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저학년 때다. 명절 때 오랜만에 보는 친척 어른들은 용돈을 주시곤 했다. 하지만 그 양(?)에는 나름의 기준이 있었다. 초등학생은 1천원, 중고생은 5천원, 대학생은 1만원이다. 나는 손에 쥔 1천원을 보며 좋아하곤 했다.
그로부터 30년이 흘렀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용돈으로 1천원을 주면 시큰둥하다. 문구점에 1천원을 들고 가도 살 것이 마땅치 않다. 현재 1천원의 가치는 그 시절 1천원이 아니다. 과거에는 어른과 초등학생의 쌍방 간 만족의 접점이 1천원이었다면 지금은 다르다.
SK텔레콤이 통신요금 인하방안을 내놨다. 오는 9월부터 모든 요금제의 기본료를 월 1천원 내리고 문자 50건을 추가 제공한다. SK텔레콤은 1천원의 기본료 인하는 연간 3천120억원의 요금인하 효과로 이어진다며 생색을 내지만 소비자 반응은 싸늘하다.
통신사와 소비자 간 1천원의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비자들은 그동안 1천원의 요금인하 여력이 있었음에도 정부가 압박하고 나서야 요금을 내리는 통신사를 고운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아울러, 부유층과 중산층, 취약계층이 체감하는 1천원에 대한 가치도 틀리다. 고액 연봉자와 최저생계비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1천원 가치가 어떻게 같을 수 있는가.
때문에 1천원이든, 2천원이든 모든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요금인하 방안은 없다. 따라서 정부가 만들어 낸 이번 요금인하 방안은 바람직하지 않다. 포퓰리즘일 뿐이다.
오히려 정부는 각 계층이 최저의 비용으로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주력했어야 했다. 기본료가 5만5천원인 올인원55(무제한 요금제)를 예로 들자. SK텔레콤의 올인원55는 음성통화 300분, 문자 200건(메시징 4천원 상당 포함), 데이터는 무제한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이 7월 도입 예정인 맞춤형(모듈형) 요금제로 음성 250분(3만6천원)과 데이터 2GB(1만9천원)만 선택해도 5만5천원이다. 맞춤형 요금제에서 가장 요금이 저렴한 조합인 ‘150분(2만8천원)+데이터 100MB(5천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올인원35와 비교해 저렴하지 않다. 맞춤형이란 말이 무색하다.
정부가 모든 요금제의 기본료 1천원 인하와 문자메시지 50건 제공에 매달려 있었기에 발생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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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일각에서는 정치권과 정부의 강압적 요구인하 조치보다 삼성그룹을 통신시장에 진출시켜 경쟁을 시키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치열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것보다 더 좋은 요금인하 방안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