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C와 넷앱이 시스코시스템즈와 VM웨어란 한 지붕 아래서 경쟁하는 상황에 놓였다. ‘유니파이드’란 공동 슬로건을 내건 두 회사의 행보가 미칠 시장 영향에 업계의 눈길이 모였다.
넷앱은 지난달초 시스코, VM웨어와 합작한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 통합 패키지제품인 ‘플렉스포드’를 출시했다.
플렉스포드는 시스코의 서버와 네트워크 스위치, VM웨어의 가상화 툴에 NAS 스토리지를 한데 묶은 패키지다. 시스코는 넥서스 스위치, 유니파이드 컴퓨팅 시스템(UCS)를, VM웨어는 v스피어 및 v센터 등을 제공하며, 넷앱은 FAS3200 스토리지를 공급한다.
이 제품은 사전에 3사 공동으로 성능 및 조합을 검증하고 각자 맡은 영역에서 관리 및 유지보수를 책임지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고객은 장비마다 사전 검증을 직접하지 않고도 IT인프라를 갖출 수 있어 구축 시간을 줄이게 된다.
하지만 이같은 패키지 형태가 최초는 아니다. 시스코와 VM웨어의 협력에 EMC가 참여한 V블록이 작년에 출시됐다. V블록도 시스코와 EMC가 사전에 통합 및 테스트 과정을 거쳐 가상화, 서버, 네트워킹, 스토리지, 관리 및 보안과 관련된 기술들을 한꺼번에 제공한다. 시스코와 EMC는 이 패키지를 위한 법인으로 VCE(Virtual Computing Environment)를 설립하기도 했다.
결국 플렉스포드와 V블록은 스토리지 부분의 제조사만 다를 뿐이다. 시스코와 VM웨어 측은 각 패키지의 장단점 비교를 자제하며 한발 물러섰다. 넷앱이나 EMC 중 고객 선호에 따를 수밖에 없는 문제란 것이다.
반면, EMC와 넷앱은 각자의 장점을 내세우며 상대적 우위를 강조하고 있다.
넷앱은 하이엔드와 미드레인지, 로우엔드까지 운영 플랫폼을 ‘온탭’으로 단일화해 인프라 증설에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한국넷앱의 관계자는 “넷앱 스토리지는 단일 플랫폼이기 때문에 미드레인지에서 하이엔드로 업그레이드 할 때 인프라스트럭처 전체를 수정하지 않고 스케일 아웃할 수 있다”며 “미래 투자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연성과 확장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MC는 스토리지 규모별 플랫폼 구분이 단점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스토리지를 사용하는 상황에 따라 플랫폼 성능도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EMC 관계자는 “하나로 모든 것을 충족할 수는 없다”며 “하이엔드와 미드레인지에는 그에 맞는 기능이 다르고, 플랫폼도 별도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 회사의 경쟁은 ‘유니파이드’란 슬로건에서는 동일선상에 있다. 한국넷앱과 한국EMC는 유니파이드 스토리지를 앞세워 한국IBM과 HP가 주도하는 미드레인지시장을 공략해왔다.
시스코와 VM웨어를 모두 우군으로 확보한 두 회사의 행보는 결국 목표지점이 같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기도 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서로 경쟁하는 듯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시장을 함께 키운다는 점에서 나쁜 일이라고만 볼 수 없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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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상황에서 통합 장비가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IT담당자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분야별로 나뉘어 있고, 통합장비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한국EMC, 한국넷앱 모두 소모적인 내부 경쟁보다 제품 콘셉트 알리기에 주력하는 이유기도 하다.
이 관계자는 “내년에도 유니파이드와 클라우드는 IT업계의 뜨거운 이슈가 될 것”이라며 “IT업체들이 그간 약세를 보였던 시장에 역량을 집중하는 상황에서 공세와 방어가 얽히고 섥히는 한 해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