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만 놓고 본다면 애플은 지난 4분기(회계연도 기준) 남는 장사를 했다. 순수익 66억2천만달러(주당 7.02달러), 매출 282억7천만달러로 애플 자체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주당수익이 톰슨파이낸셜 분석가들이 예상한 평균치보다 27센트 밑돌았기 때문이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실적 발표 이후 장외 거래에서 애플의 주가는 6.58%나 급락했다.
美씨넷은 18일(현지시각) 애플 4분기 컨퍼런스콜을 바탕으로 전반적인 실적을 분석했다. 아이패드와 맥북 판매량이 예상치를 뛰어 넘으며 실적 호조를 이끌었지만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 제품군에서 기대 이하 성적을 낸 것으로 애플은 자평했다.
■아이폰5 대기수요, 터치 판매 부진이 원인
애플은 지난 분기 130개국, 230개 이동통신사를 통해 총 1천707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1% 가량 늘어난 판매량이지만, 전기와 비교하면 오히려 감소했다. 애플은 전 분기에 총 2천34만대의 아이폰을 팔았다.
이날 팀 쿡 애플 CEO는 컨퍼런스 콜을 통해 아이폰 대기수요가 이번 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에 영향을 끼쳤음을 암시했다. 신형 아이폰 출시가 기정 사실화 되면서 소비자들이 휴대폰 구매를 자제했다는 것이다. 또 아이폰4S가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같은 현상이 4분기 실적엔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팀 쿡 CEO는 우리는 지난 사흘간 400만대가 넘는 아이폰4S를 팔았고, 이같은 시작에 흥분하고 있다며 애플은 더 많은 아이폰4S를 공급할 것을 자신하지만 이것이 수요와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로선 명백하게 수요가 공급을 뛰어 넘기 때문이라며 이번 분기에 그간 세운 아이폰 기록을 새로 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MP3플레이어 제품군의 판매량이 급속히 감소했다는 점도 애플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쳤다. 지난 분기 애플은 총 662만대의 아이팟을 팔았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7%나 감소한 수치다.
아이팟 판매량 감소는 애플의 최근 행방에서도 드러난다. 애플은 매해 가을 신형 아이팟을 공개하는 미디어 데이를 열었지만 올해는 건너 뛰었다. 이날 애플은 대신 아이폰4S를 발표했다. 아이팟터치와 나노도 몇몇 기능을 업그레이드 했지만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기에는 부족했다.
■보유현금, 애플스토어 확산과 인수전에 써
애플은 최근 미국 정부보다 더 많은 현금을 비축해 화제가 됐다. 팀 쿡 CEO는 이 보유현금을 애플스토어 확대와 인수합병에 쓸 것이라 설명했다.
팀 쿡 CEO는 애플은 현재 800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 현금을 주머니 속에 넣어놓지만은 않겠다고 말했다. 보유 현금을 그간 시장 확대를 위한 기술 개발 등에 투자해왔으며, 이를 지속하겠다는 이야기다.
애플은 지난해 시리와 같은 개발사는 물론 특허와 관련된 회사를 인수해왔다. 시리는 아이폰4S에 들어간 신기능으로 음성으로 기능 작동을 제어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애플 스토어 확대에도 현금이 투입됐다. 애플은 지난 분기 총 30개의 애플 스토어를 열었으며 이중 21곳은 미국 외 지역을 겨냥했다. 현재 총 357개의 애플스토어가 운영중이며 4분기 총 7천750만명이 방문한 것으로 누적 집계됐다.
아울러 중국시장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애플은 지난 4분기 중국에서 45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애플 전체 매출의 16%에 해당하는 수치다.
팀 쿡은 지난 2009년만해도 중국은 애플 매출의 2%밖에 차지 하지 않았다며 지금 중국은 북미의 뒤를 잇는 2위 시장으로 급성장했다고 말했다. 애플은 향후 중국에 더 많은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아이패드, 맥북에어 효자노릇 톡톡
가장 큰 빛을 본 제품은 아이패드다. 이 기간 아이패드는 총 1천112만대나 팔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66%가량 성장했다. 애플의 전체 매출 중 69억 달러가 아이패드에서 나왔다. 최초 아이패드가 나온 이후 4천만대가 누적판매됐다.
팀 쿡은 아이패드와 관련해 태블릿이 커다란 시장을 형성했다고 생각한다며 태블릿 시장은 PC시장보다 커질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태블릿에 점점 우호적인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매킨토시 컴퓨터 판매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 이기간 팔린 맥 컴퓨터는 총 489만대로, 전년 대비 14%나 늘었다. 이는 애널리스트 예상치를 뛰어넘은 성적이다.
관련기사
- 이재용 삼성 “애플과 부품 협상…소송은 소송”2011.10.19
- 애플 실적 좋았지만 순익은 기대이하2011.10.19
- 애플 특허소송 패한 HTC...싸움은 이제부터2011.10.19
- 애플 실적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2011.10.19
이 기간 애플은 맥 OS X 라이온을 발표했고, 이를 맥북에어와 맥미니에 탑재한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씨넷은 분석했다.
4분기 성적과 함께 2011년 전체 성적표도 내놨다. 올해 애플은 총 1천80억달러 매출을 냈다. 2010년과 비교해 66%나 성장한 것이다. 아이폰은 7천200만대, 아이패드는 3천200만대를 팔아치웠다. 맥도 1천700만대 가량 팔려나갔다. 40개 애플스토어를 개장 했는데 이중 4분의 3은 미국외 지역이었다. 애플의 기반이 넓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순수익은 전년 대비 88% 성장한 260억 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