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게임 불법 복제 수준에 비하면 콘솔 게임의 불법 복사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겠나 싶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인 국내 콘솔 게임 산업 내에서는 상당히 큰 문제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X박스360 불법 복사 문제는 심각함을 넘어 끔찍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 나온 펌웨어 버전을 쓰면 불법 사용이 못쓰던 온라인 기능도 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해외 자료 공유 프로그램인 토렌트 측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콘솔 부분에서 불법 복제가 가장 심각한 기종은 Wii(위)이며, 콘텐츠의 불법 공유가 가장 심한 자료는 X박스360인 것으로 밝혀졌다. 게임 출시가 줄어든 Wii가 하락세를 띄면서 X박스360가 덩달아 상승 중이다.
해외 사이트 ‘P△△’에서는 X박스360 게임에 대한 공유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곳에는 출시를 예정하고 있는 신작들은 물론 불법이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다운로드 콘텐츠까지 모두 공유되고 있다.
최근 기자간담회를 진행, 국내 정식 출시를 예정하고 있는 ‘카니발 게임즈’와 아직 출시되지 않은 ‘마이클 잭슨 디 익스피리언스’ 등도 버젓이 공유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점은 황당할 정도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의 불법 대책 마련은 전무한 상태다. 일부 독점 게임이 유출됐을 경우 이용자를 벤(ben)하는 경우는 작년에 많이 있었지만 그나마도 최근에는 공개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홈페이지 내 중고 및 불법 게임 신고 사이트를 마련하고 이용자들이 손쉽게 관련 부분에 대한 의견 및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경쟁사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X박스 홈페이지에는 포럼 및 문의 페이지만 있고 불법에 대해서는 약관 하나만 달랑 나온다.
이러다 보니 소매상들 사이에서는 X박스360 불법 개조 및 게임 공유 등으로 부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실제로 기자가 직접 취재를 간 한 소매상은 신형 X박스360는 개조가 어려우니 구형 X박스360을 10~15만 원대로 산 후 개조하면 좋다고 말했다.
개조 비용은 2~5만원 사이. 하드의 용량을 대폭 올리는 사제 하드를 살 경우 다소 비싸질 수 있다고 했지만 구형 X박스360은 이미 한 두 차례 개조가 된 경우가 있어서 좀 더 저렴하다고 덧붙였다.
업자는 중고 제품이 좀 그렇다고 기자가 말하자 “그럼 서민 CD를 40여개 정도 돈 안 받고 줄 테니 해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한 서민 CD는 불법 롬 파일을 DVD로 구워서 이용자들에게 주는 것이다. 이 게임에는 북미나 국내에 안 나온 일본 성인 게임들이 주로 들어 있었다. 이렇게 취재를 다닌 소매상 10곳 중 4곳은 X박스360 개조에 대해 답변을 해줬다.
중고 거래상에서 개조된 X박스360 판매 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콘솔 게임 관련으로 유명한 커뮤니티 사이트의 한 중고 거래 장터에는 개조가 된 X박스360을 저렴한 가격에 팔고 싶다는 글을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잘 알려지지 않은 IT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더욱 심하다. 활성화된 카페에는 일주일에 약 5~10건의 개조 X박스 중고거래 관련 글이 기재된다. 대부분 직거래 형태로 진행되고 연락처를 쪽지 위주로 주고받기 때문에 사실상 파악이 불가능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X박스360 타이틀을 포기한 유통사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통사 관계자는 “(정품 이용자에게 미안하지만) X박스360 타이틀은 너무 안 팔려서 출시를 포기하고 있다”며 “국내 몇 백 장 안 나가는 타이틀이 대부분이라서 출시하면 손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작년부터 다중 플랫폼(X박스360, PS3, Wii)으로 출시된 게임 중에서 X박스360 출시를 포기한 타이틀은 13개. X박스360 독점 타이틀을 제외하면 약 45개 정도에서 1/4 수준이다. 심의 수수료 문제도 있지만 판매량 자체가 저조하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한 유통사 관계자는 “X박스360 게임의 불법 복사 문제는 심각함을 넘은지 오래다”며 “올해도 가뜩이나 콘솔 산업이 안 좋은데 이대로라면 얼마 못가 고사할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