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에 ‘감놔라 배놔라’ 아이칸은?

일반입력 :2011/07/24 06:29    수정: 2011/07/24 10:35

김태정 기자

‘월가의 상어, 포식자, 사냥꾼, 람보 등등...’

별명도 다양한 칼 아이칸이 스마트폰 시장까지 주무를 태세다. 자신이 대주주인 모토로라에 특허 기술을 팔라고 압박, 세계적 관심이 모였다. 올해 75세라는 고령의 나이는 잊은 지 오래다.

아이칸은 덩치는 크되 실적부진에 시달리는 회사를 인수, 가치를 올려 되파는 전형적인 인수합병(M&A) 전문가다. 특정 기업 주식 대량 매입에 탁월한 노하우를 과시했다.

1936년 뉴욕서 태어나 뉴욕대 의과 전공 중 학교를 자퇴, 1960년 월가 ‘새내기’로 등장했다. 1968년 직접 ‘아이칸(Icahn & Co.)’이란 증권사를 만들어 차익거래를 시작하고, 1980년대부터 기업 사냥에 나섰다.

전력은 그의 별명들만큼 화려하다. TWA항공사와 텍사코(석유), RJR나비스코(식품) 등을 1980년대에 줄줄이 삼켰다. 월가 CEO들에게 ‘아이칸 공포’가 시작된 시기다.

이후 2000년에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 GE(제너럴모터스) 인수를 시도했고, 2006년 KT&G를 겨냥해 한국서도 유명세를 탔다. 이때 아이칸은 KT&G 경영권을 노리다가 10개월 만에 차익 1천500억원을 내고 떠났다.

지난 2008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야후 지분을 확보하는 와중에 다른 한쪽에서는 모토로라를 공격, 에드 젠더 전 최고경영자(CEO)를 퇴임시키는 등 노익장을 과시했다. 현재도 모토로라 지분 10.4%를 보유한 대주주로 ‘감놔라 배놔라’ 작전 중이다.

아이칸의 특기는 타이밍에 맞춘 투자, 그리고 무능한 CEO 퇴출시키기로 요약된다. 야후 창업자 제리 양도 그에게 ‘일 못한다’는 독설을 듣고 회사를 떠나야했다. CEO들에게는 공포 대상이다.

기업 소액 주주들에게는 나름대로 환영 받는다. 주가를 올려 줄 구세주로 역할을 자처해왔기 때문. “나는 소액 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한다”라는 말을 앞세운 아이칸이다.

미 경제지들은 “아이칸은 다재다능하며 돈을 버는 수많은 방법을 알고 있다”며 “지구상에서 주주들에게 가장 돈을 많이 벌어준 투자자”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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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월가 부호들처럼 사회사업에도 열중이다. 싱글맘 돕기 구호시설이나 병원을 지원하면서 냉혹한 ‘상어’ 이미지를 없애려하지만 쉽지 않다는 게 외신들의 평가다. 어쨌든 그는 스스로를 맘씨 좋은 할아버지로 생각한다는 후문.

아이칸의 최근 개인 재산은 추정치 110억달러~150억달러로 미국 부호 순위 20위권 수준이다. 그의 노익장이 어디까지 계속될지 세계가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