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서버업체 HP가 ARM 서버 출시계획을 발표했다. 인텔과 관계변화를 무릅쓰고 새로운 시장성을 바라본 도전이다. 인간의 달탐사 도전처럼 프로젝트명도 '문샷(Moonshot)'이라 붙였다.
HP는 저전력 서버를 시장 주류로 만들기 위한 문샷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문샷은 연구소, 서버 개발 플랫폼, 생태계 등으로 구성된다. HP는 서버 개발 플랫폼에 레드스톤 플랫폼이란 이름을 붙였다. 가장 먼저 출시될 레드스톤 서버는 칼세다에서 출시할 '에너지코어(ECX-1000)'를 사용하게 된다.
■인텔빠진 '문샷', HP와 인텔의 관계는?
HP는 “미래의 레드스톤 서버는 인텔 아톰프로세서나 기타 CPU 업체의 저전력 제품까지 포괄적으로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폴 샌틀러 HP ISS팀 하이퍼스케일 비즈니스 총괄은 저전력서버는 확장의 개념이지 프로라이언트나, 인티그리티 서버를 교체하는 것의 의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샷은 저전력 제온과 아톰, AMD 저전력 x86 등 모두 고집적 서버로 사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공개된 레드스톤 서버의 콘셉트는 한 랙에 2천800개의 서버를 통합할 수 있다.
HP는 저전력 서버를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와 친환경 기술로 감쌀 계획이다. 이 약속은 사용자들이 데이터센터 규모 확대에도 전력소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HP 연구소는 고객들에게 레드스톤 서버를 시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애플리케이션 구동테스트 기회를 제공한다. 연구소는 미국 휴스턴에 내년 1월 처음 문을 열게 되며, 유럽과 아시아 등지에도 추가로 설치된다.
문샷 프로젝트에 동조하는 파트너들의 참여도 독려된다. 첫 파트너는 AMD, ARM 홀딩스, 칼세다. 캐노니컬, 레드햇 등으로 시작한다.
문제는 HP와 인텔의 관계다. 두회사는 x86 CPU 공급사와 주문사의 관계면서, 동시에 유닉스 프로세서인 아이태니엄으로 긴밀히 협력해왔다.
HP가 서버 제품을, 아이태니엄(유닉스), 제온(x86), 레드스톤(ARM) 등으로 구성하고, 저전력 서버를 본격적으로 판매하면 전반적인 인텔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 더구나 문샷 프로젝트 1차 파트너사에 인텔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라 두회사의 관계가 재정립될 가능성도 높다.
또한, HP의 ARM 서버는 시마이크로에서 제작하는 아톰 서버와 유사한 콘셉트다. 시마이크로는 현재 저전력 서버로 인텔 아톰을 채택하고 있지만, 향후 ARM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ARM 서버 시장 개막, 서버 시장 격변기 온다
프로젝트 문샷은 저전력 서버 시장에 다양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x86의 제왕 인텔은 저전력 CPU 시장에서 공급자 중 하나에 불과하게 된다. 인텔, AMD, ARM 파트너 등 다자 구도로 형성될 저전력 서버 시장은 기술뿐 아니라 CPU 가격경쟁을 초래할 가능성도 높다.
ARM서버 시장 개막이 무르익는 가운데 ARM 홀딩스는 지난달 말 64비트를 지원하는 ARMv8 칩 아키텍처를 공개했다. ARM은 ARMv8 아키텍처를 파트너사에 공급해 인텔과 AMD의 텃밭을 노리게 된다.
최근 IT업계는 데이터센터 에너지효율성 확보를 위해 ARM 아키텍처에 기반한 저전력 서버에 주목하고 있다. ARM 프로세서는 저전력, 저발열 설계를 바탕으로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모바일 기기에 주로 사용된다. 그동안 멀티코어와 64비트 미지원 등 성능의 한계로 서버로 사용하기에 부족했던 ARM 프로세서는 최근 약점을 보완하면서 서버까지 넘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ARM 서버를 위한 제반 환경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바로 소프트웨어의 지원이다. 현재 서버 시스템과 PC 소프트웨어 태반이 x86 아키텍처만 지원한다. ARM을 위한 소프트웨어 재개발이 필수적인 상황. 무엇보다 기업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업체의 지원이 부족하다.
OS부터 ARM 프로세서를 지원하지 않으면 하드웨어는 무용지물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사 가운데 MS의 차세대 윈도8가 ARM을 지원할 것으로 보이며, 우분투 리눅스도 ARM을 지원할 예정이다.
ARM은 파트너 및 라이선스를 통해 자신들의 아키텍처를 공급한다. 그렇게 되면 삼성전자조차 ARM 라이선스를 이용해 서버나 PC의 CPU를 직접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와 인텔의 CPU 대결구도를 예상할 수 있게 된다.
전원 관리에 관한 한 ARM은 현존 프로세서 중 가장 앞선다. ARM은 사용하지 않는 노드와 코어를 다운시키고 쉽게 제어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소량의 전원을 사용하도록 한다.
ARM 프로세서를 사용한 데이터센터는 x86서버 사용 시보다 전기료를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x86서버보다 크기가 작아 공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ARM 서버는 이 때문에 저가 서버를 대량으로 활용하는 클라우드 인프라에서 각광받을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HP 역시 ARM 기반 저전력 서버를 웹서비스 시장에서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칼세다측은 ECX-1000이 인텔 제온 E5620과 비교해 전력비를 90%까지 낮추며 데이터센터 상면 공간도 9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칼세다는 ECX-1000를 활용한 서버 디자인을 위해 ‘에너지카드’라는 레퍼런스 디자인을 함께 공개했다. 에너지카드는 각각 4코어 서버 노드 4개로 구성된다. 2U 서버 박스에서 18~140개 노드를 구성가능하며, 42인치 풀 랙에서 서버 노드를 3천개까지 구성할 수 있다. 전력은 카드당 20와트만 소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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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X1000은 4개의 32비트 ARM 코어텍스 A-9 디자인 코어와 메모리, I/O, 스토리지 컨트롤러와 레이어2 스위치 패브릭을 칩 위에 내장했다. 또한 다섯번째 관리 컨트롤러 코어로 구성된다. 관리 컨트롤러 코어는 전체 칩의 전력 최적화를 담당한다.
칼세다는 올해 말 샘플을 시스템 제조업체에게 공급하고, 내년 상반기 PoC 시스템을 선보일 계획을 세웠다. 본격적인 생산은 내년 하반기부터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