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텔, 리눅스 재단 등과 협력해 애플, 구글 생태계에 대항할 새 리눅스 기반 모바일 운영체제(OS) '타이젠(Tizen)'을 만든다. 안드로이드, 바다, 윈도폰을 넘어서 플랫폼 다양화 정책을 강화하는 한편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에 물게 된 특허 로열티에 진통제를 투여한 모양새다.
타이젠은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인텔 '미고(MeeGo)'와 리모 재단의 '리모(LiMo)'의 장점을 합쳐 만든다는 목표로 나선다. 리눅스 재단과 리모 재단이 내년 1분기 타이젠 첫 버전과 개발툴(SDK) 공개를 예고해 모바일 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28일(현지시간) 짐 젬린 리눅스 재단 이사장은 타이젠과 같은 오픈소스 플랫폼이 향후 다양한 단말기 영역에 쓰이면 리눅스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라며 우리는 리모 재단을 포함한 프로젝트 회원들과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인텔, SK텔레콤, 텔레포니카, NTT도코모, 보다폰, NEC카시오, 파나소닉, 액세스 등 통신사와 제조사가 주요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가운데 삼성전자와 인텔이 타이젠 프로젝트의 개발을 이끌 것으로 예고됐다.
■삼성, 플랫폼 다양화 가속
삼성전자는 애플 생태계에 대항하느라 안드로이드에 치중해온 주력 플랫폼을 다양화해 구글에 의존도를 줄일 기회를 확보한 셈이다. 향후 구글 안드로이드,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폰, 자체 플랫폼 바다에 더해 타이젠 기반의 모바일 기기를 만들어낼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같은날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관련해 MS 특허를 사용하는 대가로 단말기 1대당 일정량의 로열티를 내고 윈도폰 관련 특허를 자유롭게 쓰는 형식의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에 합의했다.
양사간 특허 합의가 표면상 파트너십 강화를 내걸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MS에 항복선언을 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공개된 내용만으로 볼 때 MS 입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윈도폰을 만들어 팔든, 안드로이드 기기를 출시하든 잃을 게 없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전자가 MS의 '윈도폰 특허 활용권'을 얻었다는 정황을 뒤집어 보면 안드로이드 기기 생산을 줄이면서 MS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웹 기술 투자…WAC 생태계 확장?
리눅스 재단 발표에 따르면 타이젠 프로젝트에 HTML5 기술과 글로벌 통합앱스토어(WAC)의 웹개발 환경에 기반한 표준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는 단말기에 독립적인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는 설명이다. 제조사와 통신사들이 원하는대로 고쳐 쓸 수 있는 참조용 '최신식'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포함할 것이라고 재단측은 덧붙였다.
타이젠이 오픈소스 기술인데다 WAC 표준을 녹여내는 만큼, 향후 출시될 플랫폼이 WAC 앱스토어에 참여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KWAC 앱스토어와 호환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MS가 윈도폰으로 WAC을 지원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에 삼성이 안드로이드 의존도를 줄이면서 WAC에 힘을 싣기로 한다면 타이젠과 같은 플랫폼 수혈은 필수적이다.
■미고, 노키아에 이어 인텔이 죽였다
한편 영국 지디넷은 인텔과 리눅스 재단이 타이젠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미고 프로젝트에 공식 사망선고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결국 노키아와 인텔이 만들어온 스마트폰 OS 미고는 N9 기반의 처음이자 마지막 스마트폰으로 남을 전망이다.
노키아는 상반기 스마트폰 시장에 안이하게 대응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MS 윈도폰 플랫폼과 서비스를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N9 단말기는 당시 개발중이던 최초의 미고 기반 휴대폰이었는데 노키아는 이를 출시하기도 전에 해당 기종이 성공하든 못하든 차기 모델에 OS를 채택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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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노키아와 함께 미고를 이끌어온 인텔의 다음 행보에 관심을 모았지만 별다른 대응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달초 일부 외신보도를 통해 미고를 당분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루머를 전했다.
미고는 당초 스마트폰 외에도 넷북과 보급형 PC,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을 위한 플랫폼으로 소개됐다. 인텔의 '모블린(Moblin)'과 노키아의 '마에모(Maemo)'를 통합한 리눅스 기반 OS로 개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