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블랙프라이데이, 日후쿠부쿠로…우리나라는?

일반입력 :2010/11/29 10:43    수정: 2010/11/29 11:07

봉성창 기자

매년 연말은 가전업계에게 올해 재고를 최대한 덜어내고 그 이듬해 신상품을 준비하는 중요한 기간이다. 때문에 이 기간에 대부분 업체들은 파격적인 세일이나 프로모션 활동을 추진한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주 금요일 진행된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다. 미국 추수감사절 다음날 하루동안 진행되는 이 행사는 미국에서 1년 365일 중 가장 매출이 많이 일어나는 날이다.

그도 그럴것이 블랙프라이데이는 할인에 인색한 애플조차 할인에 나설 정도로 유명한 연례행사다. 이 때는 다양한 물건군이 이러한 할인 대열에 동참하는데 그 중에서도 전자제품이 할인폭도 가장 크고 활발하게 팔린다.

삼성, LG 등 미국 시장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도 블랙프라이데이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일부 대형 유통 매장서 '갤럭시S'를 1달러를 파는가하면, 옵티머스원은 2년 약정을 조건으로 아예 공짜로 대량 살포됐다.

대형평판TV 역시 가격이 비싼 만큼 할인폭이 커 블랙프라이데이의 인기 품종 중 하나다. 대부분 제품이 100달러 이상 할인되는 것은 물론, 삼성LED TV는 300달러나 할인된 999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됐다. LG전자 42인치 LCD TV의 월마트 할인 판매가는 120달러 할인된 478달러에 팔렸다.

반면 일본은 이른바 '뽑기'를 좋아하는 일본은 매년 1월 1일에 '후쿠부쿠로(福袋)' 행사가 열린다. 복주머니라는 이름의 '후쿠부쿠로'는 가전제품과 의류, 화장품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제품군이 파격 할인되는 판매 방식의 하나다.

'후쿠부쿠로'는 커다란 쇼핑백에 각종 제품을 무작위로 담아 균일가로 판매된다. 운만 좋다면 구매가의 거의 세 배에 달하는 상품이 들어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비록 운이 좋지 않더라도 대부분 후쿠부쿠로에는 구매 가격보다는 많은 값어치의 상품이 들어있어 소비자들을 충분히 만족시킨다.

때문에 매년 1월 1일만 되면 일본 최대 전자상가인 아키하바라에 위치한 요도바시카메라나 빅카메라 등 대형 전자쇼핑몰에서는 후쿠부쿠로를 사려는 인파들이 길게 줄을 서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미국과 일본의 각기 다른 연말 할인 판매 방식은 각 나라의 소비 특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합리를 추구하는 미국인들은 직접적인 가격 할인에 열광하는 반면, 음료수 자판기에도 '아무거나' 버튼이 있을 정도로 우연성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에게 '후쿠부쿠로'는 가장 적합한 할인 방식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삼성 디지털프라자 및 LG베스트샵을 비롯해 하이마트 등 대형 양판점은 매년 12월에 연말 결산 세일을 진행한다. 외국처럼 특별하게 날짜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보름에서 한 달 정도 진행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통하는 할인 판매 방식은 사은품 제공이다. 흔히 대리점 등에서 TV나 냉장고 등 고가의 가전제품을 사면 믹서기, 후라이팬 등의 소형 가전을 끼워주는 방식이다. '덤'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특성 때문이다.

이자를 아까워하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한 무이자 판매도 연말 세일에 단골 메뉴다. 이는 고가의 가전제품을 10개월 정도로 나누어 내도록 함으로서 최대한 구매결정을 쉽게 하도록 돕는다. 여기에 일정 구매자 이상에게 제공하는 쿠폰 추첨은 빠질수 없는 감초역할을 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가전 제품이 고정 가격이 없는 오픈프라이스 방식로 판매되기 때문에 할인율을 내세우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사은품 제공이나 무이자 같은 방식이 주요 구매층인 주부들에게 가장 잘 통하는 판매 방식이라고 귀뜸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