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카맥의 야심작 '레이지', 이대로 괜찮을까?

일반입력 :2011/10/09 15:20    수정: 2011/10/09 16:48

김동현

게임 둠(DOOM)이나 퀘이크(Quake)를 간단하게 한 줄로 표현한다면 아마 ‘한 시대를 풍미하고 현 수많은 개발자들에게 영감을 준 이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두 게임은 존 카맥(John Carmack)과 존 로메로(John Romero)라는 걸출한 두 명의 천재에 의해 탄생했다. 물론 존 로메로는 자신만의 게임 세계를 위해 id사를 떠났지만 존 카맥은 지금까지도 이곳에서 게임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가 15년 만에 직접 개발을 맡은 게임 ‘레이지’(RAGE)를 전 세계에 꺼냈다. PC 및 다중 플랫폼으로 선보인 이 게임은 존 카맥이 가진 진정한 차세대 게임에 대한 생각을 다뤘다. 그만큼 오랜 시간 준비됐고, 거대한 볼륨을 자랑한다.

그동안 우주 이곳저곳에 숨겨진 기지를 벗어나 거대한 행성으로 자리를 옮긴 레이지는 거대한 운석의 충돌로 멸망해 버린 행성 ‘아포피스’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유의 1인칭 시점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단순 사살이 아닌 역할수행게임(RPG)과 같은 재미를 더했다. 이용자들은 멸망 이후 폭력이 곧 법이라는 무서운 법칙으로 되살아난 미지의 공간에서 생존자들과 함께 그들을 제거하려고 혈안이 된 적들에게서 살아남아야 한다.

게임은 의외로 빠른 전투와 적절한 RPG 요소, 임무를 수행하며 차근차근 진행되는 게임성 등으로 기존 존 카맥이 보여주던 과감한 게임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주인공은 무적도 아니고 무기마저 없으면 정말 순식간에 쓰러지는 평범한 사람이다.

이런 공간에서 주인공은 자신을 지킬 무기와 다양한 아이템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게 된다. 거창한 RPG 요소는 아니지만 조금씩 변하는 주인공의 무기를 통해 한 단계씩 진보하는 전투를 맛볼 수 있다.

그러나 게임 자체가 매우 재미있다고 보긴 어렵다. 이미 우린 ‘보더랜드’와 그보다 더 멋진 게임을 재작년부터 꾸준히 만나왔다. 임무 수행 방식으로 진행되는 오픈월드 게임에 꽤나 익숙한 이용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부분이 그저 그런 건 아니다. 이 게임 속 차량 전투는 웬만한 게임보다 멋지다. 게임 상당수를 차지하는 차량 전투는 다소 밋밋한 초반 전투의 우울함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하고 게임의 평가를 높여준다.

그래픽은 실제로 자신이 멸망 이후 새롭게 태어난 행성에 온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처음 격납고에서 빠져 나왔을 때 보이는 거대한 하늘과 계곡의 모습은 “와!”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다. (기자는 PC버전을 체험했다. 콘솔 버전도 한층 진보된 그래픽 수준을 보여준다)

세밀하게 재현된 마을을 모습과 더 이상 화장 같은 건 하지 않은 여성 캐릭터들의 모습, 이곳저곳 녹이 쓴 차량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는 그래픽은 이 게임만의 뛰어남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거창한 게임은 넘치는 버그로 인해 기대 이하의 평가를 받고 있는 상태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프레임 저하 현상과 잦은 튕김 현상이 계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사실 개발사의 문제라기 보단 그래픽 드라이버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AMD 계열 그래픽 카드를 사용하는 이용자라면 정말 실행조차 힘들다. 이점은 빠른 시일 내 수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출시 당일부터 생긴 문제들이 모두 해결되기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을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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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말이겠지만 ‘레이지’의 콘솔 버전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일부 공간에서 프레임 저하 현상이 생기긴 하지만 게임을 즐기는데 큰 문제로 작용하지 않는다. (일부 게임 버그는 모든 플랫폼 공통이니 이 부분은 오해하지말자)

지금 당장의 ‘레이지’는 다소 낮은 평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짧으면 며칠, 아니면 몇 주 내로 지금보다 확실히 나아진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그걸 기다리기 어렵다면 콘솔 버전을 구입하자. 조금은 덜 하지만 그래도 나름 멋진 행성의 모습을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으니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