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슈스케로 본 IT업계 “제 점수는요…”

기자수첩입력 :2011/10/21 11:21    수정: 2011/10/21 11:40

봉성창 기자

오디션 프로그램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 원조격인 ‘슈퍼스타K(이하 슈스케)’에 대한 인기가 뜨겁다. 매주 금요일 생방송에 시청자들이 숨죽이며 합격과 탈락을 점친다.

이 프로그램의 재미는 어디까지나 경쟁에 있다. 누가 올라가고 떨어지는가 하는 문제는 제 3자에게 언제나 재미있는 볼거리다.

요즘 IT업계도 슈스케 만큼이나 치열하다. 쟁쟁한 IT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경쟁에 임한다. 과거에는 저마다 각자 분야에서 약간은 안주하며 경쟁하던 것이 최근 들어 휴대폰과 태블릿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 시장으로 모두 수렴되고 있다. 프로레슬링으로 따지면 일종의 ‘로얄럼블’이다. 소수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죽는 승자독식이며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 사는 서바이벌이다. 매주 탈락자를 내며 1등을 뽑는 슈스케와 그래서 닮았다.

이 치열한 경쟁에 도전장을 내민 참가자는 무수히 많다. 그중에서도 경합을 통해 7개 기업이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우선 나스닥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며 아이폰, 아이패드 등으로 명실상부한 IT업계 최대 기업이 된 애플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전 세계 IT 기업에게 스마트 전쟁의 초청장을 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현재 애플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유일무이하게 메모리, 디스플레이 등 부품부터 TV, 스마트폰 등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을 생산해내는 기업이다. 현재 애플과 잇단 소송으로 긴장관계에 있지만 여전히 최고의 사업 파트너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애플을 앞지르기도 하며 주목받고 있다.

지난 8월 모토로라를 인수하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를 아우르는 기업으로 재탄생한 구글 역시 안드로이드 연합군의 수장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세계 최대 검색 서비스 구글을 비롯해 과감한 인수합병으로 거의 손대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왕성한 식성을 자랑한다. 아직까지 모토로라 인수 시너지가 가시화 되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한 방을 터트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전 세계 PC 및 서버 시장에서 수십년간 CPU 점유율 1위를 굳건하게 차지하고 있는 인텔도 잠룡으로 평가된다. 저전력 모바일 CPU 분야에서 한발 늦었다는 평도 있지만, MS와 공고한 협력 체제와 함께 마침내 구글과도 협력으로 안드로이드 OS 지원을 약속 받으며 역전만루홈런을 예고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빼놓을 수 없다. 스티브 잡스와 함께 IT업계 최고의 카리스마로 손꼽히는 빌게이츠가 여전히 사업을 진두지휘 하고 있는 MS는 최근 좀 더 가벼운 윈도8 발표로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여기에 윈도폰7 망고을 앞세운 스마트폰 시장 공략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한때 세계 최대 전자기업이었던 소니는 여전히 그 저력을 높게 평가 받고 있다. 특히 소니는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게임, 영화, 음원 등 강력한 콘텐츠 확보 면에서 여타 전자업체와 차별화된다. 최근 휴대폰 합작기업인 소니에릭슨을 소니가 인수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오면서 본격적인 스마트 기업으로서 재탄생을 예고했다.

이밖에 최근 분사 소식으로 다소 휘청거리고 있지만 맥 휘트먼 신임 대표 취임으로 중심을 잡아나가고 있는 세계 최대 PC 기업 HP와 아이패드에 유일하게 대적할 수 있는 태블릿이라는 평가를 받는 ‘킨들 파이어’를 선보인 아마존 등도 스마트 시장에서 잠재력 높은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렇듯 스마트 경쟁은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다. 슈스케가 매주 1~2명씩 탈락자가 나오듯 이들 기업들은 1년 혹은 수개월 단위로 위기가 닥치거나 혹은 대표가 바뀌고 서로 협력하고 경쟁한다. 언제 탈락자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슈스케는 매번 강제적으로 탈락자가 발생한다. 이 가운데 평가는 심사위원만 하는 것이 아니다. 시청자도 저마다 기준으로 참가자들의 실력을 평가한다. 그리고 문자 투표와 같은 방식으로 참여한다. 실제로 통과 여부를 결정짓는데 있어 시청자들의 평가 비중은 심사위원보다도 높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IT업계와 같다.

매번 경연이 있을 때마다 시청자들은 결코 실력만 보고 투표하지 않는다. 참가자가 가진 이야기와 태도도 같이 본다. 그리고 아마추어 가수 지망생에 불과한 이들의 팬을 자처한다.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태도를 가진 참가자는 머지 않아 탈락하고 만다. 온실 속에 화초처럼 자란 밋밋한 스토리의 참가자 역시 쉽게 잊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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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경쟁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과거처럼 무조건 싸고 좋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안에 담긴 가치와 스토리를 보고 구입을 결정한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내놓아도 도덕적으로 지탄받는 기업은 살아남기 힘들다. 소비자를 열렬한 팬으로 만들지 못하는 기업도 도태된다.

과연 스마트 경쟁의 최종 1인은 누가 될 것인가. 요즘 IT업계가 슈스케 만큼이나 재미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