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톰 프로세서가 스마트폰의 부진을 털어버릴 수 있을까?
아난드 찬드라세커 인텔 부사장이 21일(현지시간) 스마트폰 시장 늦대응을 이유로 사임하자 향후 인텔의 아톰 전략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톰은 저전력과 모바일에 초점을 맞춰 인텔이 개발한 X86기반 프로세서다. 아톰 기반 미니노트북은 출시되자마자 '넷북'이란 이름으로 크게 인기를 끌며 인텔의 효자상품으로 등극했다. 인텔코리아에 따르면 아톰은 2008년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총 8천만여개가 팔려나갔고 이중 다수가 넷북에 채택됐다. 판매량만 놓고 본다면 아이폰 못지 않은 인기를 구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빨리 정상에 오른만큼 내리막길도 가팔랐다. 넷북 대항마로 무게를 줄이고 컴퓨팅 성능을 강화한 디바이스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아톰의 입지도 줄어들었다. 특히 아이패드를 위시한 태블릿의 부상은 '포스트 PC'의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특히 아톰이 경쟁사 프로세서 대비 전력을 많이 소모한다거나 무겁다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실질적으론 모바일 시장에 진입조차 하기 힘들어하는 모습으로 비치기도 했다. 이날 부사장 사임을 두고 해외 IT매체들이 스마트폰 시장 상황 타개를 위한 특단의 조처라고 평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그럼에도 인텔은 섣불리 아톰을 버리지 못한다. 오히려 포스트PC 시대를 아톰으로 풀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인텔코리아 관계자는 이날 부사장이 사임했다고 해서 아톰과 관련한 전략이 바뀌는 것은 없다며 성능별, 용도별로 세분화한 아톰으로 스마트폰은 물론, 임베디드 시장까지 승부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음료 자판기에도 아톰이?…아톰 채택율 오히려 높아져
인텔에 따르면 지난해 아톰을 적용한 새 프로젝트 제안이 4천500건을 넘어섰다. 아톰을 더 이상 넷북용 프로세서라 부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중 실제로 제품화 된 프로젝트가 1천800건이다. 산업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 영역에서도 컴퓨팅을 필요로 하는 제품이 늘면서 아톰 사용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는 게 인텔측 설명이다.
인텔코리아 관계자는 아톰 프로세서는 휴대폰 부문이 더뎌서 그렇지, 다른 분야에선 잘 성장하고 있는 편이라며 시장규모가 아직 적기 때문에 눈에 안 띄는 것 뿐 전방위적으로 채택되고 있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분야는 임베디드다. 네트워크로 기기간 연결이 고도화 되면서 PC프로세서가 필요해진 제품 품목이 급성장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음료수 자판기 같은 경우, 이전에는 동전이나 지폐의 금액을 인식한 후 해당 제품을 배출하는 단순한 기기 였다면, 최근에는 네트워크로 재고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아톰을 채택하는 똑똑한 자판기 비율이 늘고 있다고 인텔측은 설명했다.
자동차도 아톰이 노리는 유망 산업이다. 단순한 내비게이터 외에 실시간 교통정보, 날 씨 업데이트, 웹을 통한 자동차 점검 등 다방면에서 아톰이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텔은 이와 관련, 지난해 중국 자동체 업체와 아톰 기반 CPU를 고급 세단에 채택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계약을 맺은 상태다. 이 외에도 물고기 떼가 어디에 몰려있는지 탐색하는 어군 탐지기, 피트니스 센터의 운동기구, 디지털 간판 등이 아톰이 새로 채택되는 사례다.
■하반기 '메드필드'로 스마트폰 대공습
아톰이 다방면에서 활로를 모색중이지만 '스마트폰'을 빼놓고는 모바일 시장 승부를 논의할 수 없다. 인텔로서도 스마트폰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와 관련 인텔은 올 하반기 무어스타운의 후속작인 차세대 아톰 프로세서 '메드필드'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인텔에 따르면 메드필드는 이미 시제품이 나온 상태로 제조업체와 비밀리에 최적화 작업을 테스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 관계자는 하반기에 메드필드 칩셋이 출시된다며 그와 동시에 칩셋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출시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밝혔다.
아울러 태블릿향 아톰 프로세서 '오크트레일'은 빠르면 이달 말 출시될 전망이다. 메드필드가 스마트폰에 최적화 하기 위해 안드로이드와 미고OS만 지원하는 것과 달리 윈도OS도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가 연초 CES에서 공개한 태블릿형 노트북 글로리아에 오크트레일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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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측은 시장 진입이 늦은 만큼 성능으로 경쟁사와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예컨대, 현재 스마트폰에서 웹페이지에 접속하는 시간이 느린 것은 단순히 통신망의 문제가 아니라 단말기 자체의 프로세서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아톰이 스마트폰 사용 경험에 개선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게 인텔측 설명이다.
최원혁 인텔코리아 이사는 스마트폰 시장은 마라톤 처럼 길게봐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다가선다는 게 인텔의 기본 입장이라며 컴퓨팅 파워부터 배터리 수명까지 차세대 아톰이 상당히 개선된 성능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