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20만명이 즐기는 모바일 게임…인기 비결은

일반입력 :2011/10/27 15:30    수정: 2011/10/31 00:55

전하나 기자

‘건물을 짓거나 농작물을 키우면서 나만의 섬을 아름답게 가꾸고, 비행선을 타고 친구들의 섬에 놀러갈 수 있다.’

모바일 소셜게임(SNG) ‘룰 더 스카이’의 기본 스토리다. 단순하지만 짜임새 있는 스토리에 마치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그래픽이 더해진 이 게임이 최근 하루 이용자수 20만명을 돌파하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30만명을 넘는 일도 머잖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은 이 게임이 황무지나 다름없던 국산 모바일 SNG 시장을 선도하게 된 것을 두고 놀라는 반응이다. 모바일, 그것도 신시장인 소셜 분야에 그간 특별히 두각을 드러낸 적 없던 JCE가 만든 게임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룰 더 스카이는 ‘심고 키우고 짓고’라는 소셜게임의 기본 규칙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작품이다. 이 게임이 지난 2월 북미에 처음 출시됐을 때만 해도 ‘한국판 위룰’에 불과하단 평가가 지배적이었던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카피캣의 수명은 길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이 게임은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의 수명이 ‘길어야 6개월’이라는 공식을 보기 좋게 깼다. 북미에 선보인 이후 리뉴얼된 버전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한 룰 더 스카이는 차별점을 잘 살린 콘텐츠와 시스템 업데이트를 꾸준히 이어가며 이용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최근 JCE 본사에서 만난 신재찬 모바일컨버전스 팀장(룰 더 스카이 개발 총괄)은 “기존 SNG와 룰 더 스카이의 차별점은 스토리텔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판이라는 칭호를 ‘장르화’라고 일컬으며 “같은 장르라고 하나 한두가지 요소가 게임의 전반적인 철학이나 방향성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령 소셜 액션을 수치화해 ‘나만의 친구 리스트’를 만드는 것은 룰 더 스카이만의 색다른 묘미다. 신 팀장은 “기존의 게임은 최근에 친구가 된 사람들을 우선순위로 볼 수 있게 했는데 사실 빈번하게 교류하는 사람들이 맨 뒤 페이지에 있다면 소셜이라는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룰 더 스카이는 소셜 인터렉션을 점수화시키는 식으로 세심한 부분을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리스트는 일주일에 한 번씩 초기화돼 이용자간 교류에 대한 동기부여도 지속적으로 가능케 한다.

친구들의 썩어버린 농작물을 되살려줄 수 있고 반대로 게으른 친구들의 농작물을 훔칠 수도 있는 식으로 재미의 범주가 넓어진 것 또한 룰 더 스카이만의 특징이다.

신 팀장은 “농작물 훔쳐가기는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라는 이론을 활용한 심리게임인데, 소셜게임의 기본 요소인 협동과 더불어 경쟁을 가미한 것”이라며 “이용자들이 스스로 밸런스를 균형감 있게 찾아가며 재미를 만들어가는 것 같다”고 했다.

무엇보다 그는 룰 더 스카이를 만들면서 ‘소셜’을 게임성에 접목하는 것 뿐 아니라 근본적인 게임 디자인에 입히는 일부터 고민했다고 한다.

신 팀장은 “이미 성공한 ‘팜빌’, ‘위룰’ 등을 해보면서 가장 불편했던 것이 너무 공학적인 마름모 디자인이었다”며 “동그란 섬이라는 콘셉트는 틀에 박힌 공간에서 탈피하자는 생각이 계기가 돼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마름모꼴이 게임을 만드는데 리소스적인 측면에선 효율적일 수 있으나 스토리텔링에는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딱딱한 사각형보다 둥근 모양이 한결 소통하기 쉬워보이지 않느냐”며 “섬과 섬이 연결되면서 이뤄지는 소통이 룰 더 스카이의 핵심 철학이자 동시에 소셜게임의 의미라고 본다”고 했다.

이처럼 게임에 대한 철학과 신념이 확고한 개발자들이 있어선지 룰 더 스카이에 대한 이용자들의 호응은 대단하다. 한국에 출시되기도 전 안드로이드 버전 APK 설치파일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가 하면 일부 이용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그래픽 화면을 위해 일부러 특정 버그를 설치할 정도다.

업데이트를 하자마자 ‘만랩’을 달성하는 이용자들은 부지기수. 네이버의 룰 더 스카이 공식 카페는 2만5천명의 회원 수를 자랑한다. 이 역시도 JCE가 아닌 이용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커뮤니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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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게임의 인기가 높아질 수록 개발자들의 부담은 나날이 커져간다. 신 팀장은 모바일 이용자들은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 외에도 요구 수준이 무척 높기 때문에 그만큼 개발 이슈가 잦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요구사항이 게임에 대한 애정도와 비례한다는 사실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고 있지만, 게임 디렉터로서 아직 룰 더 스카이의 완성도가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욕심나는 만큼 이용자들의 요구를 수렴하는데 우선 집중할 생각입니다. 그러다보면 당장 계획됐던 업데이트 주기가 조금씩 늦어지는 일도 있겠지만 오로지 이용자 말에 귀 기울여 세심하게 품질을 높여나갈 겁니다. 룰 더 스카이를 생명력 긴 모바일 SNG 명품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