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팬택, 휴대폰 직접 판다...현실화?

연말경 이통사 상관없이 개통 가능

일반입력 :2011/04/13 13:17    수정: 2011/04/13 14:52

김태정 기자

올 안에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제조사에서 휴대폰을 직접 구입, 어느 이통사에서든 가입이 가능해진다. 유럽 처럼 휴대폰 유통시장을 개방해 소비자 부담을 줄이고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인데, 현실화 여부에 관심이 모였다.

방송통신위원회 고위 관계자들은 13일 이 같은 내용의 휴대폰 유통구조 개선안을 올 안에 시행할 계획임을 언론에 알렸다.

■유심만 꽂으면 개통…“이통사 쉽게 바꿔”

이제까지 휴대폰은 제조사와 상관없이 대부분 이통사 대리점이 판매를 맡아왔다. 이통사 스스로 ‘국제단말기인증번호(IMEI)’를 등록한 휴대폰만 개통해주는 ‘화이트리스트’ 제도를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은 제조사와 전략적 협의를 통해 일부 휴대폰만 IMEA를 등록, 판매하는 것이 현실이다. 경품으로 받았거나 외국에서 산 휴대폰은 이통사 수락이 있어야만 이용 가능한 이유다. 방통위는 이 같은 유통구조 대신 휴대폰을 어디서 구했든 IMEI 등록 없이 이통사에서 유심(범용가입자인증모듈) 칩만 사서 꽂으면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제조사가 특정 휴대폰을 한 이통사에 독점 공급하며, 전략적 이득을 나눠 갖는 행태가 없어지고 품질과 서비스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방통위는 기대했다.

다만, 분실과 도난 휴대폰은 범죄에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IMEI를 이통사에 등록하는 ‘블랙리스트’ 제도를 운영키로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휴대폰 기종과 관계없이 자신에게 맞는 이통사 요금제를 선택하게 할 것”이라며 “이통사 보조금이 빠지는 대신 휴대폰 출고가가 크게 내려가야 옳다”고 설명했다.

■이통사·제조사 한 목소리 “큰일났네”

이에 대해 소비자 단체들은 찬반 논란이 엇갈리는 반면, 이통사와 제조사 등 기업들은 한 목소리로 불만을 표시했다.

제조사들은 가격 경쟁이 심해질 것이 뻔하고 유통망 확충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못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유통망이 부족한 외산 제조사들은 휴대폰 판매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통사들은 제조사와 함께 만들어온 특정 휴대폰용 서비스가 무색해지고, 요금제 결합상품 운영이 힘들어짐을 강조했다. 약정 가입에 따른 할인제도나 데이터 부가서비스 제공 등 없이 가입자를 유치 경쟁이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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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수년간 구축해 온 전국의 휴대폰 유통 대리점들을 철수시켜야하는 극단적 상황까지 벌어질 것이라는 다소 섣부른 전망이 보태졌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방통위가 내놓은 새 계획에 대해 이제 막 검토를 시작했다”며 “복잡한 국내 휴대폰 유통시장 특성을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