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TV는 되고 휴대폰은 안 되고?

일반입력 :2011/11/03 13:25    수정: 2011/11/03 18:42

“지상파방송은 디지털 전환 한다고 나라에서 국민의 혈세까지 써가며 홍보하고 지원해 주면서, 통신은 사업자가 알아서 하라며 나 몰라라 하고 이용자보호만 따지면 되는 겁니까.”

KT의 PCS 사업(2G 서비스) 종료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한 통신업계 임원의 말이다.

내년 12월31일 새벽 4시로 종료되는 지상파의 아날로그TV방송은 국가가 나서는 국책 사업이고, 통신사가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아날로그(2G)를 디지털(3G·4G)로 전환하는 것만 민간영역이냐는 푸념이다.

■지상파 디지털 전환은 국가 몫? 통신은?

정부는 컨버터, 안테나 설치 지원과 디지털TV 구매보조 예산으로 367억원을 확보해 가구당 약 4만5천원을 지원한다. 가구당 디지털 전환 비용 14만5천원 중 약 30%만 정부에서 부담하는 것이다. 그것도 전 국민이 아닌 저소득층만 대상이다.

반면, KT의 경우 2G 종료를 위해 보급형 디지털TV 가격의 몇 배가 되는 스마트폰을 지원하고 기존 단말의 할부금과 위약금 면제, USIM(8천800원) 지원, 통화료 15만8천400원(월 6천600원×24개월) 등을 부담함에도 이용자 불만에 시달리고 있다.

그동안 경제 활성화란 이유로 3G·4G 투자를 독려했던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이용자보호만 언급할 뿐 책임은 전적으로 사업자 몫이다. 때문에 SK텔레콤·KT 등은 2G·3G·4G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고, 심지어 두 회사는 4G 서비스로만 와이브로와 LTE 전국망을 운영해야 할 판이다.

특히, 미디어의 융합으로 방송통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가운데도 국영방송인 KBS 뿐만 아니라 나머지 지상파도 주파수 사용료를 면제하는 정책을 유지하면서, 통신사는 주파수 경매제까지 도입해 최근 LTE용 주파수를 약 1조원에 할당하는 등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 업계의 볼멘소리다.

■KT, 4G LTE 광고는 하는데 ‘어쩌나…’

3일 현재 KT의 2G 서비스 가입자는 약 24만명으로 전체 가입자 1천630만명 대비 약 1.5%다. 이에 비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전체 가입자 2천640만명, 940만명 대비 약 31%, 91% 수준이다.

가장 먼저 2G 서비스 종료를 앞둔 KT가 애를 먹고 있지만 각각 800·900만명의 2G 가입자를 보유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남 일만은 아니다.

일단, KT는 지난 9월 방통위에서 ‘2G 사업 폐지 계획안’을 접수한 이후 전사 직원이 나서 2G 가입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 중이다. 때문에 KT 직원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소비자들이 통신사가 2G 서비스를 중단하고 3G나 4G 서비스를 권유하는 것이 기업의 이익만을 좇는다고 인식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수도권의 한 KT 직원은 “현재 남아 있는 2G 가입자 중 전환 의사가 전혀 없는 이용자를 제외하면 연락이 닿지 않거나 가입자와 실제 이용자가 다른 경우 등 사실상 전환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현재 남아 있는 가입자들은 전환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실제, 이 직원은 최근 한 이용자를 찾아갔다가 당황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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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는 아들 명의로 되어 있고 실제 사용은 여든이 넘으신 어르신이었습니다. 설명을 드리고 휴대폰을 바꿔드린다 했더니, ‘2G보다 내가 먼저 죽을 지도 모르는데 안 한다’면서 내쫓기듯 나왔습니다.”

통신사의 디지털 전환은 멀고도 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