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냥꾼' 아이칸에 시달리는 모토로라

보유 특허 강제 매각 압박

일반입력 :2011/07/23 18:17    수정: 2011/07/24 12:11

이재구 기자

모토로라모빌리티의 특허를 매각하라.”

수십억달러(수조원)의 자산가이자 세계적 기업 사냥꾼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칼 아이칸이 모토로라모빌리티(이하 모토로라)의 특허매각을 재촉하고 나섰다. 대주주이지만 기업사냥꾼이란 별명에 걸맞게 모토로라 보유특허를 매각하라고 재촉하고 나서는 이유는 물론 특허가치, 즉 돈 때문이다.

씨넷,월스트리트 저널 등은 칼 아이칸이 지난 21일 미증권거래소(SEC)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모토로라의 특허가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고 썼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이칸은 모토로라특허군의 매각가치를 최근 45억달러에 매각된 노텔네트웍스특허군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모토로라의 주식은 아이칸의 조언이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를 반영하듯 12%상승한 15.12달러에 거래됐다.

하지만 때가 좋지 않다. 아이칸이 모토로라모빌리티에 특허 매각을 촉구하고 나선 시점은 IT업계 전반에 걸쳐 특허소송이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는 현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특허매각이 이뤄진다면 크로스라이선싱 등 가능한 제소 상대와의 특허소송 대응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칼 아이칸은 모토로라의 지적재산권이 IT업계에서 매우 높은 수요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월가에서 말하는 팔릴 가능성이 높은 지재권의 가치를 알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모토로라 경영진은 지속적으로 전략적인 방향과 기회를 검토하고 있으며 그러나 최근에는 이들 특허의 힘에 기반한 전략이 이뤄져 왔다고 발표문을 통해 밝혔다.

실제로 최근 수많은 IT기업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특허전쟁으로 최근 특허 중요성이 더욱더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애플,MS,리서치인모션,소니 등은 파산한 통신기업 노텔네트웍스의 특허를 45억달러에 공동구매하기도 했다. 이 비용 가운데 애플이 26억달러를 보탰을 정도다.

애플의 경우 HTC,삼성전자 등과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오라클은 구글에게 안드로이드 기술에 대한 특허소송을 하고 있다. 모토로라 대주주인 칼 아이칸이 이처럼 발언권이 큰 것은 그가 지난 해 10월 보유지분을 늘려 최소한 10.4%의 모토로라 지분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모토로라가 분리 되기 전의 지분이다.

칼 아이칸은 이후 모토로라 회사 분할을 주도했고 결국은 그의 뜻대로 모토로라는 휴대폰단말기와 장비 중심의 2개 법인으로 분리됐다.

이에따라 분리된 모토로라모빌리티는 스마트폰과 TV셋톱박스를, 모토로라솔루션은 공공안전무선장비와 모바일기업컴퓨팅기기 등의 장비를 생산한다.

관련기사

보도에 따르면 최근 아이칸은 특히 모토로라의 특허가 이른바 4G통신용 화이트핫(Whit Hot)지역에서 월씬더 가치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는 “모토로라의 특허군이 실질적으로 노텔특허군보다 훨씬 광범위하다”고 지적했다. 눈앞의 주식수익에 집착해 수익을 챙기고 떠나는 기업 사냥꾼인 그에게 모토로라모빌리티의 특허 매각을 밀어부칠 만한 이유가 더 확실해진 셈이다.

모토로라모빌리티의 주가는 지난 7개월간 계속 추락하고 있지만 안드로이드폰 제품군의 선전으로 실적은 호전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