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에서 스토리지와 서버는 오랜 벗이었다. 동시에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고, 침범하지 않았다. 서버와 스토리지는 프로토콜을 통해 명령어를 교환할 뿐이었다. 오랜 친구는 새 시대를 맞아 그동안 존중했던 경계선을 넘으려 한다.
형태는 스토리지의 영혼이 서버영역에 들어가고, 서버의 영혼이 스토리지에 들어가는 것이다. 오라클, 델, EMC가 이같은 시도를 주도하고 있다. 서버와 스토리지를 연결하던 SAN 프로토콜을 버리고 직접 연결하려 한다. 과거 방식을 고수하는 회사도 있다. 넷앱, HDS 등은 여전히 어레이와 컨트롤러의 독립성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오라클, 델, EMC 등의 시도는 경계선을 넘는다기보다 허무는 것에 가깝다. SAN 프로토콜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NoSAN이라 부를 만한 새로운 시도가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NoSAN의 불씨에 기름을 부은 물건은 ‘엑사데이터’였다. 또, EMC와 델이 상용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무너지는 전통, ‘엑사데이터’
전통적인 스토리지의 축은 두 갈래다. 블록에 기반한 스토리지 네트워크(SAN)로 EMC가 시장을 주도했다. 다른 한 편은 네트워크 스토리지(NAS) 혹은 파일 스토리지로, 넷앱이 급부상할 수 있었던 시장이다. EMC와 넷앱은 이후 각 영역을 합친 유니파이드 스토리지란 콘셉트를 주도하고 있다.
스토리지 어레이는 복수의 컨트롤러나 엔진을 모듈러 형태로 디스크 박스 선반에 얹어 만들어진다. 컨트롤러는 파이버채널(FC)나 SAS에 연결되며, 데이터 저장을 제어한다. 서버에 위치한 애플리케이션은 SCSI 커맨드를 블록이나 파일 어레이에 보내 데이터를 읽어낸다.
이같은 스토리지의 개념은 오랜 생명력을 유지했다. 전통적인 스토리지를 깨기 위한 첫번째 시도는 과거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서 일어났다. 구글의 첫 투자자로도 유명한 앤디 벡톨샤임 썬 공동창업자(현 아리스타네트웍스 회장 겸 최고개발책임자)가 아이디어의 창안자다.
벡톨샤임은 서버와 스토리지를 한 박스 안에 모으는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생각해냈다. 서버가 스토리지 데이터를 읽고 쓸 때 속도를 높이려면 가까이 붙어야 하고 연결을 단순화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이 아이디어는 2008년 썬의 파이어 X4500으로 상용화됐다. 이 때 기반 환경으로 동원된 ZFS 덕분이었다.
벡톨샤임의 아이디어가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오라클이 썬을 인수하고 나서부터다. 그의 생각은 더욱 강한 추진력을 얻어 마침내 엑사데이터로 태어났다. 엑사데이터는 SAN을 사용하지 않는다. NoSAN이라 부를 만하다.
■스토리지의 서버 영역 침투, ‘라이트닝’
EMC는 NoSAN보다 No Server SAN으로 접근한다. EMC의 작업은 서버에 스토리지를 집어넣으려는 시도와, 서버를 스토리지 내부로 끌어들이는 두 갈래로 진행된다.
일단 서버와 스토리지의 독립성을 유지하려는 시도가 있다. 이는 VM웨어 V스피어 환경과 통합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서버에서 실행되는 가상서버(VM)를 스토리지 컨트롤러로 가져와 운영하는 것이다. VAAI, VASA 등 VM웨어 V스피어5의 기능과의 통합이 이같은 목표를 향한 시발점이다.
컨트롤러 영역에 들어온 애플리케이션 서버는 이더넷이나 FC 대신 어레이 자체적인 내부 네트워크를 사용한다. VMAX의 버추얼 매트릭스가 한 예다. SAN 액세스가 일어나지 않는다.
EMC의 또다른 시도는 ‘프로젝트 라이트닝’이다. 5월 EMC월드에서 공개된 이 프로젝트는 올해말 첫 제품 출시를 앞두고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오라클 오픈월드2011 기조연설에서 펫 겔싱어 COO는 라이트닝 카드 실물을 들고 나타나 주목을 받았다.
라이트닝은 스토리지의 SSD를 PCIe카드로 만든 것이다. 이 카드는 서버의 슬롯에 끼워져, 빈번히 사용되는 데이터를 저장하게 된다. 서버의 DRAM 캐시를 확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데이터를 스토리지에 저장하지 않고 DRAM 영역에 저장시켜 액세스 속도를 더 빠르게 하겠다는 것이다.
허주 한국EMC 이사는 “라이트닝은 기존 3개의 계층이었던 스토리지에 티어0를 만들어낸다는 의미”라며 “서버에 꽂히지만 스토리지 계층으로 포함되는 이유는 제어를 스토리지 SW인 FAST로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의 스토리지 영역의 저장매체는 SSD-SAS/FC-SATA 등 3계층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라이트닝 카드는 티어0로서 가장 빈번히 사용되는 데이터를 스토리지 영역까지 보내지 않고, 서버의 CPU와 직접 통신한다. 데이터의 사용빈도가 줄어들면 스토리지 영역에 저장한다.
라이트닝은 서버에 위치하지만 제어는 스토리지 컨트롤러에 설치되는 FAST의 몫이다. 데이터 사용빈도를 체크해 자동으로 이동시키는 FAST는 EMC가 자랑하는 데이터관리 기술이다.
EMC는 FAST VP로 불리는 데이터 관리기술을 통해 서버영역의 플래시카드와 스토리지의 디스크 간 데이터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 EMC는 스토리지사업의 또 다른 영역으로 라이트닝을 위치지으려 하고 있다. 델이 EMC와 유사한 전략을 구상중인데, 델은 EMC와 반대방향인 서버에서 스토리지로 영역을 넓혀간다.
■전통 스토리지 업체의 위기인가?
한켠에 위치한 전통 스토리지 어레이 제조회사는 넷앱과 HDS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두 방향으로부터 도전에 직면해 있다. 헤게모니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이들을 덮친다.
가장 가까운 도전세력은 화웨이, 님버스, 퓨어스토리지 등 플래시(FLASH)로만 구성된 어레이를 개발하는 세력이다. 이들은 1만5천 RPM대 FC디스크 드라이브 어레이를 도입하는 기업을 주요 공략대상으로 삼는다. 넷앱, HDS 등의 주 수익원을 갉아먹는 존재인 것이다.
현재 기업의 모든 스토리지 데이터는 플래시 환경으로 이전가능하다. EMC, 델, HDS, HP, IBM, 넷앱 등 모든 스토리지업체의 제품이 해당된다.
또 다른 도전세력은 더욱 강력하다. 독자적인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외장형 플래시 스토리지 어레이는 전통적인 스토리지와 그 뿌리는 같다. 문제는 서버와 스토리지가 한 곳에 공존하는 장비다. 이 장비는 스토리지 네트워크 프로토콜 연결을 사용하지 않는다.
만약 서버가 외장형 스토리지를 흡수해버린다면, 오라클 엑사데이터의 형태로, 외장형 스토리지가 서버를 흡수한다면 델과 EMC의 계획과 같은 형태일 것이다. 프로토콜을 거치지 않는다는 것은 속도향상 즉, 성능 향상을 의미한다. 프로토콜 변환의 장벽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서버-스토리지 통합장비의 또 다른 형태도 있다. 넷앱과 HDS가 적극적으로 밀어뭍이는 영역이다. 시스코 같은 네트워크 장비업체와 VM웨어, 시트릭스, MS 등 가상화 솔루션업체와 함께 만드는 제품이다.
VCE연합의 V블록, HP의 VS3, 넷앱의 플렉스포드는 모두 네트워크 프토토콜을 사용하는 외장형 스토리지다. 통합의 형태를 띄지만 여전히 FCoE, iSCSI 같은 프로토콜이 있다. 반면, VMAX는 애플리케이션 구동 시 서버 링크에 스토리지 네트워크 프로토콜을 사용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완전히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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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스토리지 링크를 위해 넷앱이나, IBM, HP의 어레이는 VMAX 시스템 엔진을 대체할 수 없다. 벤츠 자동차에서 BMW 엔진을 사용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FC는 물론이고 FCoE, iSCSI 등 IO 통합프로토콜 방식은 모두 새로운 아이디어의 대안일 수 없다.
다만, 이 같은 아이디어가 시장의 대세를 이루는 시점을 당장으로 보긴 힘들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5~10년정도 뒤에야 외장형스토리지를 통합 제품이 대체할 것으로 예측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는 사이 전통적인 스토리지 업체의 대응전략이 주목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