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맨쇼하지 마라"…갤럭시탭 개발자의 충고

[SW개발자 스토리-13]김중일 티그레이프 대표

일반입력 :2010/11/28 09:32    수정: 2010/11/30 09:02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있어 개발자의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개발을 넘어 기획과 디자인 그리고 마케팅까지 두루 섭렵하는게 맞는 방향일까?

일부 모바일앱 개발자들은 후배들에게 개발을 넘어 기획, 디자인, 마케팅 감각까지 갖출 것을 주문하는데, 티그레이프 김중일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UX) 설계 업무를 과감히 포기하고 개발에만 집중해도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티그레이프는 최근 출시한 갤럭시탭용 기본 내장 앱을 상당수 개발했고 스마트폰, 태블릿, 일반웹사이트용으로 제공하는 콘텐츠 서비스 운영도 맡았다. 원래 음성전화번호에 기반한 광고플랫폼 비즈니스 '콜링크'를 운영하던중, 이를 구글 애드몹같은 광고 플랫폼으로 만들어 본다는 구상으로 지난해 스마트폰 앱 개발을 시작했다. 디자인이나 UX보다는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다.

지난 24일 방배동 본사에서 만난 김중일 티그레이프 대표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개발자가 개발과 디자인 설계를 모두 아우르는 전천후 플레이어가 되기 보다는 주특기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협력으로 푸는게 효과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금 회사 안에 디자인 전담 인력이 없어요. 앱 개발 과정에서 UX같은 요소를 고민하지 않죠. 앱 구상과 기획만 하고 UX디자인 부분은 외부에 맡겨요. 전문 협력사가 따로 있는데, 우리가 굳이 할 필요가 없는거죠. 컨소시엄을 구성해, 앱개발을 할때마다 협업하고 있습니다

티그레이프 상주 인력은 기획, 개발, 운영까지 합쳐 12명 정도다. 김 대표는 UX디자인 같은 분야를 자체적으로 하는 것이 전문업체를 따라갈 수는 없기 때문에 잘하는 쪽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디자인을 전담하는 협력사와는 이미 오랫동안 분업 체제로 일해왔기 때문에 일처리가 깔끔하다는 평가다.

외부에 맡기는 게 가장 좋은 이유는 전문적으로 잘 처리해 주기 때문이죠. 우리쪽에서 앱 기획, 컨셉을 확정해 넘겨 주면, 그쪽에선 디자인 확정하고 수정사항과 개발 소스를 뽑는 단계까지 마무리해서 돌아오죠. 우리는 생각해둔 이미지 소스나 디자인을 입히기만 하면 됩니다.

다른 소규모로 운영되는 모바일 앱 개발업체들은 대부분 기획, 개발, 디자인, 테스트, 서비스 운영과 업데이트 등 사업초기 전문성, 경험부족 문제를 넘어야 할 산으로 보고 직접 부딪쳐 해결한다. 그런데 김 대표는 소규모 팀 운영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처음부터 분야별 우수인력 갖추기가 어려워요. 디자인 좋고, 기획 훌륭한데, 뛰어난 개발자를 못 찾을 수도 있고, 기획력 우수하고 개발 실력 날아다니는데 디자이너가 못따라갈 수도 있어요. 이런 상태로 결과물 만들어 올렸는데 시장 반응 별로다, 디자이너 갈아 말아, 이런 말 나오는 거죠.

티그레이프가 갖춘 개발 실력과 협력사의 디자인 전문성 덕분에 이번에 갤럭시탭을 출시한 삼성전자 측과도 협력해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공급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는 일반적인 하청업체에게 기획 도안이나 아이디어를 던져주고 기한내 알아서 만들어 바치라는 '갑을관계'와 좀 다른 모양이다.

삼성쪽과 기획 단계부터 함께 진행했습니다. 한쪽이 클라이언트라기보다, 양사가 파트너 관계로 만난 거죠. 티그레이프 쪽에서나 삼성쪽에서 아이디어 제안하기도 하고, 제3사 서비스 제휴가 필요하겠다 싶으면 우리쪽이 삼성에 연결시켜 준 경우도 있고요. 일반적인 하청 개념과 거리가 멀죠.

갤럭시탭에 들어간 소셜 뮤직 플레이어 '포크엠'은 카이스트가 기획해서 티그레이프가 개발할 때 삼성이 이를 지원해주는 형태로 진행됐다. 또 티그레이프가 만든 갤럭시탭 메일 클라이언트와 통합 문서관리툴에는 씽크프리 오피스 모듈 기반 에디터와 뷰어가 들어있다. 이는 삼성이 한컴 측을 연결해준 덕에 가능했다고 한다. 티켓몬스터같은 웹서비스와도 협업했다.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의 콘텐츠를 갤럭시탭용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드는 작업도 진행했어요. 삼성이 개발비용을 댔고 서비스 연동은 티그레이프쪽이 했죠. 콘텐츠 공급은 티켓몬스터가 맡으니까 3자협력 체제라고 해야겠네요.

갤럭시탭에 최적화된 앱을 찾아 테스트와 리뷰 정보를 제공하는 콘텐츠 서비스 '갤럭시탭 초이스' 앱도 있다. 삼성과 협업하는 형태가 아닌 자체 운영 서비스다.

갤럭시탭 초이스는 안드로이드마켓에 올라온 애플리케이션중에 갤럭시탭에 잘 맞고, 유용한 앱을 찾아서 추천해주는 앱기반 서비스예요. 갤럭시탭이 화면 크기나 하드웨어 특성 등 다른 안드로이드 단말기와 다른 점이 많아서 이런 앱이 필요하죠. 사용자 연령, 성별, 취미영역 같은 것을 선택해서 성향과 필요에 따라 맞춤 정보를 제공할 겁니다.

티그레이프는 초이스 서비스를 갤럭시탭뿐 아니라 갤럭시S용 앱으로도 별도로 개발중이다. 리뷰 콘텐츠는 웹상에서도 접근되도록 개방돼 다른 태블릿 단말기 사용자들도 이용할 수 있다. 단순한 앱소개가 아니라 동영상 리뷰 등 깊이있는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국내 전용 서비스로 끝나지 않고 각 나라별로 현지화한 사이트도 준비중이다. 이에따라 티그레이프 내외부에서 갤럭시탭 초이스 콘텐츠 담당할 인력은 내년까지만 해도 10명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갤럭시탭과 갤럭시S같은 단말기 부속 서비스에 이정도로 집중하는 만큼, 삼성이 내년 단말기 시장에 거는 기대는 크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삼성이 아직 스마트폰 업계 1위가 아니지만 전세계 어느 기업보다 공격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회사라며 모바일 시장은 내년에도 꾸준히 성장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티그레이프가 삼성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은 전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지금은 삼성이 시장에서 노력하는 만큼 티그레이프가 같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나가는 중입니다. 갤럭시탭처럼 서로 득이 되는 수요가 있으면 파트너십 기반으로 함께 일할 거고, 없다면 회사가 원래 하던 비즈니스 앱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해나가면 되겠죠. 지금 모아놓은 개발 기획안만 20~30가지 되는데, 이걸 삼성과 함께 할지 안 할지는 제 쪽에서 선택할 부분이니까요.

종합해보면 내년도 티그레이프 비즈니스는 청신호다. 그러나 김 대표는 국내 IT업계 전반에 아쉬움이 많다. 해외발 최신 트렌드를 따라잡는데 급급한 국내 실정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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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웹3.0 같은 화두는 아니라도 모바일콘텐츠 쪽이든 어디서든 한발 앞서 트렌드를 만들 수 있는 위치에서 비즈니스 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어요. 팀 오라일리가 웹2.0을 논하면서 언급했던 검색의 중요성이나 개방형 API 전략이 당연하게 인식되는 시대인 것처럼요. 스스로 작은 영역에서라도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트렌드를 이끌어갈만한 경험과 통찰을 갖추고 싶은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에서 주도하는 업계 이슈 쫓기도 힘들어요. 사업적으로 따라가기도 벅차죠.

한편 그는 내년이면 단순한 앱이 우연한 계기로 화제와 관심 대상이 돼서 큰 인기를 얻는 사례는 줄고, 전문성을 담아낸 '웰메이드' 앱이 인기를 끌겠지만 단말기에 기본 탑재한 무료앱 수준도 일반 사용자들이 그럭저럭 쓸만한 수준 이상으로 개선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유료 앱 시장을 개척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