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D만 사용하는 스토리지가 나올 수 있을까?’
이용자나 관리자 입장에서 저장매체는 가장 좋은 성능을 가진 한 종류만 사용하는 게 편리하고 유리하다. 하지만 저장매체별 가격과 특성 때문에 단일 종류로 통합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기업용 스토리지는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등의 저장매체를 사용한다. HDD는 또 FC, SAS, SATA 등으로 나뉜다. 각 저장매체는 사용 환경에 맞게 비율을 조정해 운영되는데 대략 1:9로 HDD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SSD가 적게 사용되는 이유는 빠른 속도와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 높은 가격 때문에 수십, 수백테라의 기업용 스토리지로 사용하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메모리 기술의 출현으로 스토리지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스토리지 티어링(Tiering)’ 없이 SSD 단일계층으로 통일가능하다는 급진적인 주장이다.
스토리지 티어링은 테이프, HDD, SSD 등으로 다양한 저장매체를 사용하게 되면서 출현한 기술이다. 빈번하게 사용하는 데이터는 속도가 빠른 SSD에, 사용빈도는 낮고 단순히 저장하는 데이터는 디스크에 저장하는 식으로 가격대비 성능을 최대한 맞추자는 것이다.
SSD는 기계적 장치인 HDD와 달리 반도체 메모리에 저장한다. 탐색시간 없이 데이터 입출력을 고속으로 수행하면서 지연이나 실패율도 적다. 데이터 손상이 없고, 발열·소음 및 전력소모도 적다. 부피 역시 훨씬 작다.
사용되는 반도체는 두 종류다. 플래시 방식 비휘발성 낸드플래시메모리나 램(RAM) 방식 휘발성 DRAM이다. 대세는 플래시 메모리다. 현재까지 SSD는 결국 플래시 메모리인 셈이다.
이달초 조세프 레저 후지쯔 총기술책임자(CTO)는 영국언론과 인터뷰에서 “플래시 메모리는 스토리지 아키텍처에 있어 잠시 머무르는 정착지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플래시가 가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제시하며 설명을 이었다.
그에 따르면, 플래시 메모리는 밀도를 높일수록 읽기·쓰기 성능이 떨어진다. 셀단위 비트를 늘리면 플래시의 접속 속도와 지구력이 줄어든다. 이를 위해 고성능 컨트롤러를 사용하게 된다.
플래시 메모리는 셀 당 10만번 데이터를 저장하고 삭제할 수 있다. 입출력 횟수가 많을수록 플래시 수명은 줄어든다. 컨트롤러는 이를 위해 데이터 입출력을 한 셀에 집중시키지 않는 기술을 제공한다.
그러나 한계는 여전하다고 레저 CTO는 말했다. 그는 “샌드포스 등에서 내놓은 컨트롤러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한계를 최대한 멀리 밀어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종착지는? 조세프 레저 CTO 역시 “그것을 알았다면 이미 부자가 됐을 것”이라며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플래시를 사용하는 데이터 저장은 확실히 절실해지고 있다. 데이터량의 기하급수적인 증가와 빠른 데이터 이용이 중요한 분석 솔루션 확산 때문이다. 여러 개로 나뉜 스토리지 계층은 복잡성을 수반해 관리의 어려움을 낳는다.
레저 CTO는 “어쨋든 플래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라며 “최대 10계층에 이르는 스토리지 체계를 정리할 또 다른 기술이 필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스토리지 체계는 어떤 형태의 저장매체든 현재보다 10배 빠른 속도로 접속하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현존 기술 중 상변화메모리(PCM)와 멤리스터(Memristo)가 이런 이상에 가장 근접해 보인다.
그는 인메모리 아키텍처에 관한 우려를 내비쳤다. 인메모리 아키텍처는 데이터베이스와 유사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데이터 액세스 처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인메모리 아키텍처는 어플라이언스 내에서 여전히 디스크와 플래시를 함께 사용해야 한다. 다만 매니지먼트 SW가 디스크와 플래시 모두를 아우를 만큼 발전하지 못했다. 플래시와 디스크를 넘어 계층을 추상적으로 정렬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출발점이 다른 탓이다.
관련기사
- 삼성전자, 사타3 SSD 양산 돌입2011.08.22
- 헉! 1.6 테라바이트 SSD 첫 등장2011.08.22
- 테라데이타, SSD·HDD 통합 DW플랫폼 출시2011.08.22
- HP, SSD로 '오라클 엑사데이터' 킬러 출격2011.08.22
님버스, 바이올린, 화웨이-시만텍 등은 저장매체를 플래시 하나로 통일한 제품을 판매한다. 이 제품들은 IO를 더 많이 주고받는 데이터를 운영할 때 유용하다. 이 제품들의 컨트롤러 SW는 플래시에 최적화됐을 뿐, 디스크 컨트롤러역할을 할 수 없다. 관리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어느 쪽이든 선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메모리든 디스크든 무엇을 선택하기보다 데이터 매니지먼트에 집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큰 틀에서 아우르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단 의미였다. 그는 “다만 이는 먼 미래의 일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