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차세대 이동통신기술 롱텀에볼루션(LTE) 선점에 나선 가운데 KT만 잠잠하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여유로운 표정이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과거 KT가 2G에서 3G로의 전환은 가장 앞장서 왔기에 이번 느림보 LTE 행보는 다양한 궁금증들을 낳았다.
16일 새벽 SK텔레콤·LG유플러스는 약속한 듯 LTE 첫 전파를 쏘아 올리며, 관련 마케팅 경쟁에도 불을 붙였다. LTE 경쟁에서 앞섰다는 내용을 집중 강조했다.
지난 2007년 KT(당시 KTF)는 조 단위 투자비를 들여 국내 이통사 최초로 3G를 도입했지만 SK텔레콤의 1위 자리를 크게 위협하지 못했다. 최근 기준 3G 가입자 수는 1천487만명으로 SK텔레콤의 1천612만명에 비해 적다. 오히려, KT에게 돌아온 것은 3G 공세로 인한 마케팅비 상승이다. 2008년 2분기 KTF가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냈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2G에서 2등이었던 KT가 3G에서는 1등을 한다며 마케팅비를 쏟아부었지만 결국 SK텔레콤의 벽을 넘지 못했다”며 “오히려 아이폰 도입으로 인한 이미지 개선 효과가 더 컸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스마트폰 확산으로 인한 무선데이터 트래픽 폭증 때문에 당장 망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LTE와의 중복투자 우려가 이미 불거졌다. SK텔레콤·LG유플러스와는 달리 와이브로-와이파이를 우회망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때문에 LTE 전환을 놓고 KT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KT 역시 섣불리 출혈성 이미지 선점 경쟁에 뛰어들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사장은 최근 간담회서 “경쟁사들의 LTE 구축은 사업자 선점 이미지 경쟁에 불과하다”며 “KT도 내부에서는 LTE 기술력 강화를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주요 제조사들이 LTE 휴대폰 국내 출시를 정하지 않은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망을 만들어도 전용 휴대폰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해외서 LTE 휴대폰을 선보였고, 국내서는 이르면 올 하반기에나 움직인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이 삼성전자와 제작 중인 LTE 휴대폰 출시가 언제일지가 KT도 상당히 주목하는 관전 포인트다.
KT는 이르면 올 3~4분기께 LTE 시험 전파를 송출하며, 상용화는 시점은 제조사들의 단말기 출시에 맞출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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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관계자는 “망이 있어도 단말기가 없으면 무슨 소용이냐”며 “LTE는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여유 있게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지난 2007년 공격자였던 KT와 수비자였던 SK텔레콤의 위치가 바뀐 셈인데 이번 LTE 경쟁에서는 누가 웃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