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격투게임 e스포츠화가 어려운 이유

일반입력 :2011/08/05 09:20    수정: 2011/08/05 09:41

김동현

다양한 종목의 격투게임 세계 최강자를 가리는 국제 e스포츠 대회 ‘EVO 2011’이 막을 내렸다. 국내 선수들 중에서는 ‘슈퍼 스트리트파이터4 아케이드 에디션’의 이충곤(풍림꼬마) 선수의 3위 기록이 전부이지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미 시장 내에서는 최근 다수의 격투게임이 출시되면서 전 세계적인 스타일의 격투게임 e스포츠화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발사 역시 온라인 대결 모드가 보편화가 이루어지면서 좀 더 격투게임 e스포츠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EVO 2011’에는 스폰서만 20여개 주요 게임 및 주변기기 업체가 협력했으며, 이중 메인 스폰서는 8개 업체나 된다. 현장에만 약 1천여 명의 관람객 및 선수가 참석했으며, 다양한 동영상 커뮤니티 채널을 통해 약 40여 개국에 생중계 됐다.

종목은 ‘슈퍼 스트리트파이터4 아케이드 에디션’ 외에도 ‘모탈컴뱃’ ‘철권6’ ‘블레이블루’ ‘마벨 대 캡콤3’ 등 5개로 진행됐다. 이중 ‘철권6’과 ‘슈퍼 스트리트파이터4’의 경우 작년 대회에서 국내 선수들의 호성적이 나오면서 화제가 됐던 종목이다.

격투게임의 매력은 타 e스포츠 게임보다 볼거리가 많으면서도 이용자들이 손쉽게 게임 전개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직관적인 진행부터 짧은 시간 내 다양한 경기를 접할 수 있다는 점, 개성 넘치는 캐릭터에 맞춰 선수들의 캐릭터성도 쉽게 인식되는 매력도 크다.

그래서 해외 시장 내에서는 제2의 격투게임 붐을 e스포츠화로 이끌어낸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신작 ‘모탈컴뱃’도 e스포츠를 고려한 다양한 시스템을 마련했고, 출시를 예정하고 있는 ‘스트리트파이터 X 철권’도 e스포츠화에 최적화된 모드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이런 국제적인 분위기에 달리 국내 격투게임 e스포츠화는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e스포츠 전체적인 하락세도 길어지고 있어서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자존심마저도 허울 좋은 타이틀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테켄 크래시’라는 방송 외에는 e스포츠 공식 대회는 전무하다. 그나마 캡콤엔터테인먼트코리아(이하 캡콤코리아)에서 자사의 게임을 이용한 대회를 열기도 하지만 아쉽게도 그들만의 리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철권6’를 소재로 한 ‘테켄 크래시’는 그럭저럭 시청률과 관심을 얻는 데는 성공하고 있지만 추가적인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나름 스타플레이어의 탄생도 이뤄졌지만 반다이남코게임즈의 대부분 투자는 WCG로 넘어가면서 등용문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업계는 태생적인 한계가 너무 크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케이드 센터의 몰락과 콘솔 게임의 성장세가 낮다는 점, 격투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이 계속 줄어드는 점 등을 꼽으며 격투게임 e스포츠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격투게임 e스포츠에 몇 차례 투자를 해봤지만 국내 격투게임의 인구층이 너무 작아서 그런지 호응이 너무 부족하다”며 “인구를 늘리기 위한 시도도 해보지만 대중화로 이어지는 것은 지금 수준으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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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이용자들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는 격”이라고 말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대회보다 아마추어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의 장과 간단한 형식의 대회라도 꾸준히 유지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참여를 만들 수 있지만 한두 번 이후 업체가 포기한다는 것.

언론의 관심이 적은 점도 문제다. e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었지만 격투게임이나 작은 소규모 대회는 기사화되는 일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최소한 대회가 열린지 여부 정도도 홍보가 안 되니 더욱 움츠려드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