있다”라며 “하지만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과 R&D 투자를 관리하는 것으로 가능한 빠른 시일에 고객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을 가지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HP의 선택은 x86과 유닉스를 결합하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었다.
문제는 한국이다. 미국과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등의 경우 기업들은 점차 IT 인프라를 유닉스에서 x86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보고서도 미국, 유럽 시장은 유닉스와 x86의 비율이 ‘6 대 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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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는 여전히 유닉스 서버가 x86서버를 압도한다. 두 플랫폼의 점유율은 ‘4 대 6’으로 글로벌과 정반대다. 특히, 미션크리티컬 업무의 유닉스 의존도는 100%에 가깝다. 이에 힘입어 한국HP의 유닉스 서버사업은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4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중이다.
유닉스에서 x86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HP본사의 움직임과, 한국HP가 처한 상황 사이에 큰 틈을 볼 수 있다. HP본사의 시도가 한국 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