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HP, PC사업부 운명은?

일반입력 :2011/09/26 11:14    수정: 2011/09/26 16:24

남혜현 기자

PC사업부를 팔지 않겠다

PC사업부 분사 암시, 12주간의 기업 평가, 터치패드 염가 판매, 팜OS 생산 중단 및 직원 해고, 레오 아포테커 CEO 경질 등 수많은 이슈를 뿌렸던 HP가 새 CEO를 선임하며 숨고르기에 나섰다. 글로벌 1위 PC 브랜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PC사업부 분사설과 관련, 이를 일축하고 나선 이는 레이 레인 HP 회장이다. 그는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PC사업에서 나갈 생각이 없다며 왜 우리가 430억달러의 수익을 내는 세계 최고 사업부를 정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냐고 역설했다.

이 자리에 함께 나선 멕 휘트먼 HP CEO도 레인 회장과 같은 의견을 밝혔다. 그는 6개월, 8개월, 혹은 1년 후에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며 나는 아마 조금 다른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 말해 눈길을 끌었다.

■HP 컴퓨터 사업부? 안 팔아

지난 8월, 레오 아포테커 HP CEO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퍼스널시스템그룹(PSG) 분사, 또는 매각 가능성을 밝혔다. 당시 HP는12주간의 수익 평가기간을 거친 다음 이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부 매각에 대한 이사회 승인을 받을 것으로 발표했다.

당시 계획에 따르면 HP는 10월까지 PSG 사업부의 운명을 결정지어야 했다. 그러나 아포테커 CEO의 경질과 휘트먼 CEO 선임으로 사업부 매각 여부 결정은 연말로 미뤄졌다. 그만큼 HP로선 시장을 살펴볼 숨고르기 시간을 번 것으로 풀이된다.

HP 관계자는 평가 기간을 가진 이유는 PSG 사업부 수익성이 떨어져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주주달래기용이기 때문에 사업부를 분사하기 보단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HP가 새 CEO로 휘트먼을 선임한 것도 PSG 유지를 위한 포석으로 살펴볼 수 있다. '이베이 신화'로 불리는 휘트먼은 매출 8천600만달러에 30명이 근무하던 이베이를 매출 77억달러에 1만명이 근무하는 세계 최대 경매업체로 키워냈다. 온라인 결제 시스템인 페이팔을 인수, 이베이 시스템을 견고히 한 것도 그녀의 공으로 평가된다.

때문에 HP 이사회는 잇단 분사와 매각설로 실추된 자사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휘트먼 CEO가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레인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HP는 현재 위기 모드이며, 이를 타개할 검증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는 이어 휘트먼은 지난 8개월간 HP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제품과 시장에 대한 충실한 이해를 보였다며 변화가 필요한 HP에 최고의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휘트먼에 떨어진 발등의 불은 개인용 컴퓨터다. 그는 CEO직 수락연설에서 기존 계획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전략을 밝혔다. 그러나 평가를 거친 후, PSG사업부가 예전 그대로 존속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는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빨리 결과에 도달할 것이라고 발언하며 HP임원들이 가능한 이 특별한 사업을 유지하고 싶어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주요 외신들은 HP의 고객들과 영업 파트너들이 PC사업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다면 연말까지 기다리는 것은 너무 긴 시간일 수 있다면서도, 이런 결정이 HP의 PC 사업이 존속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PSG, 따로 떼서 볼 수 없는 가치

이뿐만이 아니다. HP는 전통적인 하드웨어 기업이다. 일반 소비자 시장을 겨냥한 PC도 그렇지만, 기업고객을 상대로 한 하드웨어도 HP의 중심 축 중 하나다. 이 두 사업부의 기술과 시장이 일정부분 겹친다는 것도 HP가 쉽게 PSG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대표적인 예는 HP가 생산하는 PC와 서버가 모두 x86이라는 동일 프로세서 아키텍처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2002년, IBM이 씽크패드를 레노버에 매각하면서 PC와 x86서버 사업이 공유하던 기술과 인력 대다수가 빠져 나갔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IBM이 x86서버에서 고전하는 것도 분사 타격이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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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톱PC를 얇게 줄이고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로 공유하는 '씬 클라이언트' 사업 역시 일반소비자와 기업 시장이 중첩되고 있음을 알리는 사례다. 씬 클라이언트는 클라우드 사업분야 중 하나인 가상 데스크톱 인프라(VDI)의 중요한 축으로, HP PSG그룹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영역이다. 때문에 HP가 PSG를 분사할 경우 씬클라이언트 담당 조직을 엔터프라이즈사업부(EB)에 편입시키거나 사업을 외부에 맡겨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업계 한 관계자는 HP가 PSG그룹을 분사할 경우 아포테커 CEO가 수립했던 클라우드 전략이 뿌리채 흔들릴 것이라며 PC사업을 떼어내고, 웹OS 및 터치패드를 포기하게 되면 모든것을 아우르겠다는 계획은 반쪽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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