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앱등이와 삼엽충 논쟁, 그 씁쓸함

기자수첩입력 :2011/03/04 11:01    수정: 2011/03/04 19:52

봉성창 기자

'아이패드2'가 발표된 지난 3일, 이른 새벽부터 트위터에서는 예고된 설전이 벌어졌다. 아이패드2의 소식이 전해질때마다 역시 '애플'을 외치며 연신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이들과 이에 대해 혀를 끌끌 차며 정신차리라고 충고하는 이들이 맞붙었다.

바로 '앱등이' 이야기다. 애플과 징그러운 벌레로 잘 알려진 '꼽등이'의 합성어인 '앱등이'는 무비판적으로 애플 제품에 찬사를 보내며 다른 기업의 제품은 무조건 깎아내리는 광신도적인 소비자를 일컫는다.

그냥 아이폰을 쓰거나 애플 제품을 주로 선호한다고 해서 모두 앱등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세상에 구입할만한 가치가 있는 스마트폰이나 PC는 오로지 '애플' 밖에 없고 그 이외의 제품은 모두 애플을 따라한 복제품에 불과하다는 굳은 믿음을 가져야 한다.

앱등이와 맞서는 호적수도 있다. 벌레 부류로 따지면 '삼엽충'이고 일반적으로는 '삼빠'라 불리는 이들이다.

이들은 앱등이 와는 조금 성격을 달리한다.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열광적인 지지 보다는 옹호에 가까운 발언을 많이 한다. 이와 함께 애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앱등이' 그 자체에 대한 원색적인 공격을 서슴지 않는다. 앱등이가 워낙에 편향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까닭에 '삼엽충'은 가끔 균형감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삼성 알바'라는 의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실 이러한 '앱등이'와 '삼엽충'를 말하는데 있어 이러한 복잡한 정의나 설명은 필요치 않다. 간단하게 애플을 비난하면 '삼엽충', 삼성전자를 비난하면 '앱등이'가 된다. 그 정도로 이들 간의 갈등은 과열 양상을 띄고 있다.

이들의 끝없는 논쟁은 애당초 정답이 없는 관계로 승부가 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오히려 이들의 배후세력(?)으로 지목되는 애플과 삼성전자는 끝이 나지 않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러한 논쟁을 접한 소비자들은 애플과 삼성전자 제품 중 하나를 구매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승자다.

승자가 있기에 패자도 존재한다. 애플과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해당 분야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앱등이와 삼엽충이 만들어낸 이분법적인 분위기로 인해 적지 않은 피해를 입는다. 대세에 따라 편승 소비를 하는 '밴드왜건 효과' 때문이다.

물론 이들이 앱등이나 삼엽충과 같은 절대 지지층을 못 만들어내는 것 자체를 기업 역량의 한계로 볼수도 있다. 제품만 좋다고 해서 무조건 잘 팔리는 시대는 끝났기 때문이다. 요즘 IT 기업 사이에서는 소비자가 기쁜 마음으로 지갑을 열 수 있는 문화적인 가치를 함께 팔아야 성공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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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앞서 앱등이와 삼엽충의 과열 논쟁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소비 선택을 저해하는 장애물이다. 뿐만 아니라 이는 기업간의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며 전체 IT 업계에 결코 좋지 않은 영향을 가져다 준다.

스스로 삼성전자가 싫은 '앱등이'와 애플이 싫은 '삼엽충'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이러한 논쟁을 자제하는 것이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