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의 재송신 갈등이 결국 시청자 혼란과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지상파가 HD방송신호 송출을 중단하면서 시청자들은 다운그레이드 된 SD방송을 보거나 SBS를 205번 채널에서 봐야 하는 뜬금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골탕을 먹고 있지만 지상파와 유료방송사들은 아직도 저작권 침해와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공방만을 일삼고 있다.
툭 하면 ‘송출중단’ 카드를 꺼내는 양측 모두 시청자를 볼모로 생각할 뿐 그들에게 ‘시청자 보호’란 공허한 메아리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연말 케이블업계의 송출중단 압박에 화들짝 놀라 중재에 나섰지만, 당초 1월말까지 내놓기로 한 재송신 제도개선안은 깜깜 무소식이다.
오히려 사법부에서 지상파-유료방송 간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재송신 제도개선안을 확정할 수 없다는 후퇴된 발언까지 내놓고 있다.
한 술 더 떠 방통위 담당 실무자는 4개월이나 지난 시점에 공청회에 나와 “현재 법상에는 제도적으로 방통위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법적인 툴이 없다는 것에서 자괴감이 있다”며 “담당자로 온 지 일주일밖에 안 돼 공청회에 공부하러 왔다”는 한가한 얘기를 늘어놓고 있다.
수십만명의 시청자가 이번 사태로 분통을 터트리고 있지만, 협상 당사자인 방송사들이나 규제기관 모두 시청자는 뒷전인 셈이다.
주파수 사용대가로 수천억원을 지불하는 통신사에게는 ‘강력한 행정지도’로 요금인하 압박을 서슴지 않는 방통위이지만, 공영방송이란 이름으로 국민의 재산인 주파수를 무료 사용하는 방송사에게는 이상하리만큼 관대하다.
심지어 지상파가 HD방송 송출을 중단하면서 “보편적 시청권이 HD급 화면의 질까지 보장해주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배짱을 부려도 방통위는 관계법령이 없다는 궁색한 변명뿐이다.
2012년 12월 아날로그방송이 종료되고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면 고화질 HD방송을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다며, 지상파에 막대한 예산지원을 한 곳이 방통위임에도 말이다.
더구나 통신영역에서는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무선트래픽이 폭증해 주파수 자원의 한계 때문에 통신두절 사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방통위는 지상파의 디지털 전환과 함께 유휴 자원이 될 700MHz 대역의 회수 방안조차 마련하고 못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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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방송에 대한 저작권이 지상파-유료방송 간 재송신 갈등의 씨앗으로 작용했음에도 말이다.
시청자들은 정부가 약속한대로 사업자와 계약한대로 시청권을 보장받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