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우리가 싸움 끝낸 이유는…"

일반입력 :2011/05/27 08:04    수정: 2011/05/29 20:55

전하나 기자

<어바인(미국)=전하나 기자> 우리가 창조한 게임과 지적재산권(지재권)을 지켜냈다. 1차저작물이 인정됐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한 2차저작물에 대한 소유권을 한국e스포츠협회(협회), MBC플러스미디어(MBC게임), 온게임네트워크(온게임넷)에게 부여했다.

폴샘즈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COO(최고운영책임자)가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위치한 본사에서 진행된 한국 기자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입을 열었다.

4년간 지지부진 계속돼온 스타크래프트 지재권 분쟁은 이달 중순 막을 내렸다. 블리자드는 법적 공방을 취하하고 협회, 온게임넷, MBC게임과 스타크래프트의 '국내 e스포츠 대회 개최 및 방송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폴샘즈 COO는 이에 대해 갑자기 결정된 사항은 아니다. 블리자드는 4년 전부터 협회, 온게임넷, MBC게임과 수없이 이야기 해왔고, 이번 계약은 대화의 결과다라고 했다.

이어 대화의 주체들이 매우 열린 자세로 이번 협상에 임했으며, 양측 모두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으로 최종 타협했다고 강조했다. 또 이제 모두가 윈윈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블리자드는 앞으로 소송이나 싸움에서 벗어나 게임 개발과 e스포츠산업 활성화 기여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라이선스 법적 소송을 갑작스레 철회하게 된 배경은

사실 갑자기 결정된 사항은 아닙니다. 블리자드는 4년 전부터 협회, 온게임넷, MBC게임과 수없이 이야기 해왔습니다. 또 블리자드(의 기본 가치)는 어떤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법원을 쉽게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협상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으로 소송을 걸었던 것은 맞지만, 그런 와중에도 우리는 계속 대화를 해왔고, 대화의 주체들이 매우 열린 자세로 이번 협상에 임했기 때문에 법원 바깥에서 긍정적인 결론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양측이 이번 협상에서 양보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아시다시피 협상은 말그대로 협상입니다. 어떤 협상이든 한쪽이 원하는 입장만을 고수한 채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타협을 잘 했습니다. 타협의 계기라면 양측이 공통의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지재권을 둘러싼 소송과 잡음이 공개적으로 진행되어온 가운데, 이것이 결코 e스포츠 팬과 게임 플레이어들 모두에게 좋지 않은 상황을 불러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때문에 양측 모두 조속히 해결하기로 한 것입니다. 제가 이와 관련해 마지막으로 공식 인터뷰를 했을 당시에 블리자드의 소송 이유가 라이선스 비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블리자드는 오로지 스타크래프트가 지재권으로서 보호되기를 바랐습니다. 이번 협상에서 우리는 이 부분을 중점적이고 또 우선적으로 요구했고, 이를 인정받았습니다. 우리 역시 상대측의 요구사항을 인정했습니다. 누가 양보했느냐 먼저 물러섰느냐라기 보다 서로가 만족하는 수준으로 타협했기 때문에 최종 싸인이 가능했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중계권에 대한 구체적 협상 내용은?

블리자드는 상대방과의 협상 내용을 존중하기 때문에 계약 내용을 자세하게 언급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말할 수 있는 범주 안에서 답변 드린다면 블리자드가 부여한 라이선스에 기반한 방송 제작물에 대해서 협회, MBC게임, 온게임넷에서 소유권을 갖게 됩니다. 협회, MBC게임, 온게임넷이 제작한 방송물이 다른 플랫폼이나 다른 방송 채널을 통해서 나가는 것도 마찬가지로 이들의 권한입니다. 그러나 만약 다른 주체가 스타크래프트 토너먼트를 운영하거나 이를 방송할 때는 블리자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야 합니다.

-블리자드가 바라보는 지재권 범위를 명확히 설명해달라

우리가 시간과 인적·물적자원을 투자해서 개발한 제품의 주인은 블리자드입니다. 이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 사실이며, 우리가 지키고 싶은 것이기도 합니다. 개인 이용자든, 회사든 블리자드의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이를 사용하는 권한을 사는 것입니다. 따라서 패키지 등의 제작물에 대한 소유권은 블리자드에게 있습니다. 이번 소송에 있어서도 양측은 이러한 내용을 모두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계약서의 세부조항들에 대한 의견차이가 있었고 이 부분을 조율하는데 시간이 걸렸던 것입니다.

-이번 소송 취하를 2차저작물에 대해 블리자드가 포기한 것으로 봐도 되는지

분명히 말씀드리건대 2차저작물이라는 것은 1차저작물 저작권이 인정돼야 존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번 공방은 1차저작물에 대해 인정해달라는 것을 전제로 진행됐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대화를 해보니 블리자드는 1차저작권이 중요하고, 협회 등은 방송저작물에 대한 소유권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e스포츠 선수들과 이용자들의 권익을 위해 서로 필요한 부분을 확인하고 타협했습니다. 이번 협상의 결과는 1차 저작권이 인정됐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한 저작물에 대한 소유권을 부여한 것입니다.

-이번 협상 결과가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한 협상에 있어 블리자드의 공식 입장이 되는 건가

협상에 있어 선례라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협상은 언제나 상대, 시점, 상황, 지역, 양측의 입장, 제품, 회사라는 각각의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 블리자드에게 있어 협상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입니다. 이 때문에 상대방이 전례를 들면서 일방적으로 요구해온다면 블리자드는 선택에 따라 협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협회, MBC게임, 온게임넷과의 라이선스 계약 종료 시점이 곰티비 계약 시점 종료와 비슷하다. 새로운 계약때는 공개입찰을 할 것인지 독점권한을 줄 것인지?

(계약 종료일이 엇비슷한 것은) 우연의 일치입니다. 또한 블리자드는 2년 후를 내다보고 대답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2년 전에 같은 질문을 받았더라고 해도 오늘의 이런 결과를 예측하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현재 우리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협회, MBC게임, 온게임넷, 곰티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우리의 비전은 e스포츠가 산업적으로 보다 성장하고 더 많이 사람들이 e스포츠를 즐기는 것입니다.

-계약이 끝난 뒤, 블리자드가 또다시 2차 저작물에 대한 입장과 상황이 바뀔 수 있는 것인지

(싸움을 끝낸지) 한 달도 되지 않았습니다. 이 기쁨을 누리게 해주세요(웃음). 마찬가지입니다. 미래를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이번 협상에서 블리자드가 얻은 이득은 뭐라고 생각하나

우선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기쁩니다. 또 불가피하게 공개됐던 법적 공방이 끝나 부정적 이슈를 끝낼 수 있다는 것도 기쁩니다. 블리자드를 포함한 협상 관계자들이 얻은 가장 큰 이득은 선수들과 이용자들의 즐길 거리에 방해 요소를 제거했다는 것, 또 각자가 논쟁하는데 에너지를 쏟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목표와 방향을 공유하면서 윈윈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블리자드는 앞으로 싸움에서 벗어나 게임 개발과 e스포츠산업 활성화 기여에 매진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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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가 추구하는 것은 글로벌 e스포츠의 활성화입니다. 한국은 e스포츠의 수도로서 선도적인 시장을 이끌고 있고, e스포츠 방송을 많은 대중이 즐기고 있는 무척 특별한 나라입니다. 블리자드는 다른 나라에서도 한국의 성공 사례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이고, 이에 대한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