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 마케팅비 규제, 이통사만 멍든다

일반입력 :2011/02/08 09:47    수정: 2011/02/08 10:37

“총 매출액의 22%(2011년 20%)로 통신사의 마케팅비를 제한하겠다. 과도한 단말기 보조금이나 경품 등의 불법 마케팅을 조장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할 것이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처럼 이동통신3사의 소모적 마케팅 경쟁을 제한하고 이를 네트워크·콘텐츠 등의 투자로 유인하겠다며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2005년 3조2천600억원이었던 이통3사의 마케팅비가 2009년 6조1천900억원으로 증가했음에도 시장점유율에 변화가 없는 이전투구식 경쟁이었다는 것이 당시 방통위가 내세운 논리였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방통위의 강력한 마케팅비 규제정책이 통신사의 보조금 지원을 통신요금 할인프로그램으로 대체토록 인정해주면서 유명무실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휴대폰을 구입할 때 보조금으로 단말할부 비용을 지원받거나 매월 요금에서 할인을 받으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를 바가 없지만, 통신사 입장에서는 단말 보조금을 요금할인으로 대체하면서 마케팅비 규제의 칼날을 피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단말 보조금을 약정기간 동안 요금할인으로 바꿔 지원해 줄 경우 이를 마케팅비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으로 방통위와 협의가 됐다”며 “이 경우 통신사는 마케팅비를 줄일 수 있지만 반대로 매출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때문에 최근 2010년 실적을 발표한 이통3사의 지난해 마케팅비는 방통위의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을 훌쩍 넘어섰지만 사업자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지난해 마케팅비는 매출 대비 24.2%로 전년보다 0.5%p 감소했지만, 방통위가 가이드라인으로 내세운 22%를 넘어섰다. 올해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은 20%다.

KT의 경우 지난해 4분기 마케팅비는 전년 동기대비 2.3%, 지난해 전체 마케팅비는 전년대비 2.8% 증가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매출할인 상품인 스마트스폰서 가입자의 증가로 지난해 4분기 통화료가 전년 동기대비 17.9%, 지난해 통화료는 전년대비 9% 등 크게 줄어들었다. 금액으로는 약 1500억원에 달한다.

마케팅비에 포함되는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을 해준 결과다.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2009년 마케팅비가 1조4천959억원에서 지난해 1조6천908억원으로 13.0% 증가했음에도, 발신통화 매출은 2009년 9천674억원에서 지난해 8천913억원으로 7.9% 줄어들었다.

지난해부터 스마트폰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을 해주고 태블릿PC까지 통신상품으로 취급하면서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아울러, 지난해 600만대에 이르렀던 스마트폰 시장이 올해는 그 2배인 1천200만대로 예상되고 있어 마케팅비 규모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는 이통3사의 올해 스마트폰 출시 계획에서도 잘 드러난다.

SK텔레콤은 연내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30여종 출시한다는 방침이며, KT도 올해 단말 라인업의 70% 이상을 스마트폰으로 출시해 650만명의 스마트폰 가입자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LG유플러스 역시 올해 20여종의 스마트폰·스마트패드를 출시해 그 비중을 70%까지 확대하고 신규가입자의 60%를 스마트폰 가입자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일반폰은 표준 기본료가 1만2천원~1만3천원이지만 스마트폰은 가장 싼 것이 3만5천원”이라며 “통신사가 높은 기본료를 받아 요금할인을 해주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소비자는 요금할인을 받아도 기본료가 높아진 만큼 요금할인 효과를 체감할 수 없고, 사업자 역시 보조금을 요금할인 형태로 지급하는 만큼 추가 투자여력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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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은 통신사가 과도한 마케팅비를 줄이고 이를 투자확대나 요금할인에 쓰라는 것이었다”며 “결과적으로는 보조금과 요금할인의 효과가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조금은 이용자 차별행위가 있을 수 있고 요금할인은 차별이 없다는 점이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22%를 초과해 사용한 마케팅비에 대해서는 방통위의 보고단계에 있고 이에 대한 후속조치 여부는 곧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