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규 문화부 차관, 국감서 난타…왜?

일반입력 :2011/10/05 14:00    수정: 2011/10/05 14:58

전하나 기자

[국감 현장]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5일 국정감사에서 의원들로부터 집중 난타를 당했다.

발단은 전병헌 의원(민주당)의 질의에서 비롯됐다. 이날 전 의원은 박 차관의 업무추진비를 문제 삼았다.

전 의원은 “박 차관이 사용한 업무추진비가 9천2백만에 이른다”며 “이는 사실상 장관보다 2배, 1차관의 3배”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자신이 하는 일들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답했고 전 의원은 “매우 교만하고 오만한 답변”이라며 박 차관이 ‘쌈짓돈’을 챙겼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그러자 박 차관은 “어떤 돈을 쌈짓돈이라고 일컫느냐”고 되물으며 “그럼 제가 차관 활동을 하지 말아야 되는 것 아니냐”는 말로 반격에 나섰다.

또 “이왕 말을 드린 김에 더 하겠다”며 국감 자료로 나와 논란이 됐던 외부 특강료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정부 부대변인으로서 요청받은 강연에 나섰을 뿐이며 모든 강연에 대해 신고했다”면서 “의원님들이 항상 지적하는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한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앞서 최종원 의원(민주당)은 자료를 통해 박 차관이 재임기간 중 26회의 외부 강연으로 1년 동안 1천970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밝힌 바 있다. 최 의원은 “대통령실 대변인 출신 차관이 정권말기 국정홍보에 열을 올리며 개인적으로는 본인의 얼굴을 알리고 부수입을 챙기고 있다”고 비판했었다.

박선규 차관은 고려대 출신으로 KBS 기자를 거쳐 대통령실 언론2비서관 및 제1대변인을 역임, 지난해 8월 문화부 제2차관으로 임명된 인물이다. 야당 의원들로부터는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로 분류된다.

박 차관은 지난달 19일 열렸던 문화부 국감에서도 의원들과 ‘대치전’을 벌인 바 있다. 당시 박 차관은 한·중고위언론인포럼 일정으로 국감에 불출석했다가 여야의원들의 질책으로 급히 출장을 취소하고 문화부 청사로 돌아오는 ‘해프닝’을 치렀다.

국감장에 복귀한 박 차관은 “출장 일정이 개인을 위한 자리는 아니였다”는 변을 밝혔으나 의원들의 호통이 이어지자 “저로 인해서 국감 일정 전체에 차질이 생긴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했었다. 그러나 의원들은 의사 진행을 거부했고 당초 계획된 국감이 이날로 연기된 것이다.

전혜숙 의원(민주당)은 “지난달 박 차관의 해외 출장 사태로 인해 오늘 문화부 전직원이 다시 국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냐”면서 박 차관의 태도를 나무랐다. 김재윤 의원(민주당)은 ”지금 사표 낼 작심을 하고 화풀이하듯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 지적에 대해 감정섞인 발언으로 응수하는 것이 차관의 자세냐”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박 차관은 불쾌감을 식히지 못한 모습으로 “주신 말씀에 답도 못하느냐”고 맞받았고, 결국 회의를 진행하던 허원제 의원(한나라당)이 “여기는 국감장이니 심정적으로 다소 억울하더라도 정부 부처의 책임자로서 보다 공손하고 예의를 갖춰 말하라”고 주의를 줬다.

하지만 박 차관이 이에 개의치 않고 “예의에 어긋난다고는 생각치 않는다”고 답하자 결국 여당 의원들까지 비판에 가세했다.

조진형 의원(한나라당)은 “(윽박지르듯 하는) 국회의 관행이 옳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나 지금 차관이 국회의 버릇을 고치려고 하는 것이냐”고 질책했다. 이어 “박 차관이 많은 선배 국무위원들을 보았듯이 듣기 거북한 말이라도 넘어가줘야 의사가 지속될 수 있지 않냐”고 말했다.

홍사덕 의원(한나라당) 역시 “차관은 장관을 보좌하는 자리에 있고 부처 전체 직원을 보호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면서 “박 차관이 본분을 잠시 잊은 것 같은데 지금 당장 장관, 직원들을 위해 사과를 하는게 옳다”고 조언했다.

이날 격전의 불씨를 당긴 전병헌 의원은 “(자신이) 질의 과정에서 사실을 전제로 추궁에 들어갔을 뿐 박 차관에게 특별하게 결례를 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차관은 모든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해야 할 책무가 있는데 답변에 앞서 본의원 질의에 대해 평가하고 동료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되묻는 것을 보니 이명박 정부의 주요 부처 차관의 자질이 정말로 의심스럽다”고 유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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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성깔대로 할 것 같으면 그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다”며 “무례한 박 차관을 상대로 더 이상 질의를 하기 어렵다”고 쏘아댔다.

결국 박 차관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는 “묻는 말씀에 조목조목 대답한다고 했는데 거슬리게 비쳐졌다면 그 부분에 대해선 사과드린다”는 말로 끝끝내 자존심을 세웠으나 허원제 의원이 여야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깨끗하게 사과하라”고 재차 주문하자 “저로 인해 일정에 물의를 일으키게 돼 죄송하게 생각하고 사과드린다”고 백기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