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 사이의 특허 전쟁이 가속화되면서 스마트폰 판매 경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사의 3분기(한국 회계연도 기준) 실적 자료가 속속 발표되는 가운데, 당초 2분기까지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세계 1위 자리를 지키던 애플이 삼성전자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은 18일(현지시간) 내놓은 실적 발표에서 3분기 130개국, 230개 이동통신사를 통해 총 1천707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1% 가량 늘어난 판매량이지만,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오히려 줄어들었다. 애플은 전 분기에 총 2천34만대의 아이폰을 팔아치우며 세계 1위를 과시했다.
반면 지난 7일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3분기에만 2천800만대 가량의 스마트폰을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직전 분기 판매량과 비교하면 40% 가량 증가한 수치다. 결국 3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을 제친 셈이다.
■갤럭시S 시리즈 덕 vs 아이폰5 대기수요 탓
삼성의 3분기 스마트폰 판매 실적은 갤럭시S 시리즈의 판매 호조 덕분이다. 삼성은 지난 17일 갤럭시S 시리즈의 누적 판매량이 3천만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출시된 갤럭시S 판매량은 2천만대에 이르고 갤럭시S2는 지난달 말 1천만대 판매를 기록했다.
변한준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3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에 대한 시장 전망은 약 2천800만대 수준이었으나, 갤럭시S2 등의 판매 호조로 실제 출하량은 이를 상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선태 메리츠종금금융 애널리스트는 “안드로이드 OS의 안정화, 강력한 하드웨어 사양, 다양한 가격 전략 등이 (갤럭시S 시리즈) 판매 호조의 이유로 보인다”라며 “삼성전자의 3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2천800만대로 예상되며 4분기에는 4천만대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애플의 아이폰 판매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신제품 대기수요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18일(현지시간)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을 통해 아이폰5 대기수요가 이번 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에 영향을 끼쳤음을 암시했다. 신형 아이폰 출시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소비자들이 휴대폰 구매를 자제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출시 3일만에 400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아이폰4S의 판매량이 3분기 실적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팀 쿡 CEO는 “우리는 지난 사흘간 400만대가 넘는 아이폰4S를 팔았고, 이 같은 시작에 흥분하고 있다”며 “이번 분기(4분기)에 그간 세운 아이폰 기록을 새로 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4분기 누가 웃을까…LTE, 신흥 시장 ‘관전 포인트’
3분기는 삼성의 ‘판정승’이라고는 해도 4분기 스마트폰 경쟁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4분기에는 노키아, MS 등이 뛰어들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4세대(4G) 이동통신 LTE, 중국 등 신흥 시장 공략이 본격적인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의 범용 아이폰 출시, 윈도폰8 출시, 모토로라 라인업 강화 등으로 인해 경쟁은 올해보다 심화될 것”이라며 “범세계적인 LTE 서비스 확대와 중국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폰 3차 대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팀 쿡 CEO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 2009년만해도 중국은 애플 매출의 2%밖에 차지하지 않았다”며 “지금 중국은 북미의 뒤를 잇는 2위 시장으로 급성장했으며, 애플은 향후 중국에 더 많은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이폰4S의 선전도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아이폰4S는 당초 아이폰5가 나올 것이란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고 등장해 실망감을 안겼지만, 故 스티브 잡스의 유작이라는 의미가 있어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때문에 연말 연휴 시즌 판매에서는 아이폰4S로서도 한 번 붙어볼만 하다는 평가다. 팀 쿡 CEO는 “애플은 연말 연휴 시즌에 강력한 모멘텀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LTE에서는 삼성전자가 다소 앞설 것이라는 분석이 강세다. 애플이 아이폰 차기작에서 LTE를 준비하고 있다는 루머가 나왔지만, LTE 솔루션 경쟁력 측면에서는 하드웨어에 강한 삼성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또 19일 구글과 손잡고 내놓은 갤럭시 넥서스 등 신규 모델 또한 기대할 만하다는 예상이다.
오영보 한맥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이폰4S가 최초의 실망감과는 달리 순조로운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으나, 삼성전자의 출시예정 라인업도 탁월한 하드웨어를 탑재했기에 충분히 경쟁력 있다”며 “4분기에는 갤럭시S2 HD LTE, 갤럭시 노트, 갤럭시 넥서스 등 신규 모델이 줄지어 출시될 예정으로 삼성전자의 꾸준한 호조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이폰5가 아닌 아이폰4S가 경쟁 상대인 점도 삼성 입장에서는 호재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안성호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우선 4분기 삼성전자 정보통신부문에 부담요인으로 지목됐던 애플 아이폰5가 아이폰4S로 출시되면서 당초 예상대비 판가와 마케팅비용 측면에서 부담감이 크게 경감됐다”며 “4분기에 통상적인 마케팅비용 증가가 있기 때문에 3분기대비 영업이익이 감소는 하겠지만 정보통신부문 영업이익은 2조원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발표한 잠정실적치 자료에서 갤럭시 시리즈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영업이익 4.2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삼성의 영업이익이 3조원 초반대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를 1조원 가까이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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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애플은 순수익 66억2천만달러(주당 7.02달러)로 자체 전망치는 뛰어넘었으나 애널리스트들이 기대한 주당 수익 평균치보다 27%나 떨어져 시장 기대치에는 한참 못 미쳤다. 실적 발표 이후 장외 거래에서 애플의 주가는 6.58%나 급락해 이 같은 실망감을 반영하기도 했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스마트폰 분야 5위였던 삼성전자가 (이제는) 애플과 명실상부한 2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다른 업체들의 추격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내년에도 두 업체의 독주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