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한류 파트너’ 유튜브 택한 이유는

일반입력 :2011/10/21 16:51

정현정 기자

MBC가 한류 콘텐츠를 전 세계에 유통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구글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와 손을 잡고서다.

이를 통해 구글과 유튜브 광고 수익을 나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유튜브 이용자를 MBC 시청자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MBC와 구글코리아는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양사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콘텐츠 유통 계약을 체결하고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에 MBC 콘텐츠를 정식 공급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무한도전’, ‘나는 가수다’ 같은 MBC 최신 예능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여명의 눈동자’, ‘마지막 승부’, ‘질투’ 등 1990년대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를 10분 이내 클립 형태로 유튜브를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MBC가 간절히 원했다. 김재철 MBC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은 지난 8월 말 직접 미국 구글 본사를 방문해 로버트 킨슬 구글 수석 부사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구글은 MBC 경영진의 의지를 확인하고 콘텐츠 가치를 재평가해 유통구조를 공유하기로 합의하면서 수익모델 문제로 난항을 겪던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케이팝(K-POP)을 필두로 전 세계적으로 한류붐 일면서 지상파 방송사들도 한류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은 공동 채널을 설립해 한류 콘텐츠 수출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세웠지만 이해가 엇갈리면서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그 사이 MBC는 보다 강력한 유튜브 플랫폼을 택했다. 유튜브는 이미 전 세계적인 한류붐을 일으킨 매개체다. 한국 인기 가수들의 동영상은 유튜브 사이트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MBC 자체 플랫폼을 활용할 때보다 훨씬 높은 주목을 끌 수 있게 됐다.

구글과 광고 수익을 나눌 수 있게 된다. 유튜브는 각 국가별로 지역에 따라 다른 광고를 내보낸다. 또, 1시간 분량의 프로그램을 10분 이내의 클립으로 제작해 제공하기 때문에 한 프로그램에도 여러 편의 광고가 가능해 높은 광고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눈앞에 광고수익보다도 전 세계 유튜브 이용자들을 시청자로 끌어들여 더 큰 시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전 세계 바이어들을 상대로 한류 콘텐츠를 무료로 홍보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와 함께, MBC가 아카이브 형태로 구축해놓은 과거 콘텐츠들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유튜브 입장에서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고품질의 한류 콘텐츠를 대거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구글은 MBC의 역동적이면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에 높은 관심을 표명했으며 방송 콘텐츠 가운데 구글의 타깃 소비자층에 가장 소구력이 높은 콘텐츠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유튜브는 사용자제작콘텐츠(UCC)를 중심으로 인터넷 이용자가 직접 만든 콘텐츠를 바탕으로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가 됐지만 앞으로 전문 콘텐츠까지 그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서황욱 구글 유튜브 파트너쉽 총괄이사는 “처음 유튜브를 시작했을 때 UCC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전략이 1세대에 해당하면 2세대 모델은 MBC와 같은 전문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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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본격 한류붐을 조성하기 위해 콘텐츠 제공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내년 미국에서 케이팝(K-POP) 콘서트도 열 계획이다.

김재철 MBC 사장은 “구글과 파트너십에 대한 감사표시로 내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구글 본사에서 구글 직원들과 샌프란시스코 교민 및 현지 시민들을 위한 공연을 열 것”이라면서 “공연을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 생중계하기로 로버트 킨슬 구글 수석부사장과 합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