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된 '메인프레임의 귀환'...BC카드 차세대 포기

일반입력 :2011/09/07 11:22    수정: 2011/09/07 11:27

김효정 기자

IBM 메인프레임의 화려한 귀환이 무산됐다. 지난달 30일 BC카드가 메인프레임 기반의 차세대 시스템 개발을 사실상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금융권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왔던 메인프레임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절대 죽지 않는 시스템'으로 인식되며 비싼 가격과 유지보수 비용에도 불구하고, 금융권 주전산시스템을 장악했던 메인프레임. 그러나 메인프레임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보다 효율적이고 안정성까지 인정 받은 유닉스에 왕좌를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BC카드 프로젝트는 '왕(메인프레임)의 귀환'이라고 불릴 정도로 메인프레임과 IBM에게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메인프레임의 부활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BC카드 측은 지난 2009년 시작한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포기했다. 이에 대해 BC카드가 밝힌 주된 포기 이유는 '승인시스템의 불안'이다.

7일 BC카드에 따르면 (차세대 프로젝트) 승인시스템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었다라며 금융IT는 안정화가 우선인데 승인이 불안하다면 고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중단하기에 이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BC카드 차세대 프로젝트 개발 중단은 이미 전조를 보여왔다. 예정된 오픈 일정 시기를 두차례나 연기해 왔던 것이다.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완료 시기가 연기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개발 자체가 중단된 경우는 드물었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온갖 추측이 나돌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는 미지수다. 프로젝트 참여사들이 굳게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장비 공급과 설계를 맡은 IBM의 설계 잘못, SI업체인 LG CNS의 운영 미숙, 그리고 공개할 수 없는 BC카드 내부 문제 등 현재까지는 원인 불명이다.

BC카드 차세대 개발본부장이었던 이정규 이사는 현재 차세대 프로젝트와 관련된 업무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해 언급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차세대 개발본부장으로 임명됐던 이 이사는 다시 CIO로 복귀했다.

■중단 원인 '오리무중'...IBM, 메인프레인 이미지 타격

BC카드 측은 차세대 프로젝트를 중단한 것은 확인해 줬지만, 그 원인이나 책임소재, 향후 시스템 개발 재개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IBM의 경우 뚜렷한 언급은 회피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메인프레임 사업에 있어 큰 피해를 입게 됐음에도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한국IBM의 한 관계자는 고객의 업무 진행에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의 발단이 IBM의 설계 잘못이냐는 질문에는 우회적으로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반면 LG CNS 측은 계약에 따라 충실히 프로젝트를 이행해 왔으며, 현재 BC카드에 투입됐던 인력을 철수하는 과정에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LG CNS 관계자는 계약, 비용 등과 관련해 BC카드와 협의 중으로 서로 원만하게 해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부에 프로젝트 중단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 잘잘못을 가리기 힘든 상태지만 BC카드 내부에서 법적인 문제를 검토 중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고 밝힌 LG CNS를 제외하고 BC카드와 IBM 간 책임 공방이 예상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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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책임 소재를 따지기 앞서 메인프레임 부활을 꿈꾸던 IBM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프로젝트 중단 이유가 승인시스템의 불안정이라고 시스템적으로 문제점이 지적됐기 때문이다.

한편 BC카드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개발이 완료된 개별 과제들을 십분 활용해 자사 시스템에 점진적으로 적용해 갈 계획이다. 또한 차세대 시스템 재구축 여부는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