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면서도 본다, 궁금하니까”
SK텔레콤과 KT의 주파수 경매에 대한 소감이 딱 이렇다.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 붇지만 답은 안 나오고, 소비자는 통신료가 오를까 불안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기획한 이른바 막장 드라마 코드다.
지난 17일 4천455억원으로 시작한 1.8㎓ 주파수 경매가는 24일 8천93억원을 찍었다. 주말 제외 엿새 만에 무려 3천638억원이 더해진 것. 앞으로 경매가가 얼마나 더 오를지 짐작조차 어렵다.
정부는 돈을 많이 벌어 좋겠지만 소비자는 분통이 터진다. 투자비를 잔뜩 늘려 재무구조가 악화된 기업이 소비자 지갑을 더 열려할 것은 당연한 수순이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온 국민 통신비를 내리겠다는 공약을 수시로 던져왔는데, 주파수 경매를 보면 그 진정성까지 의심스럽다. 요금은 올라가고 주파수 이외 다른 투자는 미뤄질 판이다.
지난 2000년 영국서는 3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 낙찰가가 무려 10조원에 달하면서, 통신료 인상으로 소비자 불만이 컸었다. 독일서도 8조7천억원이라는 대기록이 나왔다. 이제는 결코 남 일로 보이지 않는다.
방통위의 잘못은 크게 두 가지다. 애초에 경매 상한선을 제시하지 않은 것이 첫째, 다음 주파수 경매 일정을 제시하지 않은 것이 둘째다.
한쪽이 포기할 때까지 경매를 계속하는 ‘동시오름입찰’ 방식에 따라 SK텔레콤과 KT는 무한 배팅에 나섰다. 애초에 상한선을 정했다면 부담을 훨씬 덜었을 일이다.
4세대 이동통신 경쟁력 확보를 위해 1.8㎓가 절실한 두 사업자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은 누구나 했었다. 이들에게 ‘동시오름입찰’ 방식이 최악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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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파수 경매 일정이라도 잡았다면 배팅 열기가 덜했을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주파수를 확보할지 모른다는 절박함이 사업자들을 몰아 세웠다. 이 또한 방통위가 말하는 ‘합리적 경매’에 포함된 내용인지 궁금하다.
어쨌든 이미 엎질러진 물. 방통위에게는 주파수 경매 이후 정책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식경제부와 ‘정보통신진흥기금’ 명목으로 나눠 갖는 주파수 낙찰가는 장기적인 소비자 혜택으로 돌려야 한다. 이를 제대로 못한다면 무능함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