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송신 공청회]법정다툼에 대리전까지…끝없는 논리공방

일반입력 :2011/04/29 18:49    수정: 2011/04/29 19:17

정현정 기자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 업계 간 재송신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긴급히 마련된 재송신 제도개선 공청회에서도 지상파와 유료방송을 대표해 나온 전문가들 간 치열한 갑론을박이 오갔다.

저작권을 주장하는 지상파와 재송신을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수신보조행위로 인정해야 한다는 유료방송업계의 논리공방이 이어진 것.

다만, 방통위가 제시한 의무재송신 범위 확대 방안과 관련해서는 한시적으로 모든 지상파 채널을 의무재송신 채널로 지정하는 B안을 지지하는 의견이 우세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학계와 시민단체·연구소 등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상파 재송신 제도개선 방안’ 공청회를 열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방통위는 지난달 ▲의무재송신 범위 확대 ▲재송신 대가 정산 기준 ▲분쟁해결 절차 보완 등을 골자로 '지상파방송 재송신 제도개선안'을 보고 받고 이를 올 상반기 내로 확정키로 했다.

관심이 모아지는 ‘의무재송신 범위’와 관련해 방통위는 ▲KBS1과 EBS에 한정돼 있는 의무재송신 채널 범위를 KBS2까지 확대하는 A안과 ▲의무재송신 범위를 전체 지상파방송으로 2년 간 한시적으로 확대하는 B안 등 2가지 안을 내놓았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노기영 한림대 교수는 “KBS2 만을 포함하는 A안 보다는 B안이 국민의 시청권을 보장하는 안”이라며 “디지털 전환과 맞물려 대가 산정 기준과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에 근원적인 제도가 마련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의무재송신 채널을 확대 하는 방안이 일단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방송에서 추천한 하주용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적정대가 산정이 어렵더라도 방송 송출 중단되는 상황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면서 “의무재송신 범위 결정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일단 전체로 확대하고 제도적 틀을 갖출 때까지 한시적으로 전체 지상파 채널로 의무재송신을 확대하는 방안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방송학회가 추천한 황승흠 국민대 교수는 “지상파 방송에 대한 재허가는 국유자본인 전파를 일정기간 무료로 사용하도록 허가해 준 공익적 행위”라면서 “방통위 B안에 대해 민영방송까지 포함하는 것은 무리가 하는가 하는 지적이 있지만 지상파 재허가에서는 공·민영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보편적 시청권’을 강조하며 지상파 방송의 송출 중단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이블·위성방송사에서 추천한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법률의 세계에는 공익 내지 국민이라는 여지가 개입할 소지가 전혀 없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방송송출중단 사태는)민주주의의 근간과 사회적 소통의 모든 것을 흔들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장선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도 “국민은 모든 지상파 방송에 대해서 무료로 시청할 권리가 있다”면서 “모든 사람이 손쉽게 지상파 방송을 수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의무재송신 제도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방송학회에서 추천한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지상파 방송은 엄격한 인허가 제도 안에서 시장에 들어오기만 하면 거의 독점적인 지위를 누린다”면서 “방송중단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공적 책임을 지상파 방송에 지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상파 방송의 저작권을 보호하고 영업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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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방송이 추천한 고민수 강릉원주대 교수는 “미국에서는 케이블법 제정을 통해 지역 지상파에게 동시중계방송권과 같은 재산적 지위를 인정해준다”면서 “동시중계방송권이 저작권법에 규율하고 있고 저작권법에 대한 관할은 문화관광부에 있는데 왜 방통위에서 나서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임상혁 세종 변호사도 “보편적 시청권이 도출되기 위한 이론적 근거와 현행법상 실질적인 근거가 있는지를 검토해봐야 한다”면서 “글로벌 미디어 그룹 육성하려면 저작권자의 영업의 자유를 보장해주고 적정한 보상규모 산출에 있어서 저작권자가 자기의 프로그램에 대한 가격결정의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