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들고다니는 슈퍼컴퓨터 '엘리트북 8760W'

일반입력 :2011/11/29 10:05    수정: 2011/11/29 10:10

봉성창 기자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노트북의 등장은 우리 삶을 크게 바꿨다. 세계 최초의 노트북으로 불리는 도시바의 T1100은 지금과 비교하면 성능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6kg에 달하는 무게에도 불구하고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요즘에는 2kg만 넘어도 휴대성을 강조했다는 말을 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가볍고 성능 좋은 제품이 적잖다. 게다가 수년전에는 동급 대비 조금만 가벼워도 가격이 훌쩍 비쌌지만 이제는 적당한 성능과 가벼운 무게 및 얇은 두께를 가지고도 매력적인 가격을 가진 제품이 많다.

이러한 가운데 3.6kg에 달하는 거구에다가 최소 가격이 300만원이 훌쩍 넘는 노트북을 사려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컴맹이거나 혹은 사악한 판매업자에게 사기를 당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런데 그 노트북이 일반 컴퓨터가 아니라 슈퍼컴퓨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흔히 슈퍼컴퓨터 하면 방 전체가 빼곡이 서버랙으로 가득찬 것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것을 노트북으로 만들었다고 하면 3.6kg은 획기적으로 가볍다는 말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HP 엘리트북 8760W는 워크스테이션급 노트북이다. 이 제품은 최근에는 코어와 GPU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덕분에 슈퍼컴퓨터 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 컴퓨터에 탑재된 그래픽카드인 쿼드로 시리즈는 최대 384개의 쿠다(CUDA)코어와 페르미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고성능 컴퓨팅 성능과 무거운 그래픽 작업 모두를 원활하게 처리해낸다. 바야흐로 모바일 슈퍼컴퓨팅의 시대다.

■차고도 넘치는 성능 '과시'

HP 엘리트북 8760W은 일반적인 노트북에 비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넉넉한 사양을 자랑한다. 모바일 코어 프로세서로는 최상위급 제품인 인텔 2세대 코어 프로세서 i7-2820QM을 비롯해 8GB DDR3 메모리, 750GB HDD가 탑재됐다.

풀HD 해상도를 지원하는 모니터는 17.3인치로 대단히 큰 편이고 무게도 3.47kg에 달해 일상적으로 휴대할 수 있을만한 제품은 결코 아니다. 큰 덩치에 맞게 4개의 USB 포트와 각종 입출력 단자를 충실하게 갖췄다. 여기에 HP 엘리트북 특유의 강인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이 더해졌다. 다만 최근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영상단자인 HDMI를 지원하지 않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이 정도 사양의 중소 PC업체 제품이라면 200만원 이하로도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 주목해야할 부분은 바로 그래픽카드인 쿼드로 시리즈다. 8760W에는 쿼드로 모바일 시리즈 그래픽카드가 탑재돼 있다. 2D 및 3D 그래픽과 연산 집약도면에서 발군의 성능을 과시하는 쿼드로 시리즈는 최근 몇년간 엔비디아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GPU 슈퍼컴퓨팅의 핵심 제품이다.

이밖에도 LED 백라이트를 지원하는 풀 사이즈 키보드, 최대 6개의 버튼이 포함된 멀티터치 패드, 스마트 카드리더 등 비싼 몸값에 걸맞는 다양한 부가 장치를 지원한다.

■모바일 슈퍼컴퓨터, 전문가 소비자층 '겨냥'

일반적으로 PC 사양이 높으면 무엇보다 게임하기에 좋다. 그러나 게임을 하기 위해 HP 엘리트북 8760W는 결코 적당하지 않다. 안된다는 것이 아니라 애당초 용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수백만원짜리 그래픽카드로 게임을 한다고 2D게임이 3D로 바뀌는 것도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HP 엘리트북 8760W 같은 제품은 누가 쓸까?

기본적으로 고해상도 이미지 작업을 주로 하는 일러스트레이터나 혹은 3D 설계를 주로하는 엔지니어들에게 적합하다. 전통적으로 쿼드로 그래픽카드가 이러한 이용자층을 겨냥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통 이러한 직업을 가진 사람은 이동하기 보다는 앉아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 HP 엘리트북 8760W가 그리 잘어울린다고 보기는 어렵다. 풀HD급의 17인치 모니터는 노트북으로는 훌륭하지만 24인치도 작게 느껴지는 요즘 데스크톱 모니터과 비교하면 분명 협소하다.

그러나 슈퍼컴퓨터 개념으로 접근하면 사용자 층은 훨씬 넓어진다. 무엇보다 최근 이러한 슈퍼컴퓨팅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보다 광범위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자연 과학 분야에서 주로 사용되던 모바일 슈퍼컴퓨팅은 지난해부터 물리학, 천문학, 양자역학, 생물학 등 다양한 학문과 파이낸스 리스크 매니지먼트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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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선물옵션 거래를 하는 주식투자자가 미국 밀 작황을 미리 예측하기 위해 데이터를 산출한다거나, 휴대폰 회로 설계를 담당하는 연구원이 집과 회사에서 쉬지 않고 일을 해야 모바일 슈퍼컴퓨팅이 활용될 수 있다.

물론 HP 엘리트북 8760W가 여러 대의 PC를 병렬 연결한 고가의 데스크톱 슈퍼컴퓨터 정도의 성능을 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개인이 사용하기에는 충분하다. 즉 이공 계열을 탐구하는 학자나 혹은 이를 바탕으로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연구원에게 HP 엘리트북 8760W는 가장 간편하면서도 충분한 만족감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