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블랙베리!...추락 어디까지

일반입력 :2011/12/09 09:00    수정: 2011/12/09 10:51

이재구 기자

블랙베리폰으로 유명한 리서치인모션(RIM, 림)이 2달전 공개한 자사의 차세대 블랙베리폰 운영체제(OS) 이름인 ‘BBX’란 명칭을 결국 부르지 못했다. 뉴멕시코소재 베이시스인터내셔널이란 중소SW 업체와 같은 이름을 쓰고 있는 가운데 상표권 분쟁에서 패소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달전 발표한 차세대 OS라면서 발표한 BBX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급냉시킨데다 신뢰성에도 치명타를 입게 됐다.

게다가 시점도 나쁘다. 미 뉴멕시코연방법원이 6일 림은 ‘BBX’라는 블랙베리 최신 제품용 OS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판결에 내림에 따라 현재 싱가포르에서 개최되고 있는 자사 주최 IT컨퍼런스에서도 결국 이름을 포기하는 수모를 감수해야 했다. 림은 행사에서 'BBX'란 이름대신 '블랙베리10'으로 이름을 바꿔 불러야 했다.

주요 외신들은 7일(현지시간) 림이 BBX폰 이름을 버렸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 6일 미 뉴멕시코연방법원은 림과 베이시스인터내셔널이란 이름의 중소SW업체와의 BBX상표권 분쟁을 둘러싼 판결에서 림에게 BBX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말라고 판결한 바 있다. 베이시스는 림과 분야가 다른 중소 SW업체로서 이미 1985년 SW를 소개한 바 있는 회사다.

■2달전 공개한 차세대OS BBX분쟁 패소...자체 행사에서도 못불러

미연방법원의 림에 대한 BBX 명칭 사용 금지명령은 현재 싱가포르에서 3일 일정으로 진행중인 림 주최 기술컨퍼런스 기간 중 효력을 발휘했다.

판결은 비록 3일이라는 짧은 싱가포르 행사 기간 중에 ‘BBX'라는 제품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지만 림에게는 ‘엄청난 법적 패배’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

림은 차세대 블랙베리폰을 내년에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이런 망신을 당하며 수렁에도 빠져있다.

외신들은 안그래도 림은 매출이 끝간 데 모르게 추락하고 있고 충성고객이탈이 가속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여기에다 더욱더 고객들의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불이확실성의 골을 더욱 깊게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마이크 라자리디스 림 공동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월에 BBX라는 이름을 차세대 블랙베리폰 OS로 발표한 바 있다. 림은 6일(현지시간) 판결에 대한 발표문을 통해 BBX라는 이름을 버릴 가능성이까지 있다고 밝혔다.

림은 사태가 이렇게 진전되자 “림은 전통적으로 소송중인 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지만 이미 새로운 차세대 모바일 블랙베리폰 이름을 공개했다”면서 “새 이름은 ‘블랙베리10’”이라고 밝혔다.BBX가 ‘B(Black)B(Berry)X(10)’였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외신들은 블랙베리가 BBX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위한 이 소송에서 완전히 패배를 인정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판결이 림에게 더욱 끔찍한 것은 지난 주 이 회사 실적 결산결과다. 이 회사는 최근의 심각한 매출 위축세와 이에따른 70% 이상의 주가하락에 따른 분석가들의 경고를 반영하듯 올해 연간 예상 매출규모를 끌어 내렸다.

게다가 지난 10월 3번이나 서비스중단사태까지 겪은 것도 전세계 고객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언제 또다시 이런 사태가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주면서 고객이탈 가속화 우려까지 낳은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플레이북 판매도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어 타이완의 제품생산업체가 생산라인을 없애버렸을 정도라는 소식까지 들리고 있다.

■새 블랙베리폰 지연에 또 지연...BBX악재까지

지난 해 림은 QNX라는 강력한 OS를 인수했고 이를 기반으로 차세대 휴대폰에 기존의 블랙베리 OS대신에 QNX를 이식할 준비를 해 왔다. QNX를 바꾼 것이 BBX였는데 결국 이 이름은 부르지도 못한 채 싱가포르에서 OS플랫폼을 발표하면서 다른 이름 ‘블랙베리10’이란 이름으로 올린 셈이 됐다.

림의 임원들은 블랙베리판매가 떨어지고 시장점유율이 급전직하 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 OS가 회사에 아주 중요한 것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새 OS등장의 기대감과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여전히 불투명한 차세대 블랙베리 출시 일정과 플레이북의 판매부진이 림의 앞날을 오리무중으로 만들고 있다.

올초 림의 임원들은 블랙베리폰이 내년 초에 나올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지만 이후 계속 말을 바꿔오고 있다. 많은 시장 분석가들은 이제 이 블랙베리폰이 내년 하반기에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BBX라는 이름과 관련, 림은 베이시스인터내셔널과 법정에서 싸움을 지속할 수 있다. 또는 법정밖에서 화해하는 방식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관련기사

이런 큰 건 말고도 사소한 사건들이 블랙베리라는 세계적 명성의 휴대폰을 만든 림을 명성을 더 퇴색시키고 있다.

이번 주 초 림은 토론토-베이징 노선에서 운항중인 비행기를 회항시키는 소동을 빚은 두명의 직원이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받자 두명을 해고하기도 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자카르타에서 열린 블랙베리 홍보행사가 폭동으로 변하면서 인도네시아 경찰이 이 행사를 조사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