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 환경이 일반화되면서 x86 서버 브랜드의 구분은 무의미해졌다. 하이퍼바이저로 서버 하드웨어를 범용으로 쓰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선두에 VM웨어가 있었다.
x86 서버업체들은 현재 VM웨어 최적화로 경쟁한다. CPU, 메모리, 호스트카드 등 모두 부품을 사다 조립하기 때문에, 부가 소프트웨어와 기능으로 차별화하고 있다. HP, IBM, 델 등이 PC사업을 벌일 때 MS 윈도OS 생태계 속에서 경쟁하던 현상과 같다.
최근 출시된 VM웨어의 클라우드 솔루션 중 가장 두드러 변화는 스토리지다. 서버 가상화뿐 아니라 스토리지 워크로드 최적화를 위한 다양한 기능이 업그레이드 되거나 새롭게 추가됐다.
V스피어5가 스토리지 기능을 대거 추가함에 따라, 스토리지업체의 경쟁구도도 달라지게 됐다. SW 플랫폼이 스토리지 업체의 차별점들을 하나씩 흡수하기 시작한 탓이다. ■VM웨어 스토리지 기능 “갈수록 강해지네”
V스피어5의 스토리지 관련 기능은 ▲씬프로비저닝 ▲VSA ▲정책기반 스토리지 티어링(VASA) ▲VAAI ▲스토리지 V모션 ▲스토리지DRS ▲멀티패싱 등이다.
VM월드2011에서 VM웨어가 유독 강조한 기능은 가상 스토리지 어플라이언스(VSA)다. VSA는 서버에 장착된 로컬 스토리지를 가상으로 묶어 별도의 스토리지 영역으로 만드는 기능이다. 외장 스토리지를 이용하지 않고 서버만으로 클라우드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정책기반 스토리지 티어링은 가상머신(VM)과 스토리지 사이에 몰리는 입출력(I/O) 패턴을 모니터해 저장위치를 자동으로 설정하는 기능이다. 빈번히 사용하는 데이터와 단순저장목적의 데이터를 구분해 SSD나 HDD 등 저장매체를 알아서 선택해준다. 입출력이 많아지는 VM이 IO처리능력이 뛰어난 SSD로 옮겨 읽기·쓰기를 진행한다.
VAAI는 API를 통해 스토리지 업체의 솔루션과 더 밀접하게 연동할 수 있게 한 기능이다. 읽기·쓰기를 제외한 복사, 이동, 붙여넣기 등의 기능을 서버 CPU 대신 스토리지 컨트롤러가 수행하거나, 락킹, 제로잉 등의 기능도 스토리지의 CPU가 수행하도록 할 수 있다. 서버 CPU의 워크로드를 스토리지의 남아도는 CPU로 옮겨 하나라도 더 많은 VM을 할당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VAAI 기능은 V스피어 4.1버전까지 SAN만 사용할 수 있었지만, 5.0 버전은 NAS까지 확장됐다.
스토리지 V모션은 서버의 V모션을 스토리지에 적용한 관리기능이다. 스토리지 VM의 물리적인 위치를 관리자가 PC화면에서 드래그앤드롭으로 이동시키는 것으로, 모든 설정과 블록 데이터가 자동으로 따라간다.
스토리지DRS는 특정 워크로드를 수행하는 VM에 많은 IO가 몰릴 경우 자동으로 VM위치를 중단없이 온라인에서 재배치하는 기능이다. 업무 성격에 따라 유지해야 하는 성능적인 요구가 달라지는데, 이를 관리자가 수동으로 수행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앤 것이다.
멀티패싱이란 공유 스토리지에서 발생하는 불시의 장애를 해소하는 기능이다. LUN과 VM의 패스를 여러개로 연결해 중단과 IO 폭증에 따른 대응을 용이하게 한다.
■스토리지, 업체별 차별포인트 사라졌다
VM웨어의 최신 가상화 솔루션은 미션크리티컬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는 유닉스 환경을 겨냥했다. 안정성과 고가용성 확보를 위해 서버뿐 아니라 스토리지에 대한 제어관리 능력을 대폭 향상시킨 것이다. 때문에 전체적인 구성 상 스토리지업체를 향한 직격탄으로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 회사의 가상화 제품 마케팅을 총괄하는 보고밀 발칸스키 부사장은 기자와 인터뷰에서 “V스피어 구현에서 가장 복잡한 부분이 스토리지다”며 “스토리지 관리와 구성을 단순화하는 것은 V스피어 개발 이후 최우선 업무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별적인 기능을 볼 때 스토리지업체가 놀랄 만하다. 각 업체가 경쟁력으로 내세웠던 모니터링, 압축, 티어링 등의 기능들이 VM웨어 플랫폼에 포함되면서, 차별화가 어려워졌다.
서버와 달리 VM웨어 시야에서 한발 떨어져 있었던 스토리지 업체는 각자의 파일시스템과 SW기능으로 가상화 환경을 지원해왔다. 각 업체별 경쟁력과 특색이 분명했던 과거는 VM웨어 SW의 발전과 함께 점차 사라질 운명으로 보인다.
기가옴은 최근 VSA를 지목하며 VM웨어가 느리면서 꾸준하게 스토리지업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보도를 냈다. 로컬 스토리지를 가상화하는 VSA가 하이엔드급 외장 스토리지 수요자체를 위협할 잠재성까지 갖췄다는 것이다.
일단 VM웨어는 이같은 우려에 대해 온건한 입장을 밝혔다. 폴 마리츠 CEO는 VSA에 대해 “비싼 외장 스토리지를 구매하기 어려운 중소기업(SMB)를 위한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보고밀 발칸스키 부사장은 “VSA는 무료 호스트에 제한되기 때문에 (고객군이) SMB로 국한된다”며 “중소기업들이 공유 스토리지를 경험하게 만드는 만큼 스토리지 파트너들은 VSA를 시장을 확장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VASA의 티어링 기능도 SW기반인 만큼 속도 측면에서 외장형 스토리지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이효 VM웨어코리아 기술이사는 “SW 티어링 기술은 아직 하드웨어 기반 솔루션에 비해 속도와 성능에서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전문업체는 하이엔드 시장, VM웨어는 SMB시장을 겨냥하기 때문에, 충돌이 아니라 시장확대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스토리지 플랫폼의 완전 개방은 아직
지난 1일까지 4일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VM월드2011 전시장은 스토리지업체의 전쟁터였다. EMC, HP, 넷앱, 히타치데이터시스템즈(HDS), 델, IBM 등 유명업체가 총출동했고, 중소기업들도 다수 보였다. HP는 가장 최근 출시된 3PAR P10000 실물을 들고 나왔다. 현장 관계자의 설명은 “우리 회사가 VM웨어 환경을 가장 완벽히 지원한다”로 한결 같았다.
이를 보면, 스토리지업체의 입장은 일단 VM웨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VM웨어란 공통 플랫폼 속에서 경쟁하지만 VM웨어와 동방성장할 기회를 얻을 것이란 계산이다.
V스피어5 발표 다음날인 지난 7월 14일 HDS는 곧바로 보도자료를 냈다. EMC, 넷앱 등 그동안 VM웨어와 긴밀히 협력해온 업체보다 한발 앞섰다. HDS 스토리지가 V스피어5 환경에 최적화됐다는 내용이었다. HDS 엔지니어들에게 스승으로 통하는 휴 요시다 CTO는 블로그에 연일 VM웨어 가상화에 대한 의견을 게재했다.
HDS의 스토리지는 사실 VM웨어와 친하기 힘들었다. HDS가 성능, 용량, 기능을 최고 사양으로 구성한 제품에서 강점을 보여온 만큼, 효율성 확보란 가상화 콘셉트와 어울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HDS가 VM웨어 최적화를 내세웠다. V스피어5가 VM당 스토리지 용량을 1테라급으로 높이면서, 목소리를 맞출 때가 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스토리지업체 한 관계자는 “VM웨어가 SW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을 보면 데이터센터의 MS란 말이 실감난다”라며 “그러나 스토리지회사별 SW의 차별점이 범용화돼도, 여전히 전문업체의 기능을 완벽히 따라오기에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VM웨어와 스토리지업체의 솔루션이 API로 더 밀도있게 결합되면서 큰 시너지를 볼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결론은 VM웨어 환경 최적화로 모인다. VM웨어의 API와 스토리지업체 SW의 API가 결합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장면이다.
한국EMC 관계자는 “스토리지에서 VM웨어 기능을 100% 충족시키는 회사는 EMC뿐이다”라며 “EMC의 가장 강력한 부분이 VAAI와 API인 것에서 보듯, 두 회사는 개발단계부터 밀접하게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적화의 대표적인 예는 씬프로비저닝이다. HP로 인수된 3PAR는 스토리지업계 최초로 씬프로비전을 지원하면서 급성장했다. 현재 모든 스토리지업체가 제공하는 씬프로비저닝을 VM웨어와 연동하면 처음 할당한 블록 중 일부 데이터를 지워도 스토리지 컨트롤러가 인식하지 못한다.
이를 스토리지에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제로잉으로, VM웨어의 제로잉 기능구현은 EMC 등 몇몇 업체의 제품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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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M웨어가 아직 완벽한 스토리지 기능을 구현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타당성있다. VSA는 호스트를 3개만 묶을 수 있다. 규모가 커지면 관리포인트가 늘어난다. 디스크 형태도 같아야 하며, 서버 RAID 카드의 속도역시 외장보다 느리다. 여기에 싱크, IO 등까지 수행하려면 서버의 리소스 점유도 높아진다.
현재 스토리지업체는 SMB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EMC가 올해 출시한 VNXe가 대표적이다. 한국EMC 관계자는 “VNXe와 VSA의 비용을 대비하면 VNXe가 더 저렴하다”라며 “VNXe는 두개까지 SAN스위치 없이 확장할 수 있고, 더 빠르면서 관리도 편하기 때문에 계속 스케일아웃형 고객에게 더 적합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