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드웨어를 한국 기업처럼 느끼게 할 것”

일반입력 :2011/12/16 15:53    수정: 2011/12/17 10:33

“고객이 라드웨어코리아를 한국 기업처럼 느끼게 하겠다.”

지난 14일 만난 김도건 라드웨어코리아 대표는 내년 목표를 이같이 밝혔다. 외국계 기업의 한국 지사장이 하는 가장 일반적인 인사치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한국기업처럼’이란 표현은 가볍지 않았다.

라드웨어는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기업이다. 국내에 진출한 여느 글로벌 기업과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김도건 대표의 발언이 가볍지 않은 이유는 실제 행동에 옮겨 만드는 성과때문이다. 김 대표는 어느 해외업체보다 한국 지향적이고, 한국 고객에 집중하는 회사라고 강조한다.

“알테온은 한국 시장에 맞는 제품 설계를 많이 했습니다. 그걸 관철하려고 본사와 싸우기도 많이 했죠. 본사의 CEO는 저보고 라드웨어 직원인지 헷갈릴 때 있다고 할 정도에요. 하지만 저는 한국에서 장사하려면 한국에 맞춰서 사업을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외국에서 제품 잘 만들었으니 받아들이라는 주장은 인정못합니다.”

최근 출시된 알테온5224란 제품은 한국형 제품으로 소개됐다. 본사에서 출시된 제품이 한국 고객의 요구사항을 대거 수용했다는 점이 재밌다. 알테온 5224는 압도적인 물리적 인터페이스 개수와 필요에 따라 최대 14Gbps까지 확장 가능한 대역폭 성능을 지원한다. 라드웨어 ADC-VX를 적용하면 최대 24개의 가상 ADC 인스턴스를 생성할 수 있다.

“5224말고도 라드웨어 제품은 한국 입김으로 만들어진 게 많습니다. 본사로서도 한국팀이 조언해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CEO도 말로 표현은 안하지만 힌트를 한국에서 많이 얻어갑니다. 한국서 경쟁력 있으면, 중국, 일본, 해외 어디서든 다 통한다고 보기 때문이죠. 때문에 고객 피드백에 따른 선순환이 잘 일어나고 있습니다.”

라드웨어코리아는 ‘알테온’이란 제품으로 국내 L4/L7스위치, 혹은 애플리케이션 딜리버리 컨트롤러(ADC) 시장 1위를 달리는 회사다. 업계는 알테온의 점유율을 50%까지도 바라보고 있으며, 이 회사 내부조사 결과로는 41% 수준이다.

한국지사의 글로벌 매출 비중은 7%에 달한다. 다른 외국계 기업의 한국지사 매출규모가 전체의 1%도 안되는 걸 상기하면 엄청난 기여도다. 김 대표는 계속 한국 고객의 목소리가 제품 개발에 반영돼 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라드웨어코리아의 성적을 사람으로 돌렸다. 파트너와 회사 직원들의 노력의 결과라는 것이다.

“파트너의 이익에 철저하게 충실하해야 한다고 모든 직원에게 각인시킵니다. 그래야 파트너가 움직여주기 때문이에요. 또, 직원들에게 성적좋다고 뻣뻣해지지 말라고 합니다. 파트너가 이익을 챙기고 건강해야 우리가 생존한다고 얘기하죠. 직원 만족도도 신경을 많이 쓰고요. 라드웨어코리아는 매우 좋은 트랙에 들어섰습니다. 파트너, 직원, 제품, 본사지원 모든 체제가 일을 잘 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렇다면 ADC 가상화는 어떻게 될 지 궁금해진다. 1년 전 같은 장소에서 만났던 김 대표는 올해를 ADC 가상화의 원년이라며 폭발적인 성장을 예고했었다.

“가상화에 대한 고객들의 스터디 시간은 지났고, 어떤 방법으로 할 지 로드맵을 준비하는 기업이 조금씩 나오는 상황입니다. 고객들이 가상ADC란 개념을 거리감없이 받아들이고, 이해도 빨라요. 그런 측면에서 서로 준비가 되지 않았나, 내년엔 투자가 직접 일어나는 수준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라드웨어는 ADC 가상화를 2년 간 충분히 준비해서 어느 경쟁사보다 준비를 잘했습니다. 가상화는 결국 비용절감인데, 어떤 벤더가 가장 효율적으로 서버비용이나 ADC 비용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에 성패가 달렸지요. 올해 좋은 교두보 마련됐다고 봐요.”

아쉽지만, 그의 1년 전 예상은 조금 빗나갔다고 볼 수도 있다. 이는 유난히 서버 가상화가 널리 확산되지 않은 한국의 특성 탓이 클 것이다. 김 대표는 다른 측면을 짚었다.

“문화적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은 서버와 네트워크 부서가 뚜렷하게 나뉘죠. 가상화는 자칫 타 부서의 영역을 넘어서기도 하는데, 참견받는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또, 한국 기업이 가상화를 기술적으로 모른다기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한다고 봐요. 이게 내년엔 분명히 달라집니다. 경제위기 때문이죠. 내년 가장 확실한 화두는 ROI, 적은비용으로 큰 효과에요. 모든 IT 분야 담당자가 이 질문에 직면하고, 압박받게 될 겁니다. 가상화는 분명히 들불처럼 번져갈 것입니다.”

가상화에 이은 클라우드로 넘어가면 내년부터 조금의 변화폭이 감지되고 있다. 국내 대형 통신 기업이 알테온-VX를 도입해, 퍼블릭 클라우드로 가상 ADC를 공급하는 서비스를 내년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통신사가 라드웨어의 가상ADC를 만들어 사용량만큼 고객에게 판매하는 클라우드 리셀러로 나서는 것이다.

라드웨어코리아는 4년 연속으로 매년 20%대 성장해왔다. 하지만 수년째 공공시장에서의 부진도 눈에 띈다. 국산업체들이 공공시장에 공격적으로 나선 영향이다.

“국산 솔루션이 알테온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에 가장 손쉬운 곳이 공공시장입니다. 가격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비슷한 성능에 좋은 가격이라면 알테온을 살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동안 가상화에 집중하다보니 신경을 많이 못 쓴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내년부터는 붙어볼 생각입니다. 소프트웨어 방식에 좋은 서버, 애플리케이션, VM웨어 솔루션까지 하나로 합쳐지면 큰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생각하고요. 가격도 요구에 맞추고, 좋은 솔루션으로 접근할겁니다.”

라드웨어는 내년 6월경 새로운 플랫폼으로 '알테온6'를 출시할 계획이다. 퍼포먼스를 대폭 향상시킨 제품이 될 것이란다. 김 대표는 또 IDC 한 층을 커버할 수 있는 섀시형 제품 '알테온20000'도 내년 중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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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내년 목표를 건강한 성장으로 잡았다. 매출확대보다 고객 지원에 신경쓴다는 의미였다.

“내년 목표는 건강한 성장입니다. 라드웨어의 솔루션이 고객 네트워크 속에 들어가 제값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할겁니다. 더 고객에게 투자하고, 파트너의 더 많은 이익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