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 시카프(SICAF)가 곧 만화·애니 역사”

일반입력 :2011/07/20 09:52    수정: 2011/07/20 10:07

전하나 기자

“시카프 15년 자체가 만화·애니메이션의 역사다.”

지난 15일 남산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만난 손기환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시카프) 집행위원장은 “한국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문화산업적으로 가치가 높다는 사회적 인식이 생긴 역사와 시카프가 맥을 같이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콘텐츠산업의 중요성이 부상하면서 상상력의 원천인 만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토종 애니메이션의 반가운 해외 수출 소식도 잇따라 들려온다. 덕분에 15돌을 맞은 시카프가 더욱 조명을 받는 모양새다.

그러나 문화선진국인 일본이나 프랑스에 비하면 만화 애니메이션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우는 여전히 척박한 수준이다. 때문에 손 위원장은 시카프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는 시카프를 “국내에서 살아남은 단 하나의 국제적 만화애니메이션 축제”라고 표현했다.

지난 95년부터 계속돼 온 시카프는 국제적으로 공신력을 입증하며 아시아 최대 규모의 만화애니메이션 축제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일본 ‘도쿄국제애니메이션페어(TAF)’, 중국 ‘국제 만화애니메이션 박람회(CICAF)’를 태동시킬 정도로 아시아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자처해왔다.

뿐만 아니라 시카프는 만화 애니메이션 학문을 뿌리내린 주인공이기도 하다. 상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손 위원장은 “제1회 시카프가 성황리에 끝난 것에 힘입어 같은 해인 1995년도에 만화애니메이션을 가르치는 4년제 대학이 생겼다”면서 “대학 교육 씨앗을 낳았다는 것이 시카프가 가진 근원적인 힘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우리에겐 가정의 달인 5월이 되면 만화책을 불태우던 쓰라린 기억이 있다. 이때 만화가들에게 자존심을 회복시켜주고 동시에 자부심을 상기시킨 것이 다름아닌 시카프”라며 행사에 상징적인 의미까지 부여했다.

최근들어 만화애니메이션과 관련한 직간접적인 전략 컨퍼런스는 물론 정부의 재원 투자, 수출 지원이 조금씩 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손 위원장에게는 “산업적인 가치가 재조명되는 것 뿐 아니라 예술로서의 가치를 좀 더 인정해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쯤에서 이야기는 시카프의 역할론으로 되돌아왔다. 그는 “시카프가 처음 시작될 때는 만화행사인지 애니메이션 행사인지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장르가 융합돼 시너지를 낸다는 것이 시카프의 가장 큰 강점으로 작용한다”면서 “결국 한국 만화 애니메이션만의 문화예술적 색깔을 알려나가는 것은 시카프의 몫”이라고 봤다.

손 위원장은 시카프 첫회부터 참여해 행사장 못질부터 홍보, 영업까지 두루 도맡아 일해왔다. 그야말로 시카프의 산증인인 그는 “특히 올해는 시카프를 등용문으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만화애니메이션 생태계를 양적·질적으로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사람부터 키워내겠다는 포부다.

이미 시카프가 배출해낸 ‘스타 작가’도 여럿이다. 그중에서도 손 위원장은 조범진 감독을 예로 꼽았다. 조 감독은 시카프 공모전에서 자신의 처녀작으로 대상을 거머쥔 뒤 정식 데뷔한 인물이다. 이후 만든 첫 작품이 바로 국내 애니메이션에 새바람을 일으켰던 ‘아치와 씨팍’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처럼 역량있는 작가를 배출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가는 것이 시카프의 할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시카프가 발굴해낸 작품의 원소스를 해외 투자자에게 적극적으로 비즈매칭시키는 등 사후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5살 시카프는 사춘기도 치룰 새 없이 분주해 보였다. 시카프는 전시전과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만화애니메이션산업마켓 등으로 구성되며 20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코엑스, CGV명동역, 서울 애니시네마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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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위원장은 “미래의 독자, 축제의 관객을 길러낸다는 마음으로 시카프2011에 임할 것”이라는 각오다. 그에게 시카프를 100% 즐기는 법을 묻자 금세 간단한 답이 돌아왔다.

“맛있는 상을 한껏 차려놓았으니 하루 종일, 그냥 돌아다니며 골라 드시기만 하면 됩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