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 등 하드웨어에 운영체제(OS), 가상화SW를 묶어 공급하는 패키지 제품이 붐처럼 출시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성물들을 하나의 완제품으로 공급하는 이른바 클라우드 플랫폼이다.
시스코시스템즈가 VM웨어, EMC와 손잡고 만든 VCE연합의 V블록이 시작이었다. VCE가 2009년 V블록을 출시한 지 2년만에 IBM, HP, 오라클, 델 등도 같은 콘셉트의 패키지를 내놨다. 유행처럼 보일 정도다.
고객들의 트렌드가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다. 여전히 자신이 직접 구축하려는 고객들이 더 많다. 다만,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에 따라 비즈니스 민첩성이 중요해진 것이 패키지 제품의 등장 원인으로 꼽힌다.
■묶고 또 묶어 가상화부터 자동화까지
본격적으로 패키지 제품을 선보인 것은 시스코였다. 시스코는 2009년 VM웨어, EMC와 VCE연합이란 공동출자회사를 설립해 V블록을 출시했다. 시스코의 UCS서버, 넥서스 스위치와, EMC의 스토리지, VM웨어의 V스피어, V센터 등이 결합된 패키지였다.
VCE연합의 대표를 맡은 마이클 카펠라스 CEO는 지난해말 투자자들에게 V블록 사업에 대한 내용을 공개했다. 그에 따르면, V블록은 전세계적으로 65개사의 대형고객을 확보했으며, 월 40%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카펠라스 CEO는 월평균 매출 250만달러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시스코는 이후 넷앱의 FAS 스토리지를 채택한 ‘플렉스포드’를 출시했고,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의 패스트트랙에 합류하면서 ‘넷앱 하이퍼V 클라우드 패스트트랙’ 줄여서 ‘하이퍼V블록’을 출시했다.
■HP·오라클·델 역시 패키지 제품 쏟아내
기존 서버업체의 움직임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델은 지난 4월 V스타트란 제품을 출시했다. V스타트는 델 파워에지 서버, 이퀄로직 스토리지, 파워커넥트 스위치, 설치 서비스, 하이퍼바이저(VM웨어, 시트릭스젠, 하이퍼V), 등을 묶었다.
V스타트도 V블록과 마찬가지로 델이 사전에 모든 테스트를 마친 상태로 박스형태로 제공한다. 고객은 이 제품에 가상서버(VM)를 올려 바로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다.
HP는 지난 1월 클라우드 시스템이란 제품을 내놨다. 그러나 클라우드 시스템은 블레이드 시스템의 다른 말이기 때문에 완벽히 신제품은 아니다. 블레이드 서버제품이 운영체제(OS)나 가상화 설정을 다 해주는 것이었기 때문에, 보는 시각에 따라 시스코보다 한발 앞섰다고 할 수 있다.
기존과 차이점이라면 스토리지와 네트워크다. 3PAR 인수 후 확보한 씬프로비저닝 등의 기술과 스토리지웍스의 기술들이 클라우드 시스템에 투입됐다. 기존 프로커브 외에 쓰리콤 스위치까지 넣은 후 버추얼커넥트와 IRF 등의 네트워크 가상화 기술을 집어넣었다.
HP는 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한 ‘HP 디스커버 2011’에서 자사의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CI) 전략을 구체화했다. HP 버추얼 시스템, HP 클라우드 시스템, HP 앱 시스템 등이 소개됐다.
특히 ‘컨버지드 스토리지 아키텍처’로 소개된 패키지 제품은 ‘HP 스토어360’ 스케일아웃 SW를 HP 블레이드 시스템 및 HP 프로라이언트 서버(x86)와 통합한 것이다. 물리적 애플리케이션은 물론 가상 애플리케이션을 공급하는 자동화 소프트웨어을 포함시켰다.
오라클도 HP와 같은 시점에 패키지제품을 내놨다. 지난 7일 오라클은 클라우드엑스포 2011 행사에서 ‘오라클 옵티마이즈드 솔루션 포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란 긴 이름의 제품을 발표했다.
이 제품은 썬 블레이드 6000시리즈 서버, ZFS 스토리지 어플라이언스, 오라클 VM서버, 오라클 솔라리스/리눅스 운영체제, 오라클 컨설팅 서비스 등을 하나로 묶었다.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OS, 가상화, 매니지먼트까지 완벽히 오라클의 제품이다.
오라클 측은 백서를 통해 “HP나 경쟁사 제품의 경우 VM웨어 등 가상화SW 라이선스비용때문에 총소유비용(TCO)이 비싸다”며 차별화했다.
오라클의 경우 하드웨어와 SW를 묶어 판매하는 제품이 처음은 아니다. x86서버와 스팍, 스토리지, 인피니밴드 등을 묶은 엑사로직, 엑사데이터 등이 판매되고 있다.
■‘SW의 시대’ 통합 플랫폼의 유행, 그러나…
각 IT업체가 내놓은 제품들은 가상화와 자동화 SW를 하드웨어에 담은 박스다. 일종의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인 것이다. 오라클은 이를 두고 ‘클라우드 인 박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도입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 사용자가 브랜드PC를 구매해 전원코드만 연결하면 되듯, 데이터센터 인프라도 전원 연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는 하드웨어의 고성능보다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구매가격이다. 한 업체에서 모든 인프라를 제공하므로, 업체간 가격경쟁이 나타나지 않는다. 때문에, 구매비용이 전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IT업체들이 패키지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긴 했지만, 여전히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마케팅 단계인 게 사실이다.
IT업체 국내 관계자는 “패키지 제품은 고객수요를 끌어내기 위해 벤더들이 드라이브하는 상황이다”라며 “분명 애플리케이션과 SW 운영을 빨리 하려는 고객수요는 꽤 있지만 비싼 구매가격이 걸림돌로 작용한다”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IT업체 측은 TCO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기적으로 보면 가격이 비싸지만, 구축과 관리란 장기적 측면에서 훨씬 경제적이란 것이다.
최우형 시스코코리아 부장은 “패키지제품을 활용하면 수개월씩 걸리던 구축기간을 수일내로 단축할 수 있고, 장애 발생시 대응도 단일 업체에서 하는 만큼 더 효율적”이라며 “고객들도 TCO관점에서 IT인프라를 바라보는 추세여서 갈수록 패키지 제품이 유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시장에서 불어오는 신호는 IT업체들에게 긍정적이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가상화가 대세를 이루면서 고객이 손수 복잡한 시스템을 꾸리려 하기보다 시간단축과 효율적인 활용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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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가 고객의 주문 즉시 인프라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내세운 '인스턴트온' 비전이 이같은 신호에 대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확장이 용이한 x86서버와 스케일아웃 스토리지가 포털이나 미디어업계에서 인기를 끌었듯, 클라우드 시대는 쉽게 도입하고 확장할 수 있는 IT인프라가 주목을 끈다”라며 “화이트박스와 오픈소스를 활용하는 고객군과, 패키지를 구매하는 고객군이 시장을 이끌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