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유닉스 서버에 모듈러 아키텍처가 대유행할 것이다. 단순한 스펙이 아닌 아키텍처 디자인으로 시장 리더 자리에 복귀하겠다.”
권대환 한국HP 엔터프라이즈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ESSN) 사업부 이사가 새로운 아키텍처를 앞세워 한국IBM에 내준 유닉스 1위 자리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올해 IT업계엔 개념과 구상단계였던 클라우드가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HP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가상화 등 데이터센터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솔루션 확보에 성공했다.
권대환 이사는 “HP는 단순한 박스가 아니라 디자인을 판다”라며 “특정 제품의 성능뿐 아니라 고객 환경에 최적화된 아키텍처를 제공하고 컨설팅하는 능력이 경쟁사 대비 가장 큰 경쟁력이다”라고 강조했다.
1분기와 2분기 주춤했던 한국HP는 3분기 한국IBM 추격에 불을 당겼다. 시장점유율(매출기준)에서 한국IBM이 53.5%, 한국HP가 36.5%를 기록했다. 여전히 격차를 보이지만 전분기 대비 성장률에서 한국HP 40.3%, 한국IBM 14.0%로 기세가 만만찮다. 슈퍼돔2 출시가 기폭제였다.
권 이사는 “1, 2분기에는 신제품 출시대기수요 탓에 저조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슈퍼돔2 출시를 기점으로 굵직한 프로젝트를 따내며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8월 한국HP는 인텔의 최신 유닉스 서버용 프로세서인 '아이태니엄2 9300를 탑재한 슈퍼돔2를 출시했다. 슈퍼돔2는 모듈러 확장기술을 적용해 업무특성에 따라 프로세서와 입출력을 개별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 유닉스서버에 블레이드 아키텍처를 적용한 것이다. 이같은 특징에 HP의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를 적용하면 종합적인 컨설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권 이사는 “기술과 성능은 조금만 노력하면 언젠가 극복될 수 있지만 청사진을 제시하는 능력은 쉽게 따라잡을 수 없다”며 “클라우드와 가상화에 최적화된 HP만의 인프라 디자인으로 고객의 구축비용과 관리비용을 모두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화와 클라우드는 인프라를 세밀히 관리하고 조합해야 하는 만큼 디자인부터 컨설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자신감은 HP가 서버 로드맵을 CPU와 아키텍처 등 병렬적으로 진행하는 데서 나온다. HP는 CPU개발을 인텔과 협력하고, 데이터센터 아키텍처 개발에 집중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렛대 효과를 노린 것이다.
한국HP는 내년 유닉스서버와 x86서버를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아키텍처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 9월 출시한 8소켓 x86서버 DL980가 그것이다.
권 이사는 “DL980은 슈퍼돔2의 리던던트 시스템 패브릭 기술을 적용했다”라며 “유닉스로 미션크리티컬한 업무를 보호하고, 하드웨어 안정성과 유연성을 확보하게 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HP는 버추얼커넥트란 네트워크 포트 가상화를 통해 총체적인 클라우드를 지원한다”라며 “유닉스와 가상화, 범용서버의 강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는 HP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유닉스 서버시장 자체를 낙관하기엔 조심스럽다. 시장조사업체들의 자료에 의하면 x86서버에 비해 유닉스서버 시장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권 이사는 시장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경기를 타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제조업 경기가 살아나고 있고, 금융권과 공공 시장의 OSR프로젝트도 기대할 만하다”라며 “x86이 늘어나고 있지만 유닉스의 비중은 의외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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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인 한국IBM과 경쟁에 대해서는 비방전을 자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객에게 신뢰받는 조력자로 자리잡는 데 비방전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권 이사는 “분기 1위에 오르는 것은 그렇게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라며 “고객 혜택에 초점을 맞추고 우리의 경쟁력을 강조해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