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블랙 프라이데이에 HDTV 등 비밀리에 파격할인

일반입력 :2006/12/04 15:07

Tom Krazit and Erica Ogg Staff Writer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방법을 통해 전자제품, 특히 HDTV를 더욱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다.

지난달 24일(미국시간)에서 27일까지 계속된 이른바「블랙 프라이데이(the Black Friday)」기간 동안 소니는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소매점과 자사 사이트에서 동시에 특정 HDTV를 최고 900달러까지 할인하는 파격적인 깜짝 세일을 진행했다. 그리고 28일이 되자, 그 HDTV의 가격은 본래의 가격으로 돌아왔다.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도 왜 소니가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게다가 딱 4일 동안만 이러한 할인 행사를 진행했는지에 대해서 상당한 논란이 일었다.

소니의 1,799달러짜리 50인치 베가(Wega) KDF-50E2000 리어 프로젝션 TV는 그 4일 간의 세일 동안, 광고에서 홍보했던 가격보다 무려 500달러나 저렴한 가격으로 팔려나갔다. 3,399달러짜리 브라비아 LCD KDL-40XBR3는 그 시기에 600달러 싸게 판매됐고, 5,999달러짜리 70인치 KDS-R70xBR2는 심지어 900달러 값싼 가격으로 팔렸다.

하지만 세일 기간이 끝난 뒤에는 정상가격을 지불해야 하며, 구매자들은 그러한 파격적인 할인 행사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지나칠 것이다.

소니의 소매상들은 웹사이트 내에서 진행하려 준비 중이었던「파격적인」 할인행사를 알고 있었다고 소니 소비자 영업 부문 대표는 말했다. 미국 내 소매점들에「웹사이트와 똑같은 조건의 옵션」으로 할인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이를 따르느냐 따르지 않느냐는 전적으로 각 소매점들의 선택에 따르도록 했다고 대표는 덧붙였다.

몇몇 온라인 소매상들 또한 이러한 파격적인 할인정책을 시행한 것으로 밝혀졌고, 베스트 바이(Best Buy) 대표 또한 소니가 지난 주말 동안 이러한 파격적인 할인 가격을 제공한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소니는 소비자들에게 이러한 가격 할인 행사에 대해서 광고를 통해서는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직「블랙 프라이데이」의 수많은 인파를 해치고 쇼핑을 올 수 있는 강심장의 소비자들과, 우연히 이 기간에 소니의 웹사이트를 방문했던 소비자들만이 70인치 마이크로디스플레이 리어 프로젝션 TV를 900달러 할인된 가격에, 그리고 40인치 LCD HD 세트를 2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끔 한 것이다.

아직도 왜 소니가 기존의 명절 시즌에 늘 그래왔던 것처럼 요란한 광고를 통해 할인 행사에 대해 홍보를 하지 않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소니는 왜 광고를 하지 않았는지, 왜 특정제품을 할인대상으로 선정한 것인지에 대해서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NPD 그룹의 애널리스트 스티븐 베이커(Stephen Baker)는 이러한 비밀스러운 할인 정책으로 인해 소니의 초고가 TV에 대한 수요 확대를 기대한 것이 아닐까 추측했지만, 그 또한 이러한 이벤트가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구매에 대한 동기부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일반적으로 홍보가 뒤따르지 않는 할인 행사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진 않다”며 “특별한 할인의 목표는 바로 사람들로 하여금 그 상품을 소비하게끔 만들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인 커런트 어낼리시스(Current Analysis)의 스티브 코브스키(Steve Kovsky)는 HDTV 시장에서의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는 현실을 근거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12개가 넘는 회사가 자사 제품을 소비자의 거실에 들여놓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고, 특히 플랫패널 부문에서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고 지적했다.

코브스키는 이어 소니가 오랫동안 TV부문에서 브랜드 프리미엄을 많이 누려왔지만, 최근 들어 파나소닉과 같은 경쟁업체의 도약에 위기감을 느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니는 비단 가장 많이 판매되는 제품들을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비슷한 성능의 TV들 사이에서도 가장 높은 가격을 매길 수 있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그들은 정상을 사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소니가 이번 명절 시즌에 재고물량이 과다하게 쌓여, 재고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이번 이벤트를 기획한 것일 수도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명절 시즌 동안 HDTV는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히트 품목이어서 꽤 많은 출고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된 품목이라는 점이 이러한 가정을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

전부터 HDTV의 가격이 대폭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팽배했다는 점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이러한 흐름에서 소니가 선두 자리를 수성하려고 한 것이라면, 왜 굳이 5주간의 명절 쇼핑 시즌 중에 4일 간만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했느냐는 것이 또다시 의문점으로 남는다.

TV는 한 대 판매할 때마다 손해를 보게 되는 PS3, 곧 콘솔부문과는 달리 매우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이다.

또한 소니는 추수 감사절 주말, 이미 시장 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또 다른 사업부문인 PC시장에서도 비정상적으로 공격적인 가격으로 마케팅을 전개했다. 다만 소비자들이 베스트 바이에서 599달러짜리 노트북을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베스트 바이 상품 홍보 안내 맨 뒤편에 매우 강하게 홍보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베이커는 소니가 왜 이런 비정상적이고 은밀한 할인 정책을 시행했는지에 대해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 때문에 비난을 받게 된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 예로, 할인 행사가 진행된 주말간 HDTV를 구입하려 했지만 과연 대학 미식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크리스마스 예산의 반을 소비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민하다 시기를 놓친 소비자들은 하루 사이에 20%가 오른 가격에 직면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또한 베이커는 할인 행사를 홍보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니는 정상가격을 내고 TV를 구입하려고 마음먹었던 소비자들에게 예상보다 훨씬 값싸게 TV를 판매해 “마치 소비자들에게 예상하지 못했던 현금을 거저 나누어 주는 것과 같은 꼴이 되고 말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게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지폐를 손에 쥐어주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 된 것”이라고 강조하며 “왜 굳이 이렇게 했을까?”라고 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