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메인프레임으로 MS 윈도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메인프레임, 유닉스, x86 등 모든 플랫폼을 통합하는 IBM의 ‘하이브리드 컴퓨팅’이 완성단계 직전이다.
IBM의 메시지는 플랫폼 통합으로 관리와 비용 효율성을 달성하라는 것이다. 이는 메인프레임 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던 유닉스에 대한 반격으로 보인다. 2000년대 초반의 다운사이징 열풍 후 클라이언트 서버 역할을 꿰찬 유닉스 자리를 넘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해석하기에 따라 IBM의 전략은 괴이하다. 아이러니하게도 IBM의 메인프레임 시대에 종말을 안겼던 유닉스는 현재 IBM 서버사업의 돈줄인 탓이다. 유닉스 시장 1위 IBM이 메인프레임으로 자신의 텃밭을 공략하는 상황이다.
IBM 측은 이같은 해석에 대해 “유닉스를 메인프레임으로 대체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모든 컴퓨팅 환경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메인프레임에 모든 컴퓨터를 담는다
지난해 7월 IBM은 신형 메인프레임 ‘z엔터프라이즈’를 발표하며 데이터센터 관리를 간소화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IBM 시스템x 블레이드와 유닉스 서버 워크로드를 통합하는 기능을 소개했다. 메인프레임과 x86 블레이드 그리고 유닉스 서버를 하나의 장비처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z엔터프라이즈는 유니파이드 리소스 매니저로 불리는 SW를 제공한다. 여기에 z엔터프라이즈 블레이드센터 익스텐션(zBX)을 통해 메인프레임과 유닉스, x86서버를 가상화로 통합하고, 하나의 자원으로 만들게 된다. 컴퓨팅 환경은 IBM 티볼리 소프트웨어로 관리된다.
리눅스 지원은 올해 7월 달성됐다. 그리고 지난 6일 IBM은 z엔터프라이즈의 윈도 환경 통합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윈도 이용은 다음달 16일부터 가능하다.
IBM에서 z엔터프라이즈 사업을 총괄하는 파울로 카르바우 부사장은 “메인프레임은 x86보다 더 저렴하게 캐퍼시티를 제공하면서, 관리도 용이하다”며 “메인프레임으로 리눅스, 윈도까지 다 접근하게 돼 비용혜택이 더 크다”고 밝혔다.
IBM은 “메인프레임과 윈도를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ERP에서 비즈니스 분석 및 트랜잭션 처리에 이르기까지, 특정 애플리케이션에 최적인 플랫폼을 선정함에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며 “프론트-엔드 윈도우 애플리케이션이 메인프레임 상의 데이터에 액세스하거나 다른 메인프레임 애플리케이션과 통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사이징?'…메인프레임이 유닉스를 대신한다
IBM의 솔루션을 이용하면 유닉스, x86 등의 다양한 서버들이 메인프레임을 중심으로 하나의 풀로 묶일 수 있다. 하드웨어 자체는 여러 종류로 구성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회사의 IT환경은 메인프레임 하나다.
계층으로 보면, 메인프레임-유닉스-x86 등으로 구성된다. 다만, 메인프레임과 유닉스의 성능을 따지면 유닉스의 역할을 메인프레임이 모두 대체할 수 있다. 때문에 실질적인 계층구조는 ‘메인프레임-x86'이 된다. 굳이 유닉스를 도입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형남석 한국CA테크놀로지 메인프레임사업본부 전무는 “IBM의 전략은 메인프레임이 유닉스의 자리로 들어가면서 3계층 구조를 2계층으로 줄인다는 것”이라며 “이렇다면 유닉스 없이 메인프레임과 x86만 사용하는 게 당초 목적을 달성하는 데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이는 기존 IBM 유닉스 환경을 메인프레임에 연결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새로운 유닉스 도입을 필요없게 만든다는 의미다. IBM 유닉스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시장의 신규수요를 줄이는 효과를 부른다.
실제로 국내 시장의 경우 차세대 프로젝트를 대부분 빅뱅식으로 진행한다. 메인프레임은 한번 도입하면 장기간 사용하기 때문에 해당 고객은 유닉스를 도입할 가능성이 적다. 2009년 메인프레임으로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한 동부화재는 유닉스 시스템을 걷어내고 메인프레임으로 교체하고 있다.
■'한 지붕 두 가족' 내부 충돌 야기
한국IBM은 국내 유닉스 시장에서 한국HP와 양강구도를 형성하면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IDC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국내 유닉스 서버시장에서 한국IBM은 49.6% 점유율을 차지했다. 한국HP의 점유율은 41.5%이다.
또한, 메인프레임이나 유닉스 환경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금융권의 경우 위험성에 대비해 분산형 시스템을 구축한다. 통합에 따른 이점보다는 장애 대비에 주력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IBM 내부적으로 시스템z사업과 유닉스 사업의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 이미 IBM, HP 등 서버 사업부 간 내부 경쟁은 일반적이지만, 그 크기를 더 키우는 계기라는 것이다. 일례로 IBM의 DW·BI 사업은 기존 DB2와 네티자 간 내부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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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서버업계 관계자는 “영업 현장에서 한 회사의 다른 사업부끼리 부딪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며 “IBM의 메인프레임 집중이 서버사업부 간 내부 충돌을 야기할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메인프레임 중심으로 모든 것을 통합하겠다는 전략은 나름 일리있지만, 이미 시장이 개방형 시스템을 선호하고 있어 실효성을 거두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