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BC카드 인수 왜?

일반입력 :2009/10/01 12:13

김효정 기자

KT가 자회사인 KT캐피탈을 통해 BC카드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사의 금융업 진출은 막강한 가입자를 기반으로 한 이동통신-금융 융합서비스 제공을 통해 차세대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SK텔레콤이 하나카드 지분인수에 나서고 있어 추후 양사의 경쟁도 흥미롭다.

KT는 1일 한국거래소가 요구한 'BC카드 인수 추진 보도' 조회공시 답변으로 "자회사 KT캐피탈이 검토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이 없다"고 공시했다. 여기에 덧붙어 "향후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면 6개월 이내에 즉시 재공시 하겠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KT의 BC카드 인수 추진은 하나카드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경쟁사 SK텔레콤의 대응 차원으로 보고 있다. 또 이번 조회공시에서 인수설을 부인하지 않은 것이 BC카드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KT는 지난 30일 BC카드의 2대주주인 우리은행이 가진 BC카드 지분 27% 인수의향을 전달한 바 있다.

BC카드 지분 인수를 통한 KT의 금융업 진출은 경쟁사 대응 차원도 있지만, 통신 서비스의 이종간 융합에 따른 신성장동력 창출에 더 큰 비중을 둘 수 있다.

근래 들어 이통사들은 모바일 뱅킹, 휴대폰 결제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내놓았고, 특히 3G 시대로 들어오면서 가입자인증모듈(USIM) 기반 WCDMA 휴대폰을 매개체로 한 금융서비스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

이미 SK는 신한카드와 제휴를 맺고 USIM뱅킹 및 신용카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의 하나카드 인수가 성사될 경우, SK텔레콤은 2천400만이라는 이동통신 가입자를 '휴대폰-카드' 잠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이 중 3G 가입자인 1천340만명(올 12월 예상치)은 최우선 영업대상이 된다.

이 때문에 KT 역시 금융업 진출을 좌시하고만 있을 수 없다. 현재 IPTV 기반의 T커머스 및 IPTV용 신용카드 사업을 추진 중인 KT는 KTF 합병 이후 휴대폰-카드 사업 진출에 나서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난 5월 지디넷코리아 인터뷰에서 이통사들이 USIM 탑재를 통해 금융서비스의 주체로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통사가 USIM을 통해 가장 원하는 것은 금융서비스다. 현재는 이통사가 단순히 VAN사업자(중개업자) 역할을 대신하는 수준이지만, 향후 직접 금융계열사를 설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이통사가 금융기관과 제휴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왔었다면, 앞으로는 자사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직접적인 수익 창출을 시도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KT는 집전화 및 초고속인터넷 시장지배적사업자로, 또 이동통신 2위 사업자로 SK텔레콤을 능가하는 가입자 기반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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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인수 건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BC카드의 이동통신재판매(MVNO) 시장 진출이다. 최근 BC카드가 제4의 이동통신사업자로 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이 업계에 돌고 있다. 그동안 MVNO는 케이블TV진영이 유력할 것으로 알려졌었지만, 3천900만명에 달하는 회원을 보유한 BC카드의 진출설이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 경우 KT로서는 SK텔레콤을 제치고 이통시장 1위자리까지 넘볼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KT의 발표대로 아직 BC카드 지분 인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SK텔레콤의 하나카드 지분 인수와 함께 양사의 금융업 진출이 결정된다면 국내 통신시장은 통신방송 융합 이슈에 이어 통신금융 융합 시장에서 한차례 격돌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