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업체 SAP가 자체 기업용 앱스토어 전략을 구체화하면서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 시장에 승부수를 띄웠다. 포화 상태인 기업 솔루션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기 위해 자사 주력 품목인 기업용 애플리케이션과 모바일 앱을 활용해 독자적인 앱스토어 생태계를 갖춰나갈 계획이다.
이를 보도한 미국 지디넷은 지난 9일 SAP가 지난 35년동안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애플같은 플랫폼 사업자가 아니었기에 외부 개발자들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팔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유통해줄 필요 없이 직접 개발한 제품 판매에만 주력하면 그만이었는데, 매출면에서 업계 1위로 뛰어오르면서 사업상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평했다.
보도에 따르면 SAP는 전사적 자원 관리(ERP), 고객 관계 관리(CRM),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애널리틱스(BA) 부문에서 시장 선도 업체로 성장했다. 그사이 SAP 주력 부문인 엔터프라이즈 시장은 성숙 단계에 이르러, SAP가 향후 성장을 위해 풀어야 할 문제로 떠올랐다.
■에코허브에서 모바일용 SAP스토어까지
기로에 선 회사가 지난 2008년 선보인 대안은 'SAP 에코허브(Ecohub)'라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다. 파트너 솔루션과 소프트웨어를 이곳에서 유통시킬 수 있었다. 당시 독립 애널리스트 데니스 하울렛은 '직접 만든 것 아니면 안 파는 회사'로 비쳐온 SAP 입장에서 신선한 시도로 읽혔다고 평했다. 회사는 3년 뒤 에코허브와 다른 경로를 통해 1천개 협력사가 만든 애플리케이션을 더 제공하기에 이른다.
더 과감한 행보는 지난해 58억달러에 사이베이스를 사들인 것이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SAP가 애플리케이션 부문에 주력해온 것과 달리 사이베이스는 미들웨어와 플랫폼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즉 사이베이스는 일상적으로 파트너와 개발자 생태계를 육성해 자사 '사이베이스 언와이어드 플랫폼(SUP)'에서 돌아가거나 'ASE 데이터베이스(DB)'에 연결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장려해왔다. SUP는 기업들이 한 번 개발한 모바일 앱을 iOS와 안드로이드 등 여러 플랫폼에 동시에 배포할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이다.
이어서 지난해 SAP가 직접 운영하는 엔터프라이즈 앱스토어 '모바일 앱용 SAP 스토어'를 출시한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모바일 앱용 SAP 스토어는 파트너들이 만든 SAP 및 SUP 인증 앱 50개 이상을 제공한다. 그 품목은 생산성과 세일즈 지원부터 인적자산관리(HCM)까지 다양하며 iOS, 블랙베리 등 여러 플랫폼을 지원한다.
이 앱스토어는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2일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사파이어나우'와 '테크에드' 컨퍼런스를 통해 SAP 중심의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는 핵심 전략으로 소개됐다. 현재 베타 버전이다. 향후 SAP는 기존 애플리케이션과 연결되는 모바일 앱을 더 많이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확충하는 모바일 앱 가운데 80%를 파트너가 만들도록 할 방침이다.
SAP는 최근 행사를 통해 확인된 성과도 나쁘지 않다고 자평했다. 20개 협력사들이 200개 앱을 선보였고 이가운데 100개 앱은 'SAP 파트너 모바일 앱 카탈로그'에 등록됐다.
■SAP 앱스토어 전략과 비전
개발자와 협력사들이 아무런 기대 없이 실험적으로 모바일 앱용 SAP스토어와 다른 SAP관련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이에 대해 우스만 셰이크(Usman Sheikh) SAP 에코허브 담당 부사장은 자사 앱스토어 발전방향과 지원목표를 통해 개발자와 협력사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우선 현재 ▲SUP기반 모바일 앱들이 온디맨드 상태로 SAP 비즈니스 스위트를 지원하고 ▲SAP스토어가 iOS용 모바일버전과 일반 웹사이트에서 제공되며 ▲내년부터 실제 애플리케이션을 검색하고 내려받을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또 향후 ▲SUP기반 모바일앱과 '바이디자인'같은 SAP가 지원하는 모바일 호환 플랫폼을 확산시키고 ▲업무특성별(LoB) 사용자와 기업 IT담당자의 요구를 충족하고 ▲기업 인증과 결제 프로세스를 지원하고 ▲일반 소비자를 위한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UX)을 선사하고 ▲여러 모바일 플랫폼과 단말기를 아우르는 앱을 확보해 단일 앱스토어로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다.
SAP는 자사 모바일 앱스토어를 통해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특화된 앱을 제공할 계획이다. 사용자들이 원하는 앱을 찾아 결제와 다운로드하는 단계들이 모두 현업 사용자를 겨냥한 쉬운 과정으로 진행되게 하고, 그 앱 자체는 기업간 거래에 특화된 이점을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구매시 신용카드 결제나 지출결의서 요청을 위한 영수증 신청을 선택케 하고, 대량구매에 따른 할인율 적용을 지원하고, 사용자 단말기와 OS 버전에 따라 앱이 호환되는지 여부를 점검하고, 해당 앱들이 사용자들의 기간시스템과 호환됨을 보장하는 SAP 인증같은 검수과정을 지원하는 것 등이다.
또 SAP는 대표적인 LoB 사용자들에게 필요한 앱을 빠르게 지원하고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iOS 플랫폼에 한해 특화된 앱스토어를 제공한다.
향후 모바일용 SAP스토어는 사이베이스의 모바일 기기 관리(MDM) 솔루션 '아파리아'와 긴밀하게 통합될 예정이다. 셰이크 부사장은 SAP는 몇 주 안에 아파리아를 구축한 기업들이 SAP스토어를 직접 구축해 신규 앱 설치와 설정 관리 등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나아가 아파리아가 앱스토어에 접근하는 직원들의 역할을 인식하고 관련돼 있는 앱들만 화면에 표시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예고했다.
이어 모바일용 SAP스토어는 SUP 기반 앱만이 아니라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 '비즈니스 바이디자인'이나 '넷위버 게이트웨이'같은 다른 기술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익분배는 '85:15'…개발자 지원정책
애플 앱스토어보다 SAP스토어 개발자들이 얻는 수익율이 더 높다. SAP는 앱 라이선스든 서브스크립션 매출이든 개발자들이 거둬들이는 수익의 15%만 떼고 개발자들이 85%를 얻게 한다. 애플 앱스토어의 수수료 30%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셰이크 부사장은 SAP는 처음엔 무료 제공하고 향후 앱내결제(IAP) 등의 방식으로 유료화시킬 수 있는 앱을 만드는 개발자들의 바람을 '존중'할 것이라며 개발자들은 (경쟁사 앱스토어처럼) 배타적인 규약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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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들이 SAP스토어에 올린 앱은 판매되기 전에 검수를 거친다. 앱을 등록하는 비용은 연말까지 무료라고 SAP측은 언급했다. SAP스토어가 당장 주력할 대상은 SUP기반으로 만들어졌거나 SAP 애플리케이션을 돌리는 서버와 직접 연결되는 앱들이다. 향후 기존 SAP소프트웨어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기 좋은 범용 생산성툴, 비즈니스용 앱들이 더 많이 지원될 것으로 회사는 전망한다.
SAP가 갈 길이 멀다. 앞서 자사 앱스토어를 통해 신용카드결제나 사용자 역할에 기반해 걸러진 선택적 앱 제공 기능을 예고했지만 이는 내년 상반기까지 구현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